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가 '전설의 불낙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홍기환 심판과 재회하여 훈훈한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1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이하 안다행)에서는 허재-김병현-전태풍-하승진으로 이어진 이른바 '혹4'의 무인도 독립살이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허재의 '귀한 손님'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 MBC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 MBC

 
허재는 이날 '귀한 손님'이 온다고 강조하며 일찍부터 동생들을 독려하며 정성껏 각종 식재료와 요리를 준비했다. 손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동생들에게 허재는 잠시 고민하다가 "농구인 선배님인데, 내가 감독 시절에 약간 덤빈 적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특별한 손님은 바로 전 KBL 심판 홍기환씨였다. 허재와 홍기환은 이른바 세간의 화제가 된 '불낙 사건'으로 깊은 인연이 있었다. 허재가 전주 KCC 감독 시절이었던 2013년 10월 15일 KCC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에 "이게 블락(Blcok)이야?"라고 강하게 항의하던 장면이 농구팬들 사이에서 허재 특유의 발음 때문에 '불낙'처럼 들린다는 데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이 장면은 허재의 다혈질적인 제스츄어와 불낙이라는 단어의 묘한 어감이 맞물려 누리꾼들 사이에서 수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허재가 방송계에 진출한 이후 출연한 예능과 광고에도 수차례 사용될 정도로 본인의 대표적인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당시 경기의 주심이었던 홍깅환씨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허재 패밀리는 고생하여 얻은 식재료를 바탕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은 불낙전골을 비롯하여 도라지밥, 장어구이 등으로 푸짐한 한 상을 완성했다. 그 사이 섬에 도착한 홍기환은 "왜 이렇게 먼데까지 불렀냐"고 투덜거리면서도 허재와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홍기환은 허재가 정성껏 만든 요리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홍기환이 몸에 좋은 장어꼬리를 후배인 허재에게 양보하자, "감사합니다, 형님"하고 화답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기환은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다"고 칭찬하며 허재를 흐뭇하게 했다.

드디어 불낙 사건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홍기환은 "당시 수비자가 공격자의 슛쏘는 손이 아닌 왼손을 건드렸기에 블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재가 화를 내는데 3단계 정도가 있다. 1단계는 팔짱을 끼고 노려본다. 2단계는 앞으로 전진한다. 그리고 3단계에 오면 '불낙'이 나온다"며 허재의 분노 패턴을 분석했다. 민망해진 허재는 "왜 나만 보냐"고 투덜거렸다.

홍기환은 "그때는 블록이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허재 역시 "파울이라고 몇 번 이야기하냐"고 반박해 여전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하승진은 블록과 파울 여부에 대하여 주변의 반응은 어땠냐고 질문하자 홍기환은 "그때도 반반으로 갈렸다"고 고백했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 붐과 안정환은 농구인인 현주엽의 의견을 물었다. 불낙 동영상을 다시 분석한 현주엽은 "굉장히 애매하다. 슛을 쏘거나 공을 갖고 있을 때, 손에서 공과 닿아있는 부분까지는 공의 일부로 본다"며 손의 위치에 따라 파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주엽은 "감독 입장에서는 중요한 상황이었고 저 판정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을 봤을 것"이라며 "보기에 따르게 해석할수 있다"는 중립적인 판단을 내렸다.

허재는 당시 과격하게 반응했던 이유에 대하여 "그때는 (정신이) 돌아있을 때다. 시즌을 치르면서 경기가 안 풀리고 한창 예민할 때라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탁 터질수 있던 시기였다. 벤치에 여유가 없으면 매경기가 전쟁이다. 내가 보는 각도에서는 파울인데 (심판이) 안불어주면..."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면서 특유의 불낙 제스쳐를 재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화제의 불낙 영상을 보고 난 이후의 심경에 대해 묻자 허재는 "창피했지"라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뭘 잘했다고 형에게 '불낙'거리며 대들었을까"라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선수였던 하승진은 "그때 선수들은 감독님에게 고마워 했다, 선수를 대변해서 싸워주니까"라며 감독 허재의 입장을 변호했다.

허재는 "(홍기환에게)사과해야 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심판과 감독은 규정상 접촉이나 사적인 전화가 금지되어 있어서 당시에는 만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홍기환에게 손을 뻗으며 "죄송합니다, 형님"하고 불낙사건 이후 8년만에 정식으로 사과했다. 홍기환도 푸근한 미소로 후배의 손을 마주 잡아줬다.

두 사람은 물잔으로 건배를 나누며 화해를 자축했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들도 뿌듯해주며 "자연이 (악연을) 풀어줬다"며 흐뭇해 했다. 허재와 홍기환은 처음으로 단둘이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유쾌하게 여행을 마무리 했다.

'패밀리십 구축'으로의 전환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 MBC

 
<안다행>은 '여행과 우정'이라는 코드를 내세워 평소 친분이 있던 출연자들이 홀로 사는 자연인을 찾아가 야생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허재를 비롯하여 현주엽-안정환-김병현 등 스포츠 스타들을 사실상 고정 출연자로 기용하며 일종의 '패밀리십'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안다행>은 그동안 '버럭'과 '허당' 캐릭터로 대표되는 허재의 활용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동안 동생들에게 구박당하며 눈칫밥을 먹던 허재를 김병현과 짝을 이뤄서 새로운 섬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했다. 

요리와 야생에 익숙한 안정환-현주엽이 있을 때는 동생들에만 의존하던 허재가 본인이 리더가 되어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씩 서툴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재는 <해방타운>, <갓파더> 등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최근에는 권위와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서툴지만 새로운 분야에 용기 있게 도전하거나 궂은 일에 앞장서는 이미지 변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마침 허재와 불낙 사건으로 악연이 있던 홍기환 심판을 특별 손님으로 초청한 것은, 오랜만에 '안싸우면 다행'이라는 프로그램 본연의 방송 취지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구성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불낙 사건은 농구계를 넘어 누리꾼들 사이에도 큰 이슈가 되었던 에피소드지만, 허재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짤'로서만 부각되고 정작 정확한 전후사정이나 후일담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사실 허재와 홍기환 심판은 불낙 사건 이후로도 별다른 감정없이 친분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홍기환 심판의 초대는 과거의 앙금을 정식으로 털어내고 화해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계나 유명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들려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사실 방송 초기 <안다행> 재미는 약간 서먹한 사이이거나 성향이 다른 출연자들이 빚어내는 예측불가의 케미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슷비슷한 출연자들만 반복 출연하면서 과도한 먹방에만 의존한다는 부정적 반응도 존재했다.

<안다행> 은 이번을 기회 삼아 출연자들의 다양한 상호 관계성과 소통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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