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9 07:11최종 업데이트 21.12.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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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연말 발행하는 <세계대전망>에는 이듬해 열리는 각국 대선 결과 예측도 담고 있다. ⓒ 김시연

 
[검증대상] "<이코노미스트>가 당선 예측한 대선 후보들 낙선"

국내 언론은 7일 영국 경제 매체인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과거 이 매체에서 한국 대선 당선자를 예측했다 실패한 사례들이 확산됐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노무현 당선), 2012년 18대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박근혜 당선), 2017년 19대 대선에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문재인 당선) 당선을 예측했지만, 모두 틀렸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이코노미스트>의 당선자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따져봤다.
 

국내 언론이 7일 영국 경제 매체인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고 보도하자, 인터넷에는 과거 이 매체에서 한국 대선 당선자를 예측했다 실패한 사례들이 확산됐다. ⓒ SNS 갈무리

 
[검증내용] 이코노미스트 역대 한국 대선 예측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연말에 이듬해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예측한 전망서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발행한 <2022 세계대전망> 한국어판에서는 "진보주의 성향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직과 의회의 압도적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3월 선거에서 보수당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석열이 현 정부의 부진한 백신 보급률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혜택을 받으면서 청와대의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윤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가 부족한 데다, 그나마 '부진한 백신 보급률'이란 분석조차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율이 80%를 넘은 지금 상황과 동떨어져 비판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2022 세계대전망> 중 '2022년 국가별 주요 지표' 중 대한민국 부분. 빨간색 박스 안의 내용이 내년 대선 전망과 관련한 내용이다. 이 부분을 집필한 사람은 특정되지 않았고, 출처로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라고 표기돼 있다. ⓒ 김지현

 
과거에도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대선 당선자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이듬해 12월 치르는 한국 대선 1년 전에 예측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인데, 아예 당선자 예측을 회피한 경우도 있었다.

[2002년 대선] 이회창 당선 예측했지만 노무현 당선

이 매체는 2002년 1월에 발행한 2002년 판(<The world in 2002 세계대전망>) '국가별 주요 지표' 대한민국 편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속해 있는 새천년민주당에는 그의 카리스마에 견줄 만한 인물이 없어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1월에 발행한 2002년 판() ‘국가별 주요 지표’ 대한민국 편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속해 있는 새천년민주당에는 그의 카리스마에 견줄 만한 인물이 없어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 김시연


하지만 그해 12월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 당선됐다. 이 책이 발행된 시점에는 각 당 대선 후보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는 노무현 후보보다 이인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았다.

[2007년 대선] 당선자 예측 없이 '노무현 레임덕'만 강조

2006년 12월에 발행된 '2007년 판'에는 차기 대선 당선자 예측이 아예 빠졌다. 당시에도 여당 후보도 가려지지 않았고, 한나라당에선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경합하고 있었다.

대신 "노무현 대통령은 2008년 초로 예정된 단일 임기 마감에 가까워지면서 권위를 잃게 될 것"이라며 "여러 번의 선거 패배와 강제 사퇴 등은 열린우리당의 세력을 약화시켰으며 열린우리당은 현재 체제로 12월 선거까지 기다리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당시 여당에 대한 비관적 전망만 담았다.

17대 대선을 불과 1주일 정도 앞둔 2007년 12월 10일 발행된 '2008년 판'에선 "2008년은 어렸을 때 서울 거리에서 쓰레기를 수거했으며, 후에 서울시 시장이 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시작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때는 이미 대선 판세가 이명박 쪽으로 기운 상황이라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2012년 대선] 박근혜 예상했다 '단일화' 변수에 '문재인 가능성' 보도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12월 발행된 ‘2012년 판’에서 “(2012년) 4월 총선으로 대선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집권 여당 한나라당(당시 새누리당)은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이명박의 뒤를 이을 막강한 후보는 한나라당 내부의 주요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이다”라고 박근혜 당선을 점쳤다. ⓒ 김시연

 
18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발행된 '2012년 판'에서는 "(2012년) 4월 총선으로 대선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집권 여당 한나라당(당시 새누리당)은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이명박의 뒤를 이을 막강한 후보는 한나라당 내부의 주요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이다"라며, 일찌감치 박근혜 당선을 점쳤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본지는 2012년 8월 13일자 기사('Moonrise and the kingmaker')에서 "안철수가 만들 다음 왕은 문재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The prospective king for Mr Ahn's making would most likely be Moon Jae-in)"라며,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문재인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3자 구도에서 줄곧 앞섰지만, 11월 말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좁혀 선거일까지 당선자 예측이 쉽지 않았다.
 

2012년 18대 대선 전 1년간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다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 한국갤럽

 
다만 18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2012년 12월 15일 발행한 2013년 판 <세계대전망>에서는 여전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도자만 바꾸어 계속 집권할 수도 있다"면서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꼽히는 박근혜는 재벌 지지를 어느 정도 줄이겠지만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친기업정책을 추구할 것이다"라고 박근혜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2017년 19대 대선] "반기문 대통령 낳을 것" 예상했지만 조기 낙마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그해 12월 15일 발행된 2017년 판 <세계경제대전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레임덕 상태로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고 대통령이 속한 보수 새누리당은 후임자를 물색하는 데 눈을 돌리면서 경제 분야의 규제 개혁은 실현되지 않고 용두사미로 막을 내릴 예상이다"라고 전망했다.

2017년 판에서 스테파니 스투더 당시 <이코노미스트> 서울지국장은 <'반'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환멸과 반목이 반기문 대통령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을 준비시켜 선거로 이끌어가려고 절박하게 노력할 것"이라면서 "일부에서는 반 총장이 그 직책을 맡은 사람들 중 가장 둔하다고 봤지만 한국에서는 유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스테파니 스투더 당시 <이코노미스트> 서울지국장은 2017년 판 <세계경제대전망>에서 쓴 <‘반’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환멸과 반목이 반기문 대통령을 낳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김시연

 
실제 스투더 지국장이 글을 썼던 2016년 하반기에는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2017년 2월 출마를 포기했고, 결국 문재인 후보가 당선했다.

[전문가 의견] "<이코노미스트> 예측, 정확도 낮아"... "국내 언론 받아쓰기 부적절"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당시 국내 여론조사 분위기를 보고 쓴 것 같다"면서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계속 앞섰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반영하지 못해서 틀렸을 가능성이 있고, 반기문 전 총장은 국제 활동을 오래했기 때문에 영국 입장에서 보면 친숙한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매체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근거 자료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설득력과 공신력이 떨어진다"면서 "그런 걸 국내 언론이 기사화해 우리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과거 사례를 봐도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외국 언론에서 발표했다고 해서 객관성이나 구체적인 근거 자료도 없는 내용을 받아쓰는 것은 잘못된 보도 행태"이라면서 "사람들은 발표 내용에 신뢰도가 있든 없든 신뢰할 가능성이 높고 자칫 여론 왜곡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검증결과] <이코노미스트>가 찍은 대선 후보들 낙선? '대체로 사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002년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선을 예측한 이회창 후보와 반기문 전 총장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또 2012년 대선 1년 전에는 박근혜 당선을 예상했지만, 이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코노미스트>에서 당선 예측한 대선 후보들이 탈락했다는 지적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당선 예측한 후보들 떨어졌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 주장일
    2021.12.07
  •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출처링크
  • 근거자료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02 세계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02.1.10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12 세계경제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11.12.8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13 세계경제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12.12.15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07 세계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06.12.25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08 세계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07.12.10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in 2017 세계경제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16.12.15 발행)자료링크 스테파니 스투더 이코노미스트 서울지국장, ‘반’이 바로 그 사람이다'('The world in 2017 세계경제대전망 2016.12.15)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The world ahead 2022 세계대전망'(한국경제신문, 2021.12.9 발행)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Moonrise and the kingmaker’(2012.8.13 인터넷판)자료링크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12.8)자료링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12.8)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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