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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의인'으로 불린 김동수씨와 그의 부인 김형숙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전문을 게재합니다.[편집자말]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살고자 발버둥치던 열정마저 사라졌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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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입니다. 대통령님을 처음 뵌 것은 대선 선거운동을 하러 오셨을 때 김만덕기념관에서였습니다. 그 당시 후보님을 뵌 것만으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당시의 살고자 발버둥치던 열정마저도 사라졌습니다. 약에 의존해 살아가는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암담하기만 합니다.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혼자만 무엇을 결정해서 해결하지도 못하고 다가올 모든 일들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대통령님께 몇 자의 글을 올리는 것도 아내의 도움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매일 기도를 하는 것은 제발 하루라도 더 온전한 정신으로 남아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제가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에 오늘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 달라고 바라고 또 바라고 있습니다. 

저의 바람은 대통령님 임기 기간 동안에 세월호에 대한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시어 잘못한 사람에게 확실한 처벌을 하여주시고 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예우를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딸들에게도 이 아빠가 짐이 되지 않고 딸들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짐을 나누어져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워져 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영광스럽게 임기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제주도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드림.


[아내 김형숙] "제주에 트라우마 센터 생겼지만 김동수는 해당 없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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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주에 사는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아내입니다. 대통령님께 자필로 편지를 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네요. 처음 편지를 쓴 것은 대통령님이 대선 후보로 제주에 오셨을 때 피 끓는 마음으로 썼을 때입니다. 

그 당시 후보님이 제주에 오신다 하여 여러 방면으로 대통령님을 만날 방안을 강구하였고 드디어 성사가 되어 기대가 많았습니다. 사람이 절박하다 보니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 당시 남편 동수씨는 최악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살아 있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희가 지난 7년 7개월 동안 지나온 삶을 담은 만화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를 통해 꼭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책의 내용은 저희가 겪은 일에 절반도 안 될 것입니다. 남편은 트라우마 치료도 되지 않았고 방치하듯 버려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살아왔기에, 성인 남자라는 이유로 동수씨의 트라우마는그 누구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딘가에 하소연을 하면 죽은 사람 가족들도 있는데 그래도 살아왔다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것입니다. 하물며 청와대 행정관님께서도 동수씨가 청와대 앞에서 자해를 했을 때 병원에 찾아와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은 어떠한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고 어떤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그냥 본능적으로 사람을 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늘 더 많이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는 가장으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비단 남편만의 고통이 아닌 저와 제 딸들에게까지 전이돼 헤어 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남편과 저희 가족이 가장 상처를 많이 받았을 때는 2017년 8월 16일 세월호 피해자들이 청와대에 초청됐을 때입니다. 물론 그 많은 피해자들을 모두 초청할 수는 없었겠지요. 차라리 다 초청하지 못할 거였으면 유가족만 초청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유가족은 물론이거니와 동수씨가 구해준 학생도, 학생의 부모도, 먼저 나온 화물기사도 초청돼 갔는데 제주도 생존자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오라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동수씨도 청와대에 다녀온 줄 알고 '잘 다녀왔냐'라고 인사할 때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날 남편이 흐느끼던 뒷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담당 행정관이 4.3 70주년 추념식에 찾아와 차후에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남편 동수씨는 지금도 대통령님을 존경한다고 합니다.

가끔 청와대 명절 선물이 왔을 때나 연하장이 왔을 때도 겉으로는 표현을 안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늦어지고 의사상자에 대한 불합리한 문제가 생겨도 그것은 모두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라며 어떻게 대통령 혼자 그 많은 일을 다 하시냐며 이야기를 합니다.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를 비롯해 아내 김형숙, 김홍모 작가 등이 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 <홀>과 함께 공개편지를 보냈다.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를 비롯해 아내 김형숙, 김홍모 작가 등이 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 <홀>과 함께 공개편지를 보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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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오늘은 한때 대통령 자리에 앉았던 사람의 사망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도 언젠가는 최고의 권력을 얻었다고 천하를 호통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역사는 그의 죽음 앞에 명복을 빌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 남편의 의로운 삶이 묻히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아니 이후에 죽어서라도 그 이름을 기억하여 주는 날이 오겠지요. 그래도 단지 바라는 것은 이후에 김동수 같은 사람이 나왔을 때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 그 가족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대통령님이 약속하셨던 트라우마센터는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4.3 트라우마센터가 생겼지만 동수씨는 해당자가 아니라기에 그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서 주는 독하고 부작용 많은 정신과 약들로 하루하루를 그저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자해를 하고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의 응급실 의사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트라우마 환자를, 그 병원에서 몇 년째 치료받는 환자를 고소해 1년 6개월 동안 재판을 받게 하고 피고인을, 범죄자를 만들었습니다. 트라우마센터 전용 병원이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제 딸들에게 아버지는 평생 자기 몸에 자해를 하고 분노만 하다 세상을 살다간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능히 의인,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마땅한 사람이라고 알려 줄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도와주십시오. 부디 더 이상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통령 임기 기간에 잘 마무리 지으셔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꼭! 바람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랬듯이 아픈 남편을 한 번 안아주셔서 힘내라고 장하다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 제주에서 김동수 아내 김형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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