메뉴 건너뛰기

close

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 기자 말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김명신

관련사진보기

 
언론사에서 일하는 청년 김딸기(가명)씨를 만나봤다. 2030 청년세대의 시선에 맞춘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청년이었다. 딸기씨는 고등학교 시절 여러 SNS을 사용하며 '나도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언론, 방송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도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경력을 쌓기 위해 지역의 미디어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고, 자격증도 취득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그 결과 현재의 회사에 취직했고, 업무가 적성에 맞으니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일이 익숙한 딸기씨. 오늘은 인터뷰이가 된 딸기씨와 그녀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와 한국사회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청년으로서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래된 표현이긴 하지만 <헬조선>이 딱 맞는 말 아닐까요?(하하) 점점 사는 게 힘들어져요. 취업도 잘 안 되고, 물가도 점점 올라가는데 월급은 계속 한정되어 있잖아요. 내 집 마련도 이제는 너무 힘든 거예요. 하(한숨). 정해진 월급만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우리 2030 세대가 '영끌'을 해서 주식투자를 하고, 코인을 하는 거 아닐까요?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사는 것도. 직업을 하나만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을까요. 'N잡러'가 제 주변에도 정말 많구요. 일하며 다른 일을 더 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돈을 더 벌 수 있는 수단을 각자 만들고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어야 해요. (웃음)."

- 미디어 관련 일을 하면서 <헬조선>을 직면한 경험이 있나요?

"일단 취업을 할 때 느꼈던 게 있어요. 저는 대학교 다니면서 학점도 자격증도 경험도 엄청 많이 준비했거든요. 근데! 회사나 사회는 '경력이 있는 신입'을 뽑는 거 같아요. 너무 모순된 거 같지 않나요. 신입인데 이것저것 다 갖추고 있어야 하고 업무지식도 알고 있어야 하고, 뭔가 바라는 게 엄청 많은 느낌? 그럴거면 경력자를 뽑지, 뭐하러 신입을 뽑냐구요. 돈은 조금 주고 싶은데 새로운 직원을 가르치는 건 귀찮고. 이런 거 아닐까요? 아이구야. 권리는 누리고 싶은데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거죠.

또 부산은 제가 원하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요. 언론사도 몇 개 없고, 미디어를 다루는 회사도 거의 없어요. 몇 개 없는 언론사에 취직하지 못하면 일반회사에서 일해야 해요. 이전에 그런 회사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디자인 계열을 다루는 회사가 아니니까 업무특징을 모르잖아요. '이거 이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업무를 떠안았어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고 허탈했어요."

- 좋아하는 미디어 일을 하기 위해서 부산을 벗어날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없어요. 미디어 업계를 찾아 떠나려면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데, 서울에 가면 무조건 원룸이라도 하나 잡고 시작해야 하잖아요. 이미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월급을 받으면 부산에서보다는 많이 받겠죠. 하지만 월세도 물가도 비싸니까 결국 똑같아요. 그래도 여기선 버는 거라도 있지 서울로 올라가면 계속 마이너스일 것만 같아요."

- 미디어 업계에서 종사하는 청년으로서 최근 가장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미디어 업계는 사실 대부분이 계약직이에요. 막상 제 일이 되니까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아져요. 계약직으로 뽑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제도인데, 계약일이 다가오면 긴장이 돼요."

- 계약이 끝나서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나요?

"얼마 전에도 같이 일하던 동료가 계약갱신일에 해고통보를 받았어요. 모두 놀랐고 너무 슬펐죠. 이게 우리 현실이구나 직면하는 기분이었고, 한순간에 훅 갈 수가 있구나 하고 두려워졌어요. 우리가 알바를 그만둘 때도 한 달 전에 미리 알려야 하는데, 사람을 자를 때는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 수 있다는 게 기가 막혀요. 자르고 나서 회사에서 한 달 정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 있게 조치해주겠다고 했대요. 그럴싸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그렇게 되면 퇴직금이 적어져요. 어떻게든 돈을 덜 주려는 꼼수죠. 우리 같은 계약 사원의 처우가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나요?

"지금까지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느껴요. 얼마 전에 뉴스 기사에서도 스마트워치를 두드렸지만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봤어요. 피해자는 계속 가해자 때문에 발을 뻗고 자지 못하고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범죄를 저질렀어요. 끔찍하고 무서워요. 경찰이 믿을만한 사람들로 여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요즘 스토킹 피해를 받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고 해요. 그런데 피해자들이 경찰에 보호 요청을 잘 안 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경찰을 못 믿겠다는 그런 이유 때문에요. 피해자들을 위한 나라로 변화해야 해요.

그리고 심신미약 감형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술을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신 게 잘못이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죠. 최근에 러시아였나요? 한 엄마가 실수로 유모차를 역에 두고 혼자서 지하철을 탔는데, 역 안의 취객이 그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유모차를 밀어주고 아이를 돌봐줬대요. 술을 마셨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음주 행위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거니까 책임도 져야 해요."

- 이번엔 한국사회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해볼까요?

"한국사회의 정치는 '나무'라고 생각해요. 너무 눈앞의 것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인이라면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당장 선거에서의 당선, 당장 위기를 넘길 방안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나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그렇게 느꼈던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위드코로나가 가장 큰 사례라고 생각해요. 거리두기를 풀어줬다가 한 달 만에 더 강화되었어요. 의료계열과 전혀 관련없는 저도 그 당시에 '지금 이렇게 풀어버리면 분명히 확진자가 확 늘어날텐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윗사람들은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아니 어쩌면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어요. 추측이지만 '소상공인들과 코로나에 지친 많은 사람들의 표를 더 얻어보려고 풀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차라리 거리두기 제한을 조금씩 풀었다면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진 않았을 것 같아요."

- 내가 정치를 한다면/ 정치인이 된다면 꼭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건 있어요. 정치인이니까 대통령도 되는 거죠? (웃음) 표 많이 받겠다고 뒷일 생각 안 하고 이런저런 정책 만드는 것! 절대 안 할 거예요. 최저시급이 오르는 건 좋지만, 앞뒤 계산 없이 무작정 올려서 결국 알바생들이 잘리는 걸 봤어요. 좋은 쪽으로만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서 단순히 '시급 올리면 좋은 거 아니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정책을 만들면 그에 따른 악순환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할 줄 알아야 해요. 시급을 올리면서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를 내려주는 방안 등등이요."

- 기성정치가 청년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n포세대, MZ세대 등)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를 MZ세대 등으로 묶어서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들을 이야기할 때 기성세대, 꼰대 등의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렇지만 세대를 통틀어서 '아 얘네는 잘 몰라~' 이런 식으로는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도 분명 많고요. 그리고 우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취급하면서도, 잘 배우고 클 수 있게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터뷰 초반, 계약갱신일 당일에 해고통보를 받은 딸기씨 동료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아찔했다. 동료의 비극에 자신의 미래를 비춰보고 두려움에 떠는 딸기씨를 보면서는 울컥했다. 불안정한 고용조건 때문에 매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이 어디 한 둘일까. 인간답게 살 우리의 권리를 박탈하며 회사도 사회도 유지된다는 게 씁쓸하다.

우리에게는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어디에나 원하는 일자리가 있는, 계약일이 다가오더라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청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태그:#청년, #정치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