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58.2%와 77.6%

성인은 일 년에 얼마나 책을 읽을까? 국민의 독서량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단골메뉴 같은 질문이지만 결과는 예상하듯 그렇게 높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TV와 OTT 등 책을 대체할만한 미디어도 많고, 과학기술과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독서를 소화하는 방법도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서두에 언급한 숫자는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의 독서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서 발표한 비율이다.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비율이 58.2%, "내 인생에서 독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7.6%나 된다. 

지난 16일, 페이스북 등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궜던 문학계의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저마다 선정의 기쁨과 탈락의 아쉬움이 교차됐는데, 선정 소식을 알리는 작가들은 포스팅에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내심 숨기지 않았다. 다양한 문학 공모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마도 단위사업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공개된 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래 '위원회')가 주관하는 '2021년도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결과다. 이 사업은 국내에서 꼭 읽을 가치가 있는 우수한 문학도서를 선정해 전국으로 배송해주는 프로젝트다. 대부분의 '문학상'이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는 흐름과 다르게 이 사업은 초판 발행하는 신규도서를 선정하는 것이 지원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독서 환경이 변하면서 작가도 시대적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 이전까진 책상 위에서 집필에만 몰두하던 방식에서 독자와 접점을 늘리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서 위원회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으로 타 지원사원과 차별화를 꾀했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500종을 위한 2차 홍보 활성화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한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지난 22일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집'에서 이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대훈 문학지원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가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대훈 문학지원부장이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대훈 문학지원부장이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이규승

관련사진보기

 
- 2017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됐다. 위원회에서 추진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사를 지원하는 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출판사를 통해서 작가를 지원한다. 솔직히 작가에게 금전적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크지 않다. 출판사와 구매계약을 맺고 도서를 구매 후 전국의 보급처에 배포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창작자 지원'이라는 위원회의 첫 번째 미션에 맞춰 이것만큼은 명확하게 하고 있다. 서점에서 판매되어 지급되는 인세와는 별도로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서 선정하고 구매한 도서에 대해서는 해당 선정도서 저자에게 문학나눔 선정도서의 저작권료(인세)를 반드시 지급하는 것.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만큼은 100% 지급하라는 것이다."

- 단순히 지원금만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책이 보급될 수 있는 고민을 했다.
"그렇다. 선정된 도서를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대 프로그램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예산이 늘어나면 작가와 독자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만난다든가, 책을 소개하는 인터뷰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예전과 다르게 작가들도 이런 부대 행사에 거부감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즐거워한다. 또한 이런 활동은 책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출판사와 작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부대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코로나19 이전, 2019년으로 기억한다.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서 아동문학 선정 작가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했었다. 전에는 작가들이 자기 책을 소개하는 단순한 강연 형태였는데, 체험 형태로 바꾸었다.

실제로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청중으로 온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고, 스토리를 이어가도록 직접 발표까지 시키면서 즉석에서 그림책을 만들어서 영상으로 보여줬다.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잠시나마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체험을 제공하는 게 가능하더라."

- 문학 작가들이 단순히 책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할 일이 생긴 것인가?
"요즘 아동문학 분야에서는 책을 내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그 책과 연관된 활동을 직접 기획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들은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흐름은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향유 프로그램과 관련이 깊다. '책을 홍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책을 펴내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웃음)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의 확산을 위해서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알리고 있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의 확산을 위해서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알리고 있다.
ⓒ 문학나눔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 시대 변화를 바라보는 현장의 문학 작가는 어떻게 생각하나?
"본 사업과 다르게 위원회의 <문학주간 작가스테이지>를 몇 년간 추진해왔는데, 작가들이 자신의 책 또는 관심 가는 주제에 관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선보이는 사례도 늘어났다.

작가 혼자 하기도 하고, 팀을 구성해 참여하기도 하는데, 직접 독자를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즐기는 작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작가들에게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게 창작자들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만 봐도 이 사업의 규모가 작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위원회의 2022년 문예기금 문학지원사업 예산이 다 합쳐도 45억 원 정도인데, 이 사업 하나만 51억 원이 넘는다. 일 년에 500종을 선정해서 종당 820만 원 이내의 예산으로 도서를 구매하게 되니 한 권당 1만 원으로만 쳐도 대략 800권을 구매해서 보급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학분야 출판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동기 부여와 격려가 되기도 한다."

- 선정되기 위해서 경쟁이 치열할 거 같다. 이 사업이 왜 매력적이라 생각하나?
"일 년에 약 4000여 종이 접수된다. 그 중에서 500종이 선정되니 대략 8대1의 경쟁률이라고 보면 되겠다. 우수한 책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방식인데, 소수의 작품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문학상'과는 달리 다양한 문학작품을 독자들에게 고르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지원할 때, 어떤 특별한 요건이 있는가?
"일 년에 동일 작가가 중복 선정되지 않게 관리한다. 연간 1명의 작가가 단 한 번 선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장르가 다르고 발간 기간이 다른 경우라면 연간 두 차례까지 선정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출판사에 너무 많은 선정도서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판사별 선정종수 제한 기준도 두었다. 또한 동일한 조건인 경우, 첫 책(신진작가), 지역출판사(지역균등발전)를 우대하는 기준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오히려 더 다양한 온라인 실험하게 돼"
 
문화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결과를 발표하는 홈페이지
 문화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결과를 발표하는 홈페이지
ⓒ 아르코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 선정된 도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전국에 약 4000군데로 배포된다. 도서관이 대표적이기는 하지만 복지시설, 노인시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쉼터, 교정시설 등 다양한 보급처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선정도서가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활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독서 활용 사례들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전국 17개 시도의 약 180여 개 보급처를 직접 방문하여 선정도서가 독자들을 잘 만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부대프로그램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코로나19 이전에는 밀집된 곳에서 단기간에 진행하는 페스티벌 방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그런 행사를 못하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령, '꼬꼬북(꼬리에 꼬리는 무는 북 추천)', '하루한줄', '책-check' 등 지속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여기에 작가가 미디어 영상을 통해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시도했다.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밀집된 축제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겠지만, 지금의 경험이 더욱 새로운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보태어질 것이라 믿는다."

- 변화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밖에 어떤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본인의 책은 물론 다른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활동을 작가들이 즐기고 있는 것을 몇 해 전부터 알게 됐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쇼핑라이브라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해보기도 했는데 반응도 좋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서 새로운 방식의 작가 참여 프로그램 계속 시도해볼 생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