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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혹시 오늘 생리휴가 써도 괜찮을까요?"

새로운 직장에 취업한 지 2주 쯤 지났을 때 큰 마음을 먹고 사내 채팅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비록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유급에서 무급으로 바뀌긴 했지만, 생리휴가는 노동자의 권리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제도였다. 그러나 대다수 직장에서 생리휴가를 쓰겠다는 말을 할 때면 큰 결심과 결단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었다. 생리휴가가 있는지도 모르는 회사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보낼 당시, 몸이 안 좋아 쉬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일하는 공간의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이 곳은 생리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곳일까? 그 질문의 답은 필연적으로 내가 일하는 공간의 노동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능하기도 할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생리휴가를 사용하여 잘 쉬었다. 생리휴가를 쓰겠다고 말했을 때는 몰랐지만, 이미 내가 취업한 곳에는 아예 내규로 월 1회 생리휴가를 명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유급이었다. 사내 내규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만드는 작업을 했다는 여성 전임자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내친김에 사무실에서 쓸 공용 생리대를 사자는 말도 꺼냈다. 직원도 쓰고 사무실에 오는 손님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생리대가 있으면 좋으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꺼낸 제안이었는데 이 제안도 다행히 쿨하게 받아들여졌다. 곧 화장실에 공용 생리대가 비치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터부시되는 여성의 생리
 
사무실 화장실에 비치된 공용생리대
 사무실 화장실에 비치된 공용생리대
ⓒ 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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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들이 큰 갈등 없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은 조직구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무실의 상임이사는 여성이다. 팀장도 여성이다. 직원들도 여성이다. 나도 여성이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죄다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다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해외 지사에서는 페미니스트 남성 팀장이 일하고 있다. 회사 책장에는 페미니즘 서적이 꽂혀 있고, 점심시간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래서 생리의 문제가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이고, 정부가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직장에서나마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생리가 터부시된다. 생리는 감추어야 하고, 생리통은 개인의 문제이지 조직이 책임져야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당장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생리휴가를 써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8년 100인 이상 기업의 대리급 이상 여성 직원 2347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겨우 19.7%의 사람만이 생리휴가를 썼다고 답했다. 아마 100인 이하 기업이거나 신입사원은 생리휴가를 더더욱 사용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다만 직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생리 공결 제도도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생리공결이 있더라도 교수 눈치가 보여서 못 쓰는 학생들도 많다. 운 나쁘게 나는 생리공결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학에 다녔기에 아파도 참으며 학교에 출석해야 했다. 그러니까, 아직도 많은 공간에서 생리통으로 한 개인이 크게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쉬어야 한다는 사실은 별로 관철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이후 접근하기 어려워진 공공생리대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며, 검은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비폭력 저항을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며, 검은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비폭력 저항을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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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문제만 문제가 아니다. 생리를 한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지불해야하는 비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리대 하나당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 중 한 곳이다. 그럼에도 생리대가 안전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몇 해 전 '발암 생리대' 파동이 한국 사회를 휩쓴 이후에도 제대로된 연구 결과나 시정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비싼 생리대' 문제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리대 지원 사업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 형태 중 하나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후 생리용품 구입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별로 공공기관에 비치하고 있는 공공생리대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학교도 문을 닫아 생리용품을 받을 수 없었던 탓이 크다.

지난 5월 말에 진행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청소년 1234명 중 학교나 보건실, 지역아동센터 등 공공시설에서 제공하는 월경용품을 이용해본 청소년은 고작 35%에 지나지 않았다. 운 좋게 생리용품을 받을 때조차 교사 등의 면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코로나 이후 비용 때문에 생리용품 구입을 망설인 청소년은 74.7%에 달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만 11세 이상 만 18세 이하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바우처 국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그 대상이 워낙 적다. 지난 6월 1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전체 청소년 수의 고작 7%만이 국비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다. 광주나 경기도, 전라북도처럼 지자체별로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는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구와 서울처럼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를 만들어놓고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지자체도 있었다.

2022년 선출될 새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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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스코틀랜드에서는 '월경 빈곤(매달 기본적인 생리용품 구매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칭한 말)'을 퇴치하기 위해 생리용품 무상공급을 결단했다. 지자체별로 자체적으로 공공기관 생리용품 구비를 선택한 한국과 다르게 나라 차원에서 모든 공공장소에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201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생리용품에 붙는 판매세인 '탐폰세(tampon tax)'를 없애자는 법안이 주 하원에서 통과되었다.

이러한 결단들은 여성의 생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생리는 한 국가 국민의 위생, 건강, 인권에 결부된 문제이기에 사회가 보장해야한다. 깔창 생리대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불쌍하고 가난한 여성 청소년'을 강조하며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 확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생리휴가 보장과 무상 생리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이는 생리의 문제가 보편 인권의 문제라는 상식이 아직 정립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2022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대선후보들에게 여성의 생리를 인권의 관점에서 다뤄주길 요청하며 두 가지 아이디어를 던지고 싶다. 하나는 생리휴가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안전한 생리용품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를 시행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공공기관과 정부기관 내부의 생리휴가 사용 실태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당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청 여성 공무원 중 생리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0.4%였고, 울산과 세종과 전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자체 공무원부터 생리휴가를 못 쓰고 있는데 일반 회사에서 일반 직원들이 어떻게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나 싶다. 어떤 조직문화 때문에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지 정부에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생리휴가를 다시 유급화하는 방법과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생리휴가를 필수화하는 조치들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생리용품을 안전하고 값싸게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듯하다. 스코틀랜드처럼 공공장소에 생리용품을 비치하는 것을 의무화할 수도 있고, 재난지원금처럼 생리를 하는 사람에 대해 바우처 카드를 나눠줘 각자의 몸에 맞는 제품을 알아서 사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월경용품 가격안정화법)처럼 생리용품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법 개정도 추진해볼 수 있다. 생리용품을 아예 의료보험 제도에 편입시켜 안전하고 값싼 생리대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무튼,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숨겨야 하는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닌 생리에 대해 끊임없이 말 할 마음만 있다면. 2022년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의 입에서 "생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 수치도 낙인도 아닌 권리로서의 생리 휴가, 안전하고 값싼 생리대 문제가 논의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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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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