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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캠프의 '비니좌'라 불리는 공동선대위원장이 공유했던 글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정상'인 여러분, 이제는 겁내지 말고 더 이상 숨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논란이 된 인스타그램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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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를 검정고시, 가난 등에 대한 '혐오'라고 비판했고, 5.18, 백신 등에 대한 여러 설화가 계속되며 결국 그는 9일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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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1) 가난하지 않고, 2)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 3) 옳바른(올바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 4) 인격을 가진 사람 등을 '정상' 이라고 규정한다.

가난한 사람들, 불행한 가정 환경을 가진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필수처럼 여겨지는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지 않은 사람들, 고졸자들, 검정고시 출신들 모두에게 상처 주는 발언이었다. 산골에서 공부하며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기자에게도 특히 이 글은 안타까웠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글을 쓴 사람이나 이 글을 공유한 '비니좌'가 검정고시나 가난을 '혐오'하려고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상대편 대선 후보를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을 것이다.

글의 표현에 대한 분노는 잠시 접어두자. 대신 이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관성 한 가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 관성은 우리를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의 테두리로 나눠 분열시키고, '정상'이 아닌 이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정상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정상적인 사람이란 누구일지 정의 내리는 것은 어렵다. 시대에 따라, 사람마다, 지역마다 보편이라 불리는 기준은 차이를 보인다. 한 세대 전까지는 대한민국에서 결혼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구가 되었다.

반 세기 전에는 남자가 어딜 부엌에 들어오냐고 했지만, 이제는 남성 주부들이 수십만명에 이른다. 이렇듯 정상이라는 것의 절대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그러한 시도는 단지 무례하고 비생산적일 뿐이다.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
 
스쳐가듯 본 결혼정보회사의 유튜브가 생각난다. 사람들이 짝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본 영상이었다. 처음에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해 늘어 놓는다.

서울에 거주할 것, 수도권에 자가 아파트가 있을 것, 안정된 직장일 것, 키는 175cm 이상일 것, 몸매는 뚱뚱하지 않을 것, 탈모가 없을 것, 부모의 노후 준비는 끝나있을 것 등등. 하나 하나 한국 사회에서 결혼할 때 필수조건, '정상'처럼 받아들여지는 조건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내 커플매니저로부터 한소리 들으며 꿈에서 깬다.

"그런 백마 탄 왕자님, 유니콘은 세상에 없어요!"
 
대한민국에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이는 없다. 누구나 어떤 카테고리에서는 다수의 집단에 들어가거나 '정상'이라 불리지만 어떤 카테고리에서는 소수자나 '비정상'이라 불릴 수 있다. 그것이 성별이든, 학력이든, 부모이든, 가난이든, 성 정체성이든, 정치적 성향이든 말이다.

과연 글쓴이나 저 글을 공유한 '비니좌'도, 아니 우리 모두도 마치 저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간 사람처럼 '정상'의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기에도 그런 조건으로 사람을 나누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회가 '비니좌'가 그린 대한민국은 아니길 바란다.
 
기자는 운 좋게도 한국땅에서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종 부모님 아래 남자로 태어나 사지 멀쩡한 20대의 학자금대출 없는 대학생이 되었다. 이런 부분은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정상'에 속한다 하겠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 검정고시 출신인 것은 '비정상'이라 흔히 말하는 소수 집단에 속한다.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이다.
 
'사회통합'을 위해 정말로 해야 할 일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다, '보편적인 상식'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우리가 교육, 부모, 가난 등으로 '정상'을 판단한다면 다른 요소 또한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판단 기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 있는가. 그것이 피부 색깔, 인종이 될지, 정치적인 성향이 될지, 성별이나 유전적인 정보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사람을 나누는 일은 이미 80년 전 전체주의, 나치즘이라는 이름 하에 널리 퍼졌고, 그 끝은 모두가 알다시피 유대인과 장애인, 집시를 포함한 수천만명의 희생으로 끝났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지금은 2021년이다.
 
이 글을 보며 몇 가지 항목이 '정상'이라 안도하며 '비정상'인 이들을 내려다볼지라도, 그것이 순간 증발하는 허세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테두리를 나누고 선 밖의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를 불행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소속감과 단합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캠프의 슬로건처럼 진정으로 '사회 통합'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 테두리를 먼저 부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삭제된 '비니좌' 선대위원장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싶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정상인'은 없다고. 그렇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세상에서 대체 누가 행복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스물 세 살 학생기자입니다.


태그:#검정고시, #노재승, #비니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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