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외국인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

대한항공의 외국인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 ⓒ 대한항공 배구단 홈페이지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풀세트 접전 끝에 꺾고 선두로 올라섰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3라운드 삼성화재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17 22-25 25-18 23-25 15-10)로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질주한 대한항공은 8승 6패, 승점 24로 한국전력(승점 22)을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로 도약했다.

반면에 삼성화재는 마지막 5세트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2연패의 늪에 빠졌다. 비록 두 세트를 따내며 승점 1점을 추가, 빈손은 아니었으나 6승 8패 승점 19로 6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 공격수의 차이가 희비 갈랐다 

이날 승부는 양 팀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갈렸다. 대한항공은 경기 시작부터 링컨 윌리엄스가 호쾌한 공격을 선보이며 주도권을 잡았다. 여기에 정지석과 임동혁 등 토종 공격수들까지 힘을 보태며 한때 10점 차 이상 달아나기도 했다. 반면에 삼성화재는 카일 러셀이 몸이 덜 풀린 듯 범실을 저지르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다행히 삼성화재는 2세트 들어 러셀이 살아나며 2세트를 따냈으나, 3세트는 다시 대한항공의 분위기였다. 링컨, 정지석, 임동혁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의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며 삼성화재의 수비를 무력화했다. 반면에 삼성화재는 중요한 순간마다 범실로 점수를 헌납하며 단 18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고희진 감독이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한 삼성화재는 4세트에서 다시 힘을 쥐어짰다. 대한항공의 공격은 여전히 강했으나, 러셀을 앞세우고 한상길과 신장호의 득점으로 추격했다. 정지석에게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며 22-23으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으나, 러셀이 서브 에이스를 포함해 기적 같은 3연속 득점을 올리며 25-23으로 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을 이끌고 분투해온 삼성화재는 한계에 달했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범실을 남발했다. 대한항공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정지석의 서브 에이스와 곽승석의 오픈 공격 등으로 치고 나갔다. 

꾸준히 4~5점 차 이상 앞서나가며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간 대한항공은 유광우의 서브 에이스와 링컨의 오픈 공격으로 마지막 5세트를 15-10으로 따내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고, 삼성화재의 추격전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정지석 오고 부담 덜어낸 링컨 '일취월장'

대한항공의 링컨은 무려 66.66%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2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가히 V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전히 한국과 대한항공의 배구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에 삼성화재의 러셀은 23점을 올렸으나, 공격 성공률은 35.59%로 저조했다. 개인 범실도 17개나 쏟아내며 그답지 않은 부진을 보였다. 물론 러셀에게만 패배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정지석과 임동혁 등이 버티고 있는 대한항공과 달리 삼성화재는 러셀 혼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컸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그치며 숨을 골랐으나, 삼성화재의 리빌딩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2021-2022 프로배구 삼성화재를 꺾고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2021-2022 프로배구 삼성화재를 꺾고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 대한항공 배구단 홈페이지

 
대한항공도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때문에 부침을 겪어야 했다.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를 영입했으나 부상을 당하면서 중도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고,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를 데려왔다. 이미 2년간 한국 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는 요스바니는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대한항공의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요스바니는 대한항공과의 재계약 대신 유럽 진출을 선언하며 올 시즌 V리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 가장 낮은 7순위를 부여받은 대한항공은 새 외국인 선수로 호주 출신의 링컨을 선택했다.

가장 늦게 선택을 받은 만큼 링컨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고, 프랑스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지만 한국 무대는 처음인 데다가 점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 진출 '턱걸이' 링컨... 뚜껑 열어보니 '복덩이'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링컨은 지난 10월 16일 열린 우리카드와의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트리플 크라운'(후위 공격·서브·블로킹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하며 양 팀 최다인 31점을 올리는 등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공격 성공률도 70.59%나 될 정도로 높았고, 어려운 볼도 득점으로 연결하며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점프력은 평범하지만 키가 2m로 크고, 힘이 좋아 서브 능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 정지석이 사생활 논란으로 징계를 받아 올 시즌 초반 코트에 서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이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링컨의 활약 덕분이었다.

더구나 정지석이 최근 징계를 마치고 복귀하며 부담이 줄어든 링컨은 더욱 가벼워진 몸으로 공격에 나서고 있다. V리그에서 보기 드문 왼손잡이인 데다가 라이트와 레프트를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정지석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대한항공은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유난히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도 대한항공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링컨과 정지석이라는 걸출한 '쌍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지석이 없는 동안 공격은 물론이고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까지 선보이며 궂은일을 도맡은 링컨은 어떤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은 '효자 용병'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1-2022 남자프로배구 순위 현황

2021-2022 남자프로배구 순위 현황 ⓒ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대한항공 삼성화재 링컨 윌리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