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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민과 외국인을 구분해서 안내 문자를 보냈다.
▲ 평택시청 알림톡 평택시민과 외국인을 구분해서 안내 문자를 보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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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이후 매일같이 확진자가 몇 명인지 알리는 안내문자가 오지만 이를 세세하게 살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생활 반경 때문인지 주소지가 아니더라도 인근 지자체에서도 문자가 다수 올 뿐 아니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 며칠 평택시에서 보내온 문자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택시는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추석연휴가 끝난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1인 이상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100인 미만 기업체 근로자, 직업소개소 종사자 및 직업소개를 이용하는 일용직근로자, 1인 이상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농축산 농가 대표자 및 노동자입니다. 

외국인 확진자 숫자 별도 표기한 평택 

이런 가운데 평택시가 보내온 문자는 인근 지자체와 달리 외국인 확진자 숫자를 별도로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안전안내문자만 아니라 신청자에게만 보내는 평택시청 알림톡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보내왔는데, 24일 확진자 문자를 통해 "평택시민 38명 중 외국인 25명"이라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평택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평택시민이 아닌데, 코로나 확진자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알림 문자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평택시는 확진자 수를 전달하면서 "외국인 고용 100인 미만 기업체와 일용근로자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으로 검사 건수가 많아 오늘 48명의 환자 발생, 그중 25명이 외국인입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25명은 평택시 업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입니다. 

평택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 제2조(정의) 1항은 평택 "관내에 90일을 초과하여 거주하며 생계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과 그 자녀 및 한국어 등 한국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외국인주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치법규에서는 분명하게 이주노동자를 시민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택시민과 외국인을 구분한 문자 발송은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는 명백한 차별행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평택시 알림톡과 달리 평택과 가까운 용인, 이천, 안성 등은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하며 외국인을 특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용인 같은 경우는 평택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특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청 홈페이지에서 살필 수 있는 미군확진자는 알림문자로 전송하지 않고 있다.
▲ 평택시 코로나 19 미군 확진자 시청 홈페이지에서 살필 수 있는 미군확진자는 알림문자로 전송하지 않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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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평택은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미군확진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면서 관련 자료는 시민들에게 문자로 알리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확진자를 강조하는 문자는 이율배반적입니다. 

외국인도 평택시민

평택시가 지난 16일부터 농가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택시의 알림문자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택시 자치법규가 명시하고 있듯이 이주노동자도 평택시민입니다. 외국인주민이 마치 평택시민이 아닌 것처럼 구분하고 강조해서 보낸 행위는 확진자 증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외국인에게 전가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 배제와 혐오는 우리사회에서 일상이 되었고 외국인들은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국가인권위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 상황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 응답자의 60.3%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일상적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 혐오정서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데 자치단체의 무책임한 차별적 문자는 혐오인식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빨리 시정되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문자는 방역이 아닌 정치일 뿐입니다. 

최홍조 건양대 예방의학과교수는 시민건강연구소 논평을 통해 이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천 명을 넘었다. 8월초 2천 명을 넘어서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2천 명이 넘어설 때, 정부는 여름휴가를 탓했고, 잠시 주춤하던 확산세가 다시 나타났을 때, 정부는 전체 환자의 약 15%를 넘어선 이주민을 탓했다."

 최 교수는 같은 논평에서 '책임지는 정치는 없고 책임져야 할 개인과 집단만 넘쳐난다.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잘못이었는가'라고 물으며 향후 '위드 코로나'를 위한 구체적 과제 중 하나가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라고 했습니다.

"이주민의 높은 감염률과 낮은 백신 접종률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합법화 이외에 무엇인가?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제하면서 백신 접종 대책은 시원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택시가 아니더라도 최근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 국내 감염이 확산되면서 언론 등을 통해 차별과 혐오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국일수록 방역당국은 정책 시행에 있어서 차별과 혐오로 확산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려와 판단을 우선해야 합니다. 

더불어 차별과 혐오 가운데 진단검사를 강제하면서 백신접종이 필요한 미등록 이주민이 배제되는 것은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희생양을 찾듯 이주민을 배제하기에 앞서 이주민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태그:#이주노동자, #코로나19, #차별, #혐오, #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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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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