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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는 늑대의 공격으로 사슴의 숫자가 줄어들자 늑대를 사냥하여 멸종시켰다. 천적인 늑대가 사라지고 사슴의 개체수는 늘어났지만 공원은 황폐해졌다. 70년이 지난 1995년 공원에 늑대 14마리를 다시 방사했고 생태계는 복원되었다. 전체를 보지 못한 파괴적인 행동이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 흙속의 토양 미생물은 광물과 동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에게 양분으로 제공하고 병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자신을 돕는 미생물에게 나눠준다. 최초의 흙을 만든 것은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이었고 그 관계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흙 위의 먹이사슬과 흙 속의 먹이그물이 지구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해온 사실의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농사에서도 위와 같은 순환과 공생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 생육장애가 없고, 병해충의 피해가 없거나 줄일 수 있다.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는 주로 뿌리의 근권(뿌리 표면에서 1cm 이내)에서 이뤄진다. 작물만 남겨두고, 식물(풀)을 뽑아내는 행위는 식물과 미생물의 물리적인 양을 줄이고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는 배추와 무우가 자라고 있는 농장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는 배추와 무우가 자라고 있는 농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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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없애는 농사

농업은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을 제외한 모든 식물은 쓸데없는 잡초로 본다.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관행농업 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에서도 작물을 제외한 것들은 농사에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 되어 있다.

그것은 당장에 이익이 되는 작물만을 인정하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흙속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명체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생김새의 혐오감이 작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농사에서 다양성은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과 연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서 필요하다. 다양성이 사라진 농사가 위험하다는 것은 처음에 언급한 1, 2번 사례를 이해한다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의 농사는 생태계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원래의 자연을 억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폭력적인 농사는 자연의 보복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을 끊어버리면 생육장애와 병해충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작물의 생육에 방해가 안되는 고랑의 풀은 키우는것이 흙과 작물에 유익하다
 작물의 생육에 방해가 안되는 고랑의 풀은 키우는것이 흙과 작물에 유익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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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작물의 영역을 나눈다

흙의 지력을 높이는 유기물을 생산하는 동식물과 그것들이 소멸되는 흔적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이 농사에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 한 포기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은 지력을 악화시키고 작물의 위험을 불러오는 농사가 될 수 있다.

농사의 적으로 간주하는 풀은 오랫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다양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작물은 풀과 똑같은 조건에서는 무조건 백전백패 한다. 그러나 작물과 풀의 영역을 나눠주면 공생이 가능하며 다양한 미생물의 조력을 받는 농사환경을 만들 수 있다.

들불처럼 번지는 여름 풀과 다르게 가을 풀은 크고 억세게 자라지 않는다. 배추는 크고 넓은 잎으로 햇볕을 막아서 풀의 기를 꺾을 수 있다. 검은 비닐을 두둑에 씌웠더라도 고랑의 풀을 키워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영역을 나누는 기준은, 작물이 자라는 두둑은 작물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두둑에 검은 비닐을 씌우거나 낙엽 같은 유기물을 덮어서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기물을 덮어주면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미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풀이 살아가는 영역은 두둑 아래 고랑을 내주면 된다. 두둑과 고랑의 거리는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 된다. 다만, 풀이 작물보다 크게 자라면 햇볕을 막아서 광합성을 방해하므로 적절한 시기에 풀을 잘라낸다. 풀을 뿌리째 뽑는 것이 아니라 줄기 밑둥을 잘라내고 뿌리는 살려야 한다.

남겨진 뿌리는 풀과 공생하는 미생물이 남아 있고 항상성은 유지된다. 즉, 고랑의 풀을 키우는 것은 작물이 미생물로부터 유익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잘라낸 풀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면 뿌리와 함께 흙으로 되돌아가는 유기순환이 되는 것이다.
  
배추보다 크지 않도록 고랑의 풀을 예초기로 잘라냈다.
 배추보다 크지 않도록 고랑의 풀을 예초기로 잘라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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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함께, 연작 피해는 없다

같은 작물(종)을 여러 번에 걸쳐서 연속으로 재배하면 생육장애와 병해충에 의한 연작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환금성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에서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작물만을 재배하는 연작이 많다.

연작에 의한 피해는 다양성이 사라졌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이 연작을 하더라도 작물생육에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는 풀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 연작에 의한 피해는 없다. 같은 작물을 계속해서 재배하더라도 작물 주변에 다양한 종의 풀이 함께 있다면 연작재배가 아닌 것이다.

농사에서 풀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모든 문제를 선과 악으로 보는 흑백논리와 소수의 생각을 무시하는 폭력성과 닮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끝없는 대립과 갈등이 있는 것처럼, 작물만 보고 다양한 생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농사는 지속불가능한 악순환에 빠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회원 소식지에도 실립니다.
연작 :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물(종)을 계속해서 짓게 되면 생육장애와 병해충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상.


태그:#배추, #연작, #다양성, #잡초,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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