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선동혁 오는 10월 개막될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그대 어이가리>에서 주연을 밭은 배우 선동혁이다. 지난 17일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 배우 선동혁 오는 10월 개막될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그대 어이가리>에서 주연을 밭은 배우 선동혁이다. 지난 17일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 김철관

 
"한국의 고전적 소리 문화와 세계적 추세의 고질병인 치매를 다룬 영화여서인지, 국제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흐뭇했다.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진출 소식을 듣고 연기자로서 너무 기뻤다."

 
오는 10월 개막한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진출한 이창열 감독의 < 그대 어이가리, a song for may dear >의 주연배우 선동혁의 말이다.
 
선동혁은 오는 12월 방영 예정인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에서 이성계의 의형제 여진족 출신 이지란 역을 맡아 현재 촬영해 임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한 카페에서 선동혁을 만나 영화 <그대 어이가리>와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021년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진출한 이창열 감독의 <그대 어이가리>는 주연배우 선동혁과 정아미가 부부로, 미스코리아 출신 김유미가 딸로 출연했다. 이 영화는 우리 전통 음악이 갖고 있는 한과 흥을 정서로, 오늘날과 같은 노령화시대의 큰 사회적 이슈인 치매 가족이 겪은 가족 간의 비극과 애환을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영화 포스터 <그대 어이가리> 포스터이다.

▲ 영화 포스터 <그대 어이가리> 포스터이다. ⓒ 이창열

 
  
"10월 본선에서도 좋은 소식 들렸으면"

먼저 영화 <그대 어이가리>가 오는 10월 개막할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진출한 것에 대한 소감을 그에게 물었다.
 
"이창열 감독에게 연락을 받고 멍했다. 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내를 요양원에 맡기고 다리 밑에서 절규하듯 부른 '육자배기', 염하며 부른 흥타령 '꿈이로다'. 강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내에게 불러줬던 한 맺힌 씻김굿 '구음' 그리고 엔딩 장면인 다리 위 남도 상엿소리 등 영화에서 소리쳐 불렀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코로나19 라는 절대적 위기 속에서,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금껏 공부하고 쌓았던 소리 내공과 연기력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완전 몰입해 연기에 임했다. 정서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전적 소리 등이 1차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예술성을 평가받고, 인정했다는 것에 마음이 흐뭇했다. 오는 10월 본선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

 
그는 영화에서 남도민요 중 육자배기, 흥타령 등과 상엿소리, 씻김굿 구음 등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남도소리를 전공한 대학의 노교수이자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배우 정아미)의 남편 역을 맡았다.

"지난해 8월 13일 장모님이 임종을 한 후, 8일 뒤에 모친이 임종을 했다. 두 분 다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이후 지난해 9월 9일 <그대 어이가리> 촬영에 들어갔는데, 멍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몰입해 연기를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두 분이 치매로 고통받은 모습 때문인지, 치매를 앓은 아내를 수발하는 연기와 곡소리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고전적 소리를 배우게 된 이유를 그에게 물었다.
 
"과거 전남 고흥 금산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상엿소리를 하셨다. 두 분이 상엿소리를 하면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 국립극장 극장장과 국립창극단 단장을 역임한 김연수 명창과 박치기로 유명한 김일 씨름선수가 모친과 같은 동네 살았다. 모친이 두 사람을 오빠라 부르며 살았다. 어린 시절 모친은 소리에 일가견이 있어 김연수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 고흥 녹동으로 시집을 와서도 모친은 동네 초상만 나면 대신 초상집에 가 곡을 해주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특히 들판에서 모내기를 할 때 어머니가 부르는 '농부가' 소리가 집까지 들릴 정도로 우렁차고 구성졌다. 그래서 나도 어머니가 부르는 민요들과 동네 상엿소리, 초상집에 가서 대신 곡해주며 부르던 곡하는 소리 등을 자연스레 들으며 자랐다.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 민예극장에서 '다시라기'라는 연극을 할 때였는데, 마침 진도 씻김굿 무형 문화재인 고 박병천 선생께 진도 씻김굿과 상엿소리를, 명창 신영희 선생께 판소리 '춘향가'를 배우게 되면서 새로운 연기와 더불어 우리 전통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그것이 내 삶과 연기의 정서의 뿌리가 됐다.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치매를 주제로 한 것 같지만, 한국의 고전적 소리를 통해 인간에게 스며드는 휴머니즘을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시시회 기념촬영 지난 2월 17일오후 3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그대 어이가리> 기술시사회에서 이창열 감독과 주연배우 선동혁-정아미와 출연한 배우 고용화, 기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기술시시회 기념촬영 지난 2월 17일오후 3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그대 어이가리> 기술시사회에서 이창열 감독과 주연배우 선동혁-정아미와 출연한 배우 고용화, 기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김철관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고전 소리를 익혔다. 특히 판소리보다도 민요, 작가, 들놀이 등에 관심이 많아 시간만 나면 흥을 돋웠다.
 
"우리 소리에 대해 호흡을 잊지 않기 위해 연습을 한 것이다. 잊혀져가는 남도소리를 주로 불렀고, 고흥, 녹동, 순천, 보성, 여수 등의 만가(상엿소리)가 제가 부른 기본이 되는 소리이다. 이중 순천 오장 상엿소리(만가)가 특색이 있다. 이런 소리를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했고, 고 박병천 선생한테 배웠던 씻김굿에서 나온 슬픔소리인 구음 살풀이 같은 소리를 계속 하고 있다."
 
그는 소리와 관련된 얘기를 이어갔다.
 
"몇 번 드라마에서 고전적 소리를 발휘할 기회가 있었다.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 송강 정철 역을 맡았는데, 송강은 정치적 인물이기도 하지만 한량이기도 했다. 귀향을 갔다가 한양으로 들어올 때 첫 장면에 등장을 하는데, 달뜨는 밤에 송강의 시 중, 한 부분을 읊으면서 삿갓을 쓰고 들어오는 소리 연기를 했다. 대하드라마 <정도전> 때는 이성계 역을 맡은 배우 유동근에게 소리 연기를 잠시 가르쳐 준 적도 있다. 이번 <이방원>에서도 이성계가 죽고 난 후, 보필하지 못한 죽음에 대한 애통함을 여진족 이지란 역을 맡아 아들(배우 태항호)과 함께 산속 깊숙이 들어가 함경도 언어로 창을 하게 된다."
 

대하드라마 <이방원>에서 이성계와 의형제를 맺은 여진족 이지란 역에 대한 소개를 더 부탁했다. 
 
"6년 전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의 제가 맡은 배역이 이지란이었는데, 이번 <이방원>에서의 이지란은 좀 더 거칠고 재밌고 장난 끼 있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난 9일부터 첫 촬영에 들어갔다. 여진족이지만 아들로 출연한 배우 태항호와 함경도 사투를 강하게 사용한다. 이 드라마에서 오직 둘만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6년 만에 부활한 KBS 대하드라마여서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다."

한편 <이방원>에서 아들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태항호가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 오는 12월 방영예정인 KBS대하드라마 <이방원>에서 이지란역을 맡은 배우 선동혁(좌)와 아들역을 맡은 배우 태항호(우)가 촬영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아들 역을 맡은 태항호는 기자에게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진출작 <그대 어이가리> 주연배우 선동혁을 위한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 오는 12월 방영예정인 KBS대하드라마 <이방원>에서 이지란역을 맡은 배우 선동혁(좌)와 아들역을 맡은 배우 태항호(우)가 촬영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아들 역을 맡은 태항호는 기자에게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진출작 <그대 어이가리> 주연배우 선동혁을 위한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 선동혁

 
어린 시절 영화감독이 꿈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굴곡의 세월을 살아온 한 박수무당의 이야기이다. 한 많은 소리를 독백처럼 노래하는, 죽음을 관조하며 수행자처럼 살아가는 박수무당이자, 현재는 장의사(요즘의 장례지도사)로 살아가며 광주항쟁 때 잃어버린 아내와 딸을 찾고 있는 어느 노인의 이야기란다. 

전남 고흥 녹동 출신인 배우 선동혁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연기자로 변신한 그는 연극무대에서 주인공만 맡을 정도로 연기를 잘 했다고 한다. 작고한 배우 구희서 선생은 생전 선동혁을 두고 '연극계에서 큰 거목이 될 사람'이라며 KBS에 입사한 것을 두고 가슴아파 했다고 한다. 그는 90년대 연극계와 방송국 고정 출연배우를 놓고 고민하다가, 소극장을 갖고 싶은 꿈을 위해 1992년 KBS 배우로 입사했다. 

이후 1997년 KBS 대하드라마 <용의눈물>에서 이숙번 역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고, 그해 KBS 연기대상 조연 연기상을 수상했다.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는 송강 정철을 연기했고 6년 전 <정도전>에 이어 12월 방영 예정인 <이방원>에서도 이지란 역을 맡았다.
 
기자와 인터뷰 지난 17일 오후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2021년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그대 어이가리> 주연 배우 선동혁(우)이다.

▲ 기자와 인터뷰 지난 17일 오후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2021년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그대 어이가리> 주연 배우 선동혁(우)이다. ⓒ 김철관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본선 경쟁작 그대 어이가리 배우 선동혁 KBS대하드라마 이방원, 이지란역 배우 선동혁과 배우 태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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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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