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한미관계에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즉각 환수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74조 1항은 대통령에게 국군을 지휘통솔하는 통수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군 통수권의 핵심인 전작권이 미국에게 넘어가 있다.

이런 군사주권과 국가주권의 제약 상태는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작전통제권은 한 국가가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도 결코 다른 나라에 양도해서는 안 되는 주권의 핵심 요소로 이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는 것은 헌법상의 지상명령이다.   

미국-국내 수구세력의 조건에 매달렸다 전작권 환수 공약 저버린 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해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을 방문, 지휘통제실에서 근무 중인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해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을 방문, 지휘통제실에서 근무 중인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노태우 이래로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대통령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것은 군사주권 회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은 1994년 작전통제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눠 평시 작전권만 환수했다. 그런데 평시에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6개항의 연합권한위임사항(연합위기관리, 연합작전계획수립, 연합합동교리발전, 연합합동훈련 및 연습의 계획과 실시, 연합정보관리, C4I상호운용성)에 대해 작전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속빈 강정이 됐다.

노무현 정권 때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날짜까지 2012년 4월 17일로 못박았지만 이명박 정권은 환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안보환경의 변화,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평택미군기지 이전완료지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였고 실제로는 2012년 대선 승리를 겨냥해 국내 수구세력의 공고화를 노린 것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오바마 정권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2014.10.24.)에 합의함으로써 전작권 환수연도가 아예 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양해각서는 반북 대결적 입장과 대미 사대에 경도된 박근혜를 정점으로 한 극우세력들의 전작권 환수 뒤집기와 대테러전에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으로 선회한 오바마 정권의 대중 군사적 견제라는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공약했지만, 지난 12월 2일 열린 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끝내 임기 내 전작권 환수 약속을 저버렸다.

더구나 2022년 하반기 지휘소 연습에서 완전운용능력을 평가해도 검증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보장이 없고 이번 SCM에서 "한국의 핵심 군사능력과 동맹의 포괄적인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을 공동평가하기로 관문을 한 단계 더 높여놨다. 게다가 이후에는 3단계 평가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이라는 또 다른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전작권 환수에는 넘어야 할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데다가 미국이 앞으로 갖가지 이유와 조건을 들어 환수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차기 정부에서도 전작권 환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내 환수 공약 무산은 박근혜 때 미국과 합의한 전작권 환수 조건을 충족하는 데 매달린 결과다. 문 대통령은 집권 뒤 첫 한미정상회담(2017.6.30.)에서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 시점부터 사실상 임기 내 환수는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에 동의해버린 것은 대통령 후보시절 "(한국군이) 전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2017.4.27.)는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부인한 것이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의 부당성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는 환수 조건으로  첫째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군사능력 확보',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셋째 '안정적인 한반도 및 지역안보 환경관리'를 들고 있다. 

그러나 세 가지 조건은 애초부터 충족하기 어렵게 돼 있다. 우선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없다. 한미연합군의 맞춤형 억제전략과 작전계획 5015는 그 전쟁목표를 북한 점령, 북한군 괴멸, 북한체제 붕괴, 무력통일로 정하고 있는 바, 한국군이 이런 전쟁목표를 북한군을 상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공격승수의 2∼3배를 훨씬 넘는 전력을 동원해야 하나 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또 산악지형이 70%가 넘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환경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격에 의해서든 방어에 의해서든 무력화하기 어렵다. 그것은 북한이 지하대피시설 구축, 이동식 발사대, 다탄두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통해서 한미연합군의 공격과 방어를 피해 남한과 미일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환수 조건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전작권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으면 총족할 수 없는 조건이다. 

위 전작권 환수 조건 달성이 어려운 것은 미국이 검증기준을 자의로 높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전작권 환수 검증 기준인 '연합임무필수과제 목록(CMETL)'을 2019년 검증(초기운용능력)에서는 90개의 항목이었던 것을 2020년 하반기 실시 예정이었던 검증(완전운용능력)에서는 무려 155개 항목으로 대폭 늘렸다(<중앙일보>, 2020.8.24.).

전작권 환수는 조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2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2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전작권이란 본래 조건이나 능력에 따라 국가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작권은 외부의 무력공격으로부터 한 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자 군사주권과 군통수권의 핵심으로 그 어떤 조건과 능력 하에서도 결코 타국에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한 국가가 국가로서 존립하기 위한 주권적·헌법적 고유 권한이다.

설사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한국군은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2010년 6월 국방부는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재직 중(2006∼2008) "(한국군 지휘관들은) 지금 당장 독자적으로 자기나라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으며 월터 샤프 전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군 지휘관들은) 전시에도 국가방어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증언하였다.(뉴스타파, 2014.11.4.)

전작권 환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군수통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원천적으로 반헌법적이고 무효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를 폐기하고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를 대내외에 선포하면 그것으로 전작권 환수 절차는 마무리된다. 여기에는 아무런 국제법적 제약이 없다.  

방어적 군사전략·작전계획으로 바꿔 전작권 환수 길 열어야
  
현재 대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하는 이른바 맞춤형 억제전략에 입각해 있다. 또 대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5015는 그 전쟁목표가 북한 점령과 북한군 괴멸, 북한 체제붕괴로 돼 있다.

이런 초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은 평화통일을 규정한 헌법 또 전쟁을 불법화한 유엔헌장 2조4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군사적 대결을 첨예화하며 전쟁위험성을 높인다. 

초공세적인 맞춤형 억제전략과 작전계획 5015를 폐기하고 대신 방어적인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을 완화할 것이고 한국군의 전력만으로도 한국 방어를 할 수 있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도 크게 줄어 전작권 환수의 길도 열릴 것이다.

한국군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원되는 것 막아야

라 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2021.5.19)한 데서 보듯이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 환수 연도나 시기를 못 박는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전작권을 지렛대 삼아 한국군을 대중국 봉쇄를 위한 미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원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미 태평양미군과 미 본토방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성주의 사드를 성능개량하고 있다. 그와 함께 한미일 삼각 MD 및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구축, 콰드와 오커스 동맹에의 한국 참여 등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12월 열린 SCM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을 위한 군사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언론은 이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의 주요 목적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한국방어를 넘어 오키나와나 괌 등 태평양미군과 미 본토 등의 방어에 동원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역외 작전에 한국군을 동원하는 작전계획은 필히 대중국 작전에 한국군을 동원하는 것도 포함할 것이다. 올해 7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재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한미가 최신화에 합의한 연합 작전계획에 중국에 대한 대응방안도 담겨야 한다고 주장"(<연합뉴스>, 2021.12.25.)했는데 이는 새로이 작성될 작전계획에 대중국 작전이 포함될 것임을 뒷받침한다. 

또한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공동성명 16항)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한반도 역외작전)에 관한 2006년 1월 한미 합의에서는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라고 해 한국과 한국군의 중국-대만 분쟁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번 SCM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명시함으로써 양안 분쟁 시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을 열어주고 이라크 파병처럼 한국군마저 개입해 들어갈 물꼬를 터줬다. 만약 한반도 역외작전을 포함하는 새 작전계획이 수립되고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가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 유사'를 포함하게 된다면 한국군이 양안 분쟁에 동원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 수행이나 한국군의 미 태평양미군 및 미 본토 방어는 한국영역 방어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한국군을 대중패권전략에 동원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막고 한국이 대중 전초기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전작권 환수는 시급하다.  

차기 정부에 바란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2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거부 미국 규탄 기자회견' 손팻말 뒤로 주한미대사관이 보인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2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거부 미국 규탄 기자회견" 손팻말 뒤로 주한미대사관이 보인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우리의 미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번영이어야 한다. 이 길은 군사적 신뢰구축과 단계적 군축, 한반도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를 규정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및 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남한이 전작권을 환수해 군사주권을 회복할 때 비로소 책임과 권한 있는 당사자로서 북한과 군사적 신뢰구축과 단계적 군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하고 그 실질적인 이행을 보장할 수 있다.

또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는 미·중·일·러·대만 등 주변국들과의 우호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길을 가는 것을 철저히 가로막는 한미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그 첫걸음이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그리고 내년 들어설 차기 정부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합의 폐기'를 명확히 하는 가운데 즉각적인 '전작권 환수 입장'을 천명할 것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원의 오마이뉴스 기고, 2021.2.17 http://omn.kr/1s3ka )을 참조했음을 밝혀둡니다.


태그:#전시작전통제권, #전작권
댓글5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