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2021 <비트윈(Be: twin)>이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색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6일 방송된 <비트윈>(연출 최연수/ 극본 염제이)에서는 영화감독 홍청(홍수주)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는 쌍둥이 형제 김환이와 김윤이(성유빈 1인2역)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성유빈의 1인 2역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비트윈(Be: twin)>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비트윈(Be: twin)> ⓒ kbs

 
영화감독 지망생인 형 김환이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동생 김윤이는 외모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김윤이는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김환이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형으로 위장하고 홍청 감독과 영화 제작 관련 1대1 미팅에 참석한다.
 
홍청은 첫 만남부터 이런저런 난처한 요구를 해오며 "함께 일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려면 믿음이 갈만한 답을 달라. 본인 작품이지 않냐"고 김윤이를 압박한다. 김윤이는 당돌하게도 "마찬가지다. 아직 계약서도 안썼는데, 이 자리가 함께 작업을 할지말지 결정하는 자리라면 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이 대본, 감독님이 하고싶은 거지 않냐"고 응수해 버린다. 홍청은 그런 김윤이의 솔직한 대응에 오히려 호감을 드러내며 계약에 성공한다.
 
퇴원한 김환이는 직접 홍청을 만나고 기쁜 마음에 사인까지 요청하며 팬심을 드러낸다. 홍청은 첫 만남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자신이 만났던 인물이 서로 다른 쌍둥이 형제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함께 작업실에 합숙하며 영화 작업을 이어나간다.
 
한편 김윤이는 홍청을 만난 이후 그녀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며 묘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김윤이는 우연히 홍청과 재회하여 함께 제작사 사무실까지 찾아가게 되지만 자신을 김환이로 착각하는 그녀에게 쌍둥이 형제라는 사실을 차마 밝히지 못한다. 제작자들과 면담에서 홍청은 스토리에 대한 무리한 수정을 요구하는 제작자들에게 똑부러지게 연출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김윤이는 표준 계약서의 오류 사항들을 차분하게 정정해주는 모습에서 서로 다시한번 호감을 느낀다.
 
김윤이는 홍청과 대본 속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학창시절부터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했던 형 김환이와 달리, 김윤이는 모범생으로 살아야한다는 부담을 가슴속에 안고 있었다. 김환이는 고시공부를 하는 동생을 밀어주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김윤이는 극중인물들에 빗대어 "언니(형이)가 나서서 만들어놓은 울타리가 동생(자신)에게는 답답하고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속내를 고백한다.
 
홍청은 김윤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속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본 적이 없었던 김윤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청에게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김윤이는 홍청이 만든 영화 대본들을 찾아 읽으며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운다.
 
동생과 홍청이 다시 마주친 것을 알게 된 김환이는 자신들이 홍청을 속였다는 사실이 탄로 날까 우려해 앞으로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메모를 김윤이에게 남기며 선을 그으려 한다. 김환이는 홍청의 작업실로 들어가 함께 대본 작업을 이어가지만, 두 사람은 손발이 맞지않아 갈등을 겪는다.
 
홍청은 김윤이와 함께 대화했을 때와 비교하여 인물해석이 달라진 것을 두고 "예전이 더 좋았다.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어 홍청은 자신의 말에 무조건 예스만 하는 김환이에게 "난 내 말에 무조건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다. 같이 완성할 사람을 찾는 거지. 똑똑한 환이가 필요하다"며 일침을 놓는다.
 
홍청을 계속 만나고 싶었던 김윤이는 김환이가 모처럼 집으로 귀가한 틈을 타 몰래 홍청의 집을 찾아간다. 김윤이는 대본작업에 참여하여 극중 동생에게 "넌 희생이고 배려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이 내 목을 조여온다"는 대사를 추가할 것을 제안하며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비트윈(Be: twin)>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비트윈(Be: twin)> ⓒ kbs

 
이어 김윤이는 "26년 동안 처음으로 좋아하는 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라며 홍청에게 서툴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 하지만 김윤이는 부끄러움에 그 대상이 바로 홍청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일어선다. 홍청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는 김윤이에게 "좋아하는 거 해. 그래야 후회 안 해"라고 격려한다. 김윤이는 용기를 내어 홍청에게 밖에서 밥을 사달라고 부탁하고 두 사람은 오붓한 데이트를 즐긴다.
 
집에서 기다리던 김환이는 홍청이 김윤이를 바래다주며 두 사람이 함께 포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추궁하는 김환이에게 김윤이는 "홍청은 나한테 더 이상 감독이 아니라 여자다. 그래서 비밀이든 마음이든 더 이상 숨길수 없다"고 선언하며 "홍청에게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해라. 못하면 내가 하겠다"고 통보한다.
 
하지만 김환이 역시 홍청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김환이는 술자리에서 제작자들에게 모욕을 당한 홍청을 위로하다가 "내가 진짜다. 정말 좋아한다. 감독님을"이라고 돌발 고백하며 입을 맞춘다. 마침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김윤이가 이를 목격한다.
 
쌍둥이 형제는 홍청이 진짜 좋아한 모습이 누구인가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김환이는 고시공부하는 동생을 뒷바라지해온 것에 대한 배신감을, 김윤이는 대본에서 극중인물에 빗대어 동생을 이기적으로 폄하한 것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고 형제는 급기야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쌍둥이 형제는 상처투성이인 몰골로 각자 홍청의 집앞을 찾아온다. 하지만 홍청은 놀랍게도 이미 그들이 서로 다른 쌍둥이 형제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김윤이는 "한번도 하고싶은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부모님의 희망이니까. 형이 안하면 나라도 해야하니까. 그냥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감독님을 만나고 이제야 알았다"라고 털어놓는다.
 
홍청은 "아니, 그거 나 때문 아니다. 지금 네 상황이 그런 것뿐이다. 근데 나도 네 탓만은 못하겠다. 끝까지 속이려는 환이에게 화가 나서 키스했다. 네 말대로 감정이라는데 머리로 어떻게 되는건 아니더라. 너희가 다른 사람이라는걸 눈치챘을 때 그만했어야 했다. 솔직할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두려웠던 거다. 영화를 못하게 될까 봐"라고 고백했다.
 
이어 홍청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가 아니라 영화다. 내 삶, 내 미래, 내 일이다. 그래서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다. 좋아한다는 말로 모든 걸 용서받을 수는 없더라"고 고백한다. 홍청은 쌍둥이 형제를 내보내고 냉정하게 문을 닫아버린다.

시간이 흐르고 김윤이는 커피 바리스타를 비롯한 다양한 알바를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찾아고 있었다. 김윤이는 홍청이 연출하여 화제가 된 영화 '비트윈'을 관람하러 갔다가 우연히 김환이와 객석에서 재회한다. 김환이는 술이나 한잔 하러가자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형제는 홍청이 좋아했던 '나는 변해서 내가 된다는 것, 우리가 끝내고 끝내서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김연수/ 우리가 보내는 순간)이라는 글귀를 보며 홍청과의 추억을 회상한다. 쌍둥이 형제와 홍청은 신호등에서 우연히 재회하지만 인파속에 엇갈리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장면을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똑같은 외모, 반대되는 성향
 
<비트윈>은 똑같은 외모지만 반대의 성향을 가진 쌍둥이 형제를 통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두 형제가 서로에게 지닌 열등감과 부러움, 애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왔지만 정작 좋아하는 것을 외면하며 살아야했던 동생, 그리고 동생을 위해 희생한 듯 하지만 늘 원하는 것을 해왔던 형은 각자의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 앞에 홀연히 등장한 미모의 영화감독 홍청은 이들에게 억눌려왔던 열등감과 욕망을 분출시키는 트리거가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김윤이가 홍청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과정이 청춘로맨스 특유의 풋풋한 설렘과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어느새 순수했던 마음은 점점 집착과 거짓말로 타락하고 결국 형제간의 치고받는 불편한 치정극으로까지 변질된다. 드라마 전후반부의 장르적 분위기가 자아내는 온도차는 극과 극이다.

그리고 홍청 역시 언제부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 하나가 아닌 둘임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바로 영화제작이라는 자신의 야망이 무산될까봐 묵인했다는 반전이 밝혀지며 충격을 준다. 어떤 관점과 감정에서 보느냐에 따라 희극과 비극도,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 스릴러도 될 수 있는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연애'라는 수단을 통하여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에서 가장 비굴한 내면과 욕망까지 한꺼번에 드러내는 모습은, 결국 수많은 미숙한 청춘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른으로 성숙해져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담이다. 

다른 성격과 감정의 극단을 오고가는 쌍둥이 형제의 1인 2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낸 성유빈의 호연은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한층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드라마스페셜 비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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