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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로 국가 비상사태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 동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23일에 소말리아 정부가 가뭄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에 앞서 11월 7일에는 케냐 정부가 마찬가지로 가뭄으로 인한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이 날, 모하메드 후세인 로블레 소말리아 총리는 짧은 영상을 통해 국제사회에 가뭄의 심각성을 알리며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비상사태 선포에 앞서 11월 19일에 유엔은 소말리아 전체 74개 중 57개 구역에 거주하는 230만 명이 심각하게 물, 식량, 목초지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의 20%에 해당된다. 

유엔은 소말리아 국토의 80% 이상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현재까지 10만 명의 주민들이 물, 식량, 목초지를 찾아 집을 떠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부와 남부 지역의 피해가 크며, 더 큰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뭄의 원인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세 차례의 우기 동안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것을 꼽았다.

소말리아는 4월에서 7월 사이에 짧은 비가 내리고, 10월에서 12월 사이에 큰 비가 내리는데 많은 비가 내리는 하반기 우기가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12월초까지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올해보다 내년초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음을 뜻한다. 

가뭄은 소말리아의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1991년에 시아드 바레 정권이 붕괴된 후, 소말리아의 비공식 경제는 농축산업과 송금을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65% 이상의 인구가 가축 관련 생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가축 산업은 인근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케냐로 수출되며 수출 경제의 80%를 지탱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현재 소말리아 농작물 가격은 상승하고, 가축 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11월 19일, 유럽연합인도지원사무국(ECHO)의 발표에 따르면, 물 가격은 2배, 주식인 수수는 3배가 각각 상승했다. 반면 양은 한 마리에 250 미화달러에서 70 미화달러로 3배 이상 하락했다. 

가뭄으로 가축이 쓰러지면 경제가 휘청이는 것은 물론, 아동의 영양실조와 질병도 확산된다. 양과 염소의 젖은 5세 미만 아동에게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가축이 쓰러지는 것을 기아에서 기근으로 발전하는 전조로 해석한다.

소말리아의 가축은 가뭄 외에 사막메뚜기와도 경쟁하는 상황이다. 2020년초에 대량으로 발생한 사막메뚜기떼가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를 덮치면서 농작물과 목초지를 모두 먹어버린 것이다. 2016년과 2017년에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잠시 회복기를 거치고 있던 소말리아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국제사회는 동아프리카 9개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사막메뚜기떼의 번식을 막기 위해 올해 초 방제 기금을 조성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지역 단위의 메뚜기떼 방제 작업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발이 묶였다. 이에 소말리아는 올해 2월에 사막메뚜기떼 발생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소말리아는 불과 9개월 사이에 두 차례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를 수습해야 하는 리더십은 불안정한 상태다.

올해 초 예정되었던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연기되면서 내부 분쟁은 다시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소말리아가 7월에 상원의원 선거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선거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며 계속 늘어지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소말리아의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대통령 선거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한편, 소말리아는 1990년 이후에 30 차례 이상의 기후 재난을 겪었다. 가뭄이 12 차례, 홍수가 19 차례 있었다. 

태그:#소말리아, #가뭄, #국가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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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NGO에서 커뮤니케이션 일을 해왔습니다. 만화를 좋아해서 잠시 에이코믹스에서 글을 썼습니다. 자유, 상상력, 이별 따위의 주제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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