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포스터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포스터 ⓒ (주)블루라벨픽쳐스


데이빗(클레인 크로포드 분)은 아내 니키(세피데 모아피 분)와 별거 기간을 갖기로 하고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고 있다. 그는 별거 중에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동의했지만, 막상 니키에게 연인 데릭(크리스 코이 분)이 생기자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한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데이빗과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는 바람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했던 니키는 별거 후 로펌에 취직해 본격적으로 로스쿨 진학을 희망한다. 그런 가운데 데이빗과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니키는 같은 건물에 일하는 데릭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데이빗과 아이들 대한 감정으로 인해 마음이 복잡하다. 니키에게 아이들이 있고 현재 별거 중이라는 사실을 중요치 않게 여기던 데릭은 점점 그녀를 오롯이 소유하기를 갈망하게 된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2015년 부모의 부재에 놓인 5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갓 블레스 더 차일드>를 통해 토리노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할아버지와 손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더 마이너스>(2019)로 2019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로버트 맥호이안 감독의 신작이다. 관계의 위기를 겪는 연인, 가족을 소재로 삼은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로버트 맥호이안 감독은 자신이 지금 지나고 있는 인생의 시기와 관련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제 친구들 몇몇이 이혼을 했다. 이혼하고 나서야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을 재우고 함께 소파에서 TV를 보는 일상을 잃어버린 몇몇은 그들답지 않게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달라진 삶에 다르게 반응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저한테는 영화적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이야기를 데이빗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한 장면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별거하는 부부와 아내의 남자친구'란 설정은 그 자체론 진부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형식으로 풀어간다. 첫 번째는 '오프닝 장면'의 효과다. 침대에 나란히 잠든 니키와 데릭을 향해 총을 겨누던 데이빗이 화장실 물소리에 놀라 급히 도망치는 4분 가량의 도입부는 이후 전개에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고 폭력성과 죽음의 암시로 작동한다. 관객은 영화 내내 데이빗이 제목처럼 언제 '두 연인을 죽일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아마도 오프닝 장면을 잘라버렸다면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데이빗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화면비와 사운드를 활용하여 데이빗의 심리를 보여준다. 영화는 4대 3 화면비를 사용한다. 데이빗, 니키, 데릭이 감정을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에서 한 차례 화면비가 변할 뿐이다. 로버트 맥호이안 감독은 4대 3 화면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먹먹하고 답답한 캐릭터들의 심정에 더 빠져들기를 원했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4대 3 화면비는 마치 올가미에 갇힌 듯한 밀실 공포증을 유발시킨다. 데이빗이 니키와 차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에서 4대 3 화면비는 둘의 가까우면서 멀기만 한 현재 처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영화는 4대 3 화면비를 사용하되 클로즈업과 와이드샷, 롱테이크를 적절히 활용한다. 긴장된 순간엔 클로즈업을 사용하나 인물이 자동차, 집 바깥에 있는 경우엔 와이드샷을 쓴다. 4대 3 화면비는 와이드샷과 만나며 인물을 왜소하게 만들고 회화적인 느낌(참고로 로버트 맥호이안 감독은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을 준다. 또한, 롱테이크 촬영 방식은 관객이 긴장을 풀지 못하게끔 한다.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사운드 디자인은 참으로 독특하다. <덩케르크>(2017) 사운드 팀에서 참여한 바 있는 피터 알브렉센 음악감독은 문을 여닫는 소리, 삐걱거리는 바닥 소리, 금속이 긁히는 소리, 트럭 시동 소리 등 데이빗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들릴 만한 소리를 사용하여 사운드를 편집해 데이빗의 불안한 심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전에 접하지 못한 낯선 사운드 디자인으로 효과가 참으로 놀랍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한 장면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3만2천 달러의 저예산으로 12일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작은 제작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성취한 시각적, 청각적 스타일은 실로 대단하다. 또한, '두 연인의 살인'이란 제목처럼 인간의 분노, 폭력, 욕망으로 가득한 스릴러적 재미도 갖추었고 한때 행복했으나 지금은 붕괴된, 바꾸어 표현하면 사랑이 죽기 직전인 부부를 통해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위독한 결혼과 흔들리는 가족을 통찰력 있게 탐구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 <결혼의 위기>(1982), <결혼 이야기>(2019) 등을 잇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올해의 발견이다.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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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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