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씨 사면을 촉구하며 일부 보수 유튜버와 말싸움을 하던 보수단체 회원이 경찰의 제지로 장례식장 밖으로 쫒겨났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너는 이XX야. 박근혜 대통령님을 위해 한 게 뭐가 있어?"
"뭐? 이XX? 니가 대통령님을 위해 감옥에 다녀왔어? 나는 (집회하다) 갔다 왔어."

24일, 전날 사망한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선 내내 전 대통령인 박근혜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탄핵된 박근혜씨의 사면을 촉구하던 일부 보수 유튜버와 모자와 가방 등에 태극기를 단 자칭 애국시민은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다 경찰의 제지로 장례식장 밖까지 끌려나갔다. 

"윤석열은 오지도 않고 뭐 하는 X이야!"
"니가 뭔데 윤석열 후보님을 입에 올려!"

전날 전씨 조문 계획을 밝혔다가 2시간여만에 번복한 윤석열 후보를 두고 "예의없는 XX"로 칭하며 "가만 두지 않겠다"라고 말한 이들과 "윤석열은 건드리지 마"라는 이들이 서로 멱살을 잡는 소동도 벌어졌다.

조원진 "윤석열은 적... 애국우파 결집해야"

조문객이 적었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오후 2시경부터 200여 명이 장례식장 앞에 줄을 섰다. 이들 대부분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함께 온 당원이었다. 빈소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께까지 대략 1000여 명 이상이 빈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개헌할 때 당연히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거세게 비판하며 '애국우파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헌법에 5·18 정신을 적는다고 했는데 망언이다. 해당 발언을 취소하기 전까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의 적은 윤석열과 국민의 힘이다. 애국 우파들이 집결해 매운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일부 보수 유튜버와 우리공화당 당원들은 서로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소란을 피웠다.
 

큰사진보기
▲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20여명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앞에서 전두환씨의 업적을 찬양했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오후 3시 30분께 조문을 마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20여 명의 엄마부대 관계자들과 함께 장례식장 앞에서 "5.18 광주사태 자유통일 되면 다 밝혀진다"라며 "전두환은 88올림픽을 유치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다"라고 전씨의 업적을 찬양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눈물을 훔치며 "나라의 어른을 국장으로 모셔야지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두 시간여 동안 장례식장 인근에 머물던 주 대표는 5시 30분께 다시 빈소 앞에서 "우리의 영웅 전두환 대통령"을 크게 외치기도 했다. 

이날 박근혜씨의 여동생 박근령씨도 빈소를 방문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그의 뒤에서 한 시민이 "전두환은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외치자, 보수 유튜버 30여 명이 해당 시민을 둘러쌌고 이내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씨는 "역사는 도도히 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박근혜씨 명의로 도착한 조화가 뒤늦게 '출처 불명'으로 확인되면서 오후에 이 조화는 치워졌다. 박근령씨는 "아마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화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업적 강조한 5공인사들
 

큰사진보기
▲  조문을 마치고 나온 박근령씨 뒤에서 한 시민이 "전두환은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외치자 보수 유튜버 30여 명이 그를 둘러싸며 몸싸움이 발생했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전씨와 인연이 있는 5공인사, 하나회, 군 장성 출신 등이 조문을 하며 재차 '전두환의 업적'을 강조했다.

오전 9시 20분경 장례식장을 찾은 반 전 총장은 "개인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 조문을 왔다"라면서 "(전두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고 (제가) 공직에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뵌 일이 자주 있다"라고 전씨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전두환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철언 전 의원은 "(전두환) 재임 기간에 물가 안정, 경제성장, 88서울올림픽 유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단임제를 실천해 직선제를 통해 노태우 당시 후보에게 정권을 이양했다"라고 말했다.

제5공화국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수석은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발표한 '6·29 선언'을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득한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이날 '살인마 전두환'이란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빈소를 찾은 김대중 정권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특별보좌관 정재규씨는 5공화국 인사들의 방문에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비록 전두환은 죽었지만 부끄러움을 알라는 뜻에서 장례식장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인들이란 원래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약속한 사람들인데, 전두환은 국민을 학살한 놈"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주변에 있던 일부 우리 공화당원들은 정씨를 둘러싸고 "빨갱이는 북한으로 가라"는 등 조롱을 이어갔고, 결국 경찰이 나서 이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뜸한 가운데 오후 5시 40분께 빈소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적 차원에서 조문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해 조문왔다"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 번 찾아뵌 인연이 있어서 명복을 빌러 왔다"라면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큰사진보기
▲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전두환씨 빈소 조문을 위해 줄 서 있다.
ⓒ 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