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 기구한 인연이 또 하나 이어졌다. 더 물러설 곳 없는 승격-강등 플레이오프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린 득점과 도움의 주인공 모두 친정 팀을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초반까지 강원 FC 유니폼을 입고 9게임을 뛰었던 마사가 이 중요한 게임에서 대전하나 시티즌 유니폼을 입고 기막힌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완벽한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마사의 짧은 패스를 받아 깔끔한 결승골을 터뜨린 이현식도 2020년까지 세 시즌 동안 강원 FC 유니폼을 입고 79게임(7골 5도움)이나 뛴 선수다.

이민성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전하나 시티즌(2021 K리그2 2위)이 8일(수) 오후 7시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 FC(2021 K리그1 11위)와의 홈 게임에서 이현식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이 기세를 몰아 일요일 오후 2시 강릉에서의 만남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생 걸고" 뛰는 마사의 완벽한 어시스트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후반전 경기. 선취골을 넣은 대전 이현식이 마사와 포옹하고 있다.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후반전 경기. 선취골을 넣은 대전 이현식이 마사와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교적 쌀쌀한 날씨,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대전 한밭운동장 관중석에는 6171명의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강원도에서 몰려온 어웨이 팀 서포터즈도 여럿 있었지만 그만큼 대전 축구팬들의 승격 기대감이 크다는 증거였다. 비록 많은 골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보는 이들 모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박진감 최고조의 게임이었다.

지난 10월 10일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의 홈 게임 4-1 승리를 이끌며 미드필더로서 이례적인 해트트릭 기록을 남긴 뒤 우리말로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 합니다!"라는 놀라운 소감을 남긴 일본 선수 마사가 단연 이 게임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묘하게도 마사(일본명 이시다 마사토시)의 전 소속 팀은 강원 FC다. 비록 이번 시즌 초반 9게임 기록만 찍고 시즌 도중 대전하나 시티즌으로 이적했지만 2020시즌 수원 FC 소속 27게임 10골 4도움 큰 활약으로 팀을 1부리그에 승격시킨 경험이 있기에 대전하나 시티즌 선수 그 누구보다 도전 의지가 강한 선수다.

이 경험들과 강한 의지를 입증하듯 마사는 전반전부터 친정 팀 강원 FC의 골문을 위협했다. 게임 시작 후 25분 만에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실력을 뽐냈다.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마사의 이 슛을 강원 FC 골키퍼 이광연이 자기 왼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멋지게 쳐낸 것이 전반전의 백미였다.

그러더니 후반전에는 마사가 더 놀라운 축구 실력을 보여주었다. 51분에 천금의 결승골을 도운 것이다. 강원 FC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흐른 공을 잡은 마사가 상대 선수 둘을 단번에 따돌리고 완벽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마사가 따돌린 두 선수가 강원 FC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미드필더 한국영과 센터백 임채민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완벽한 어시스트를 받아 오른발 결승골 주인공이 된 이현식도 지난 시즌까지 3년간 강원 FC의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한 바 있기에 이 결승골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전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전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소방수로 최용수 감독을 급하게 데려온 강원 FC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기에 실점 뒤 3분 만에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았지만 골대 불운에 대전의 밤하늘을 쳐다보기만 했다. 김대원이 자로 잰 듯 오른발로 차 올린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임채민이 오른쪽 무릎으로 과감한 발리슛을 날렸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김동준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대전하나 시티즌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최용수 신임 감독은 오늘로 만 25살 생일을 맞이한 황문기를 비롯하여 왼쪽 측면에 츠베타노프, 골잡이 마티야까지 차례로 들여보냈지만 끝내 대전하나 시티즌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강릉으로 돌아가게 됐다. 두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오는 일요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이어지는데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이 마지막으로 적용되는 게임이기에 양팀 모두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2게임 합산 결과가 앞선 팀이 2022년 K리그 1으로 향하는 막차에 올라탈 수 있다.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12월 8일 오후 7시, 한밭 종합)

대전 하나시티즌 1-0 강원 FC [득점 : 이현식(51분,도움-마사)]

대전 하나시티즌 선수들
FW : 파투(46분↔김승섭), 공민현(68분↔바이오), 원기종
MF : 서영재, 마사(80분↔김민덕), 이현식, 이종현
DF : 이웅희, 박진섭, 이지솔
GK : 김동준

강원 FC 선수들
FW : 김대원, 이정협
MF : 정승용(69분↔츠베타노프), 한국영, 김대우(83분↔마티야), 신창무(58분↔황문기), 임창우
DF : 윤석영, 임채민, 김영빈
GK : 이광연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일정
12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
강원 FC - 대전 하나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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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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