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신의 주앙>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신의 주앙>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2018년 12월 16일, 브라질 중서부 고이아스주 경찰당국에 신앙 치료사 '주앙 테이셰리아 지 파리아' 일명 '신의 주앙'이 공식적으로 수배된 지 하루 만에 자진 출두했다. 7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던 나이의 그는 지난 40년 넘게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구루로 이름을 떨쳤는데, 한순간에 범죄자가 된 것이다. 무슨 범죄를 저질렀을까?

체포되기 한 주 전에 몇몇 여성들이 그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 후 순식간에 수백 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성령의 뜻을 전달하고 능력을 일으키는 영매로 활동하며, 신앙 치료를 명목 삼아 성적 학대를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이에 파리아는 도주했다가 자진 출두해 그런 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결국 재판에서 63년형이 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일면 믿기 힘들고 가히 충격적인 이 사건 그리고 '신의 주앙',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어 4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신의 주앙: 치유의 검은손>은 4부작 네 시간여에 걸쳐 심도 깊게 파고든다. 신의 뜻으로 신의 능력을 대신 일으키는 '신의 주앙' 파리아는 역대 최악의 성범죄자일까, 사기꾼일까, 영매일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적, 듣고도 믿기지 않는 소문

어떠한 의학 교육도 받은 적 없이 자신이 영매라고 하며, 1978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브라질 중서부 고이아스주의 아바지아니아에 정착한 주앙 테이셰리아 지 파리아. 그는 그곳에 '로욜라의 동 이그나치우스의 쉼터'를 세운다. 그러곤 영매로서 기적을 행한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애초에 브라질 문화엔 전통과 각종 치유법이 뒤섞여 있고 세상과 교류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 수 있는 자유가 혼재되어 있었다. 영매의 대체 요법에 반감이라고 할 만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작은 마을 아바지아니아로선 신의 주앙이 하려는 일이 눈에 들어왔고 마을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마음과 방향이 들어맞았다. 아바지아니아라는 마을 차원에서 이그나치우스의 쉼터를 밀었다. 

일반 의학으로 절대 고칠 수 없는 병이 신의 주앙의 손에서 한순간에 고쳐지는 장면이 그곳을 찾아온 수백 수천 명의 눈앞에서 벌어진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적', 전 세계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테다. 하지만, 듣고도 믿기지 않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여성들이 하나같이 신의 주앙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말이었다. 그때마다 신의 주앙은 부인했고 관계자들은 쉬쉬하는 한편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다 신이 행하는 치유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기적의 영매인가, 사기꾼이자 성범죄자인가

신의 주앙과 이그나치우스의 쉼터는 겉으로는 세속과 거리가 먼 신성한 곳이라 비춰졌지만, 내부 관계자들 모두가 잘 알다시피 돈과 아주 밀접하게 엮여 있었다. 신의 주앙 파리아는 쉼터의 모든 것을 직접 결정했기로서니, 신성한 힘에 기반한 약초와 성물은 물론 각종 약품과 의학 기기까지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앞과 뒤가 달라도 너무 다른 '사기꾼' 냄새가 풀풀 풍겨오지 않는가. 그런가 하면, 2015년엔 위암 진단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종양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흠?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기적의 영매가?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모종의 사기를 저지르고 있었던 걸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주지한 '성적 학대' 말이다. 한두 명 아니 수십 수백 명이었던 바, 어떻게 수십 년 동안 부인하고 쉬쉬하며 덮을 수 있었을까? 거기엔 바로 '권력형 성범죄'의 차원을 넘어선 '목숨형 섬범죄'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면, 현대의학으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들이 그를 찾아왔을 때 그중에 젊은 여성들을 따로 불러 신앙치료라는 명목으로 성적 학대를 저지르는데 반발하면 그녀 또는 그녀의 가족이 치료받지 못하고 죽게 될 거라고 협박했던 것이다.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닌 목숨을 가지고 찍어 눌러, 수십 년간의 성적 학대를 부인하고 쉬쉬하며 덮을 수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죽음의 공포와 삶에의 희망을 가지고 성범죄를 저지른 신의 주앙, 나쁜 놈도 이런 나쁜 놈이 또 나올까 싶다. 그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기반도, 그가 성범죄를 저지른 기반인 죽음의 공포와 삶에의 희망에 있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희대의 파렴치범임에 분명하다. 

명명백백 존재하는 피해자와 생존자

작품은 이 사건을 두고, 신의 주앙을 두고 다른 면으로 들여다볼 여지를 조금 남긴다. 신의 주앙이 체포되고 발이 뚝 끊겨 많이 찾아오지도 않는 이그나치우스의 쉼터를 계속 지키고 있는 이들을 통해 말이다. 그들은 자원봉사자로 있으며 어떠한 이익도 취하지 않은 채, 신과 약속했기 때문에 또 신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머물러 일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그들의 스탠스는 신의 주앙을 비호하는 쪽이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을 신의 가호로 치유한다는 명목을 두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신의 주앙처럼 앞뒤 다르게 수익을 취하며 성 학대까지 일삼는 게 아닌, 그 딴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들이 정녕 신을 향한 순수함으로 똘똘 뭉쳐 그 어떤 세속적 의미와 동떨어진 채 살고 있다면, 그만큼 신의 주앙 파리아를 향한 적개심이 맹렬해진다. 신의 주앙이 속이고 피해를 입힌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그럼에도, 그들이 아무리 신의 주앙을 여전히 따르고 추앙하고 비호해도 수백 명에 달하는 성적 학대 피해자와 생존자들은 명명백백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이 사건의 주인공이어야 하고 중심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뒤로 갈수록 주체를 신의 주앙에서 피해자와 생존자 들로 옮기는 묘수를 뒀다. 보다 큰 이야기, 원론적인 이야기, 의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신의 주앙 영매 기적 성범죄자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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