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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습 민간인 희생 시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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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무장 세력을 공습하다가 민간인을 숨지게 한 것이 드러났다.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카불에서의 드론 공습 과정에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음을 밝혔다고 AP, CNN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당시 공습은 카불 공항에 있던 우리 군과 대피자들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막아야 한다는 믿음에서 이뤄졌지만, 비극적인 실수였고(tragic mistake)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투사령관으로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라며 "미국 정부는 희생자 유족에게 피해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테러범이라더니... 미국에 협력한 일가족

미군은 지난달 29일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호라산'(IS-K)이 카불 공항에 테러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 차량 한 대를 지목하고 드론 공습으로 폭파했다. 

당시 빌 어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맞췄다고 확신한다"라며 "이번 공격은 방어적 조치였고, 현재까지는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미 언론에서는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특히 <뉴욕타임스>는 폭파한 차량의 운전자가 미국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의 협력자인 제마리 아흐마디였고, 그와 그의 자녀를 포함해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결국 미군은 자체 조사를 통해 뒤늦게 오폭을 인정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방부를 대표해 아흐마디를 비롯한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아흐마디와 IS-K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당시 그의 활동은 완전히 무해한 것이었다"라며 "우리가 직면한 것으로 믿었던 임박한 위협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라고 인정했다.

악재 겹친 바이든... 미 관계자 "천문학적인 피해"

가뜩이나 아프간을 탈레반에 넘겨주고, 대혼란 속에서 도망가듯 철수하며 체면을 구긴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테러와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미국에 협조했던 일가족을 몰살한 이번 사태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에 "군의 실수로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피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궁극적인 책임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공세에 나섰고, 비판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도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미군의 발표는 실수를 인정하는 첫걸음"이라며 "이제 미국 정부가 할 일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벌여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희생자 유족에게 충분히 배상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