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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아서' 독립출판물을 꾸준히 낸 사람이 있다. 박예슬씨는 자신의 몸을 돌아볼 기회가 생겨서 2020년 10월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를 냈다. 한 개인의 자궁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그해 12월에 예슬씨를 인터뷰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관련 기사 :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쓴 자궁 이야기 http://omn.kr/1r4xn]

그가 이번에는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를 전시 형태로 대중 앞에 선보인다고 한다.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한성대입구역 '369예술터'에서 진행된다. '인쇄 디렉터'인 김재원씨가 전시 기획에 참여했는데, 여성의 몸 경험을 다룬 책을 전시로 만들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런 고민들이 전시에 녹아져 있을 거라고. 이들을 지난 22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번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시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박예슬, 김재원 씨.
 전시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박예슬, 김재원 씨.
ⓒ 박예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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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예슬 : "저는 요가 강사도 하고 연극도 하고 글과 그림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는, 요즘 말로 'N잡러'에요. 마침 제가 하는 이런 다양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편하게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된 덕분에 제 책 <이상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를 전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어요. 이제 '전시 경험도 있는 작가'라고도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재원 : "이번 전시를 전반적으로 기획한 김재원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 덕분에 이번에 예슬님과 전시를 함께 기획하게 되었고요. 현재는 부모님과 함께 인쇄소를 운영하는 중입니다."

- 작년에 <이상소견이 있습니다> 책 인터뷰를 했었죠. 책과 동명의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슬 : "독립 출판물의 형태로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건 제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한 번 그렇게 하고 나니까 다른 방향으로도 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전시나 공연을 해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때문에 극장 아닌 곳에서 공연하는 게 어려워졌기도 했고,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예술인지원사업인 <SEARCH_예술적 거리두기 해제법>에 선정된 덕분에 전시를 먼저 추진하게 됐습니다." 

- 재원님은 어떻게 해서 이 전시 기획에 참여하게 됐나요? 
재원 : "제가 경제학 석사를 졸업한 뒤에 관심을 두던 분야가 지식 콘텐츠 개발이었어요. 인쇄소에서 일하다 보니까 종이를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이 고민을 지인과 나누다가 예슬님을 소개받았어요. 자기 주변에 독립 출판물을 낸 사람이 있는데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이전에 했던 활동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홍보하는 업무들이었어요. 처음에 예슬님한테 전시 기획을 제안받았을 때는 예술품 전시를 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제 대부분의 이력이 기획 업무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형태는 다를지라도 표현하는 방식은 비슷할 것 같아서 수락했죠."

-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재원 : "문체가 되게 유머러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단순히 재미로만 여기기에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제 가족 중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는데, 저는 같이 살면서 그들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건 피상적인 부분이었다고 느끼게 됐어요. 여성들이 많이 겪는 고통과 걱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등에 대해서요."

-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재원 : "저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으니 병원을 찾아오라'고 문자를 받은 게 좀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잖아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앞에서 대처를 못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예슬님 본인은 자기 앞에 들이닥친 문제들을 의연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읽혔어요." 

- 이번 전시에서 준비된 내용이 궁금합니다. 
예슬 : "전시회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는 크게 글, 그림, 목소리 세 파트로 구성이 됩니다. 제가 이것저것 하는 'N잡러'인 것처럼 이 책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에요. 인상 깊거나 여운이 짙겠다 싶은 문장들을 뽑았고, 책 안에 있는 삽화들을 전시할 거예요. 이 책을 읽은 일러스트레이터 두 분을 섭외해서 책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또, 저와 인연이 있는 11명의 배우가 직접 책을 낭독했는데요, 그 목소리도 전시 공간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재원 : "저는 우리의 몸을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도 이상소견이 있습니다'라는 대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대화 프로그램 신청링크). 보통 '몸의 기억'이라고 하면 아팠던 일에 치중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대화를 통해서 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전시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박예슬, 김재원 씨.
 전시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박예슬, 김재원 씨.
ⓒ 박예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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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화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해주신다면.
예슬 : "조금 민감한 주제다 보니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저와 대화하는 분들은 여성일 가능성이 크고 재원님의 경우는 남성과 대화하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이상소견이 있습니다>라는 콘텐츠 자체는 여성분들한테는 공감을 얻기 쉽지만, 남성분들은 그렇지 않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남성 독자의 마음을 열 방법을 재원님이 고민을 많이 하다가 1:1 대화 프로그램을 만든 거였습니다."

재원 : "맞아요. 누군가는 겪어보지 않은 일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 '너네도 이런 걸 좀 알아야 해'라고 강요하는 형식이 되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홍보를 할 때 고민을 많이 했죠. 남성들이 여성의 몸 경험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이걸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과제였어요."

- 이번 전시에서 각자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예슬 : "전시회 때 먼저 선보일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2021년 개정증보판을 준비 중인데, 2020년 버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성 질환과 자궁 경험담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몸의 경험과 기억으로 확장됐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에 오시는 분들한테도 어떤 몸의 기억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몸의 경험을 간직하고 싶은지 질문하게 만들고 싶어요. 질병, 질환, 아픔 그 너머에 우리의 삶과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도록요."

재원 : "대화 프로그램을 홍보하면서 제가 지금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위산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고 적었어요. 근데 이게 우연히도 예슬님과 그 책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프기 시작했거든요(웃음). 저도 병원에서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게 제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제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어요. 전시에서는 몸의 기억, 아픔의 경험들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이상소견이 있습니다'
 전시 "이상소견이 있습니다"
ⓒ 박예슬, 김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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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예슬 : "내가 가지고 있는 몸의 기억이나 경험이 부정적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원님이랑 전시를 기획하면서 주변 지인들한테 '몸의 경험'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맨 처음 떠올리는 게 '아픔'이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제가 겪은 일들은 고통스러웠던 경험이지만 제가 이걸 기록해두고 책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하는 등 나름 즐겁거든요. 전시회에 오신 분들도 본인의 경험에 대해 새롭게 의미부여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재원 : "각자가 겪었던 몸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들을 위로받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제가 아파 보면서 예슬님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분들도 우리가 겪은 아픔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타인의 아픔도 이해할 기회가 되길 바라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민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태그:#이상소견이있습니다, #박예슬, #김재원,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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