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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규칙을 준수하고 용의 복장이 단정함.'

소설 <비밀생중계>를 쓴 김상미 작가는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적혔던 문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거슬러 올라가 이것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됐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어떤 때는 이렇게 읽힌다고 고백했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잘 따르고 성실하며, 누구에게도 특별히 모나지 않게 행동한다. 그러나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학생이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미천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자책하는 일이 잦았다.

"의견도, 개성도 없었어요. 선생님의 머릿속엔 제가 배경인에 불과하지 않았을까요? 사회에 나와 보니 열심히 한다고 잘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배운 거라곤 상대와 충돌 없이 지내기 위해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체념하는 것 뿐이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김상미 작가는 부대 프로그램인 '꼬꼬북(꼬리에 꼬리를 무는 북 추천)'을 통해 자신의 책인 <비밀생중계'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김상미 작가는 부대 프로그램인 "꼬꼬북(꼬리에 꼬리를 무는 북 추천)"을 통해 자신의 책인 <비밀생중계"를 소개하고 있다.
ⓒ 문학나눔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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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21년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1차로 선정된 책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1월, 6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문학나눔 선정도서를 발표한다. 소설, 수필, 시, 아동문학, 평론, 희곡 등 6개 장르에 걸쳐 일 년에 총 500종의 신간을 선정한다.

문학의 창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이 사업은 일반 지원사업과 다르게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지난 2017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이관 받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면서 차별점을 꼽자면 이것을 말하고 싶다. '단순히 책만 발간하는 지원금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

코로나19로 인해 더이상 대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수많은 작가와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온라인에서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그것은 문학 작가들이 릴레이로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꼬꼬북'(꼬리에 꼬리를 무는 북 추천)과 오디오북 형식의 도서를 소개하는 '하루한줄'이다.

위에서 소개한 김상미 작가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에피소드도 자신이 왜 <비밀생중계>를 쓰게 됐는지 사연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김 작가가 책을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해 동료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꼬꼬북)을 통해서 소개됐다. 자신이 창작했던 배경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동료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세상이 험악하고 힘든 역경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삶의 지혜를 공유하는 것이다. 김상미와 그가 소개하는 동료 작가는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또 다른 방법이 되길 바라며. 

김상미의 <비밀생중계>(궁리)
 
김상미 소설집 <비밀생중계>(궁리)
 김상미 소설집 <비밀생중계>(궁리)
ⓒ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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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영양제가 될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김상미 작가는 이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하루에 두세 알의 영양제를 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 먹는 영양제의 개수도 늘어나는 만큼 "먹는 영양제로 중요하지만,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마음의 영양제가 아닐까요?"라고 되묻는다. 마음을 치유하는 영양제는 어떤 것이 가장 좋냐고 묻는다.

여기에 김 작가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녹아든 문학 책을 추천했다. 문학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선물은 무궁무진하다. 작품을 통해 다양한 생활을 접하면서 주변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다. 우리가 간접적으로 만나고 들여다보는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태도를 경험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지혜를 얻고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음의 영양제'와 같은 책이라 부르는 <비밀생중계>는 책장에 꽂혀 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아 무너져 버린 책의 활자를 복원하는 '책 복원가'부터 미래에 대화가 없어지면서 박물관에서만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분더캄머 대화관', 저 사람의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 진심의 순도를 측정할 수 있는 'Soul 측정 카페'까지 총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날그날 많은 것이 바뀌어 가는 일상에 피로함을 느끼는 상황을 겪고 있는 현대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낸 소설이다.

김은지의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마음의 숲)
 
김은지 작가의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김은지 작가의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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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상미 작가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레스티학회 등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2020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한 김은지 작가의 책을 추천했다.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가 그것. 이 책은 재난을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지혜를 소개하는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담았다.

우리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으면서 현대인이 불러일으키는 공감과 삶의 방향, 자세를 탐색할 때 도움이 된다. 재난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경험했던 보석 같은 순간뿐 아니라 그때 나오게 된 기적 같은 희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고난과 역경을 치유하는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 특징이다. 연대·돌봄·치유·성장 등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됐는데, 이 책을 소개한 김상미 작가는 추천한 이유를 이렇게 공개했다.

"저는 항상 책을 읽을 때 감명 깊은 부분에 줄을 긋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중고서적에 책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웃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페이지 하나 줄을 긋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이 책을 읽는 순간, 저도 마음의 상담을 받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무엇보다 감명깊은 코너는 재난을 겪은 학생들 옆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하고 이야기인 '돌봄'을 비롯해 '산소 마스크를 엄마가 먼저 쓰는 이유', '쿵푸팬더', '경계를 지켜주세요' 등이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왔단다.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자신의 고백부터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장통을 이겨내는 방법까지 마음의 영양제와 같은 두 권의 책을 통해 두 작품은 마음의 병이 치유되길 바란다. 

"어느 하나 힘든 거 없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보면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가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그중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마음의 영양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 국내 최초 단원고 스쿨 닥터 김은지 원장의 마음 토닥토닥

김은지 (지은이), 마음의숲(2020)


비밀생중계 - 김상미 소설집

김상미 (지은이), 궁리(2021)


태그:#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김상미, #김은지, #도서보급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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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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