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18 18:06최종 업데이트 21.09.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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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9월 16일 <조선일보>에 <"우리나라 확진자·치명률, OECD 최저 수준" 文 발언, 진짜일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의문을 나타낸 겁니다. <조선일보>가 내놓은 답은 이렇습니다. "과장됐다.", "낮은 편이긴 하지만, '최저 수준'이라 하긴 어렵다"
  

확진자와 치명률이 OECD 최저 수준이라는 청와대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보도 화면

 
어느 쪽 말이 맞는 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서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을 뽑아 보고 그 결과가 OECD 국가 중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신규확진자 수 비교

<조선일보>는 "13일 기준 한국의 7일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1495명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부터 틀렸습니다. 13일 기준 한국의 7일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1495명이 아닌 1791명입니다. 특정한 날 하루만 선택해서 뽑은 수치는 데이터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통 직전 7일의 평균치를 계산해서 집계하는데 <조선일보>는 7일코로나 확진자 수라고 해 놓고 13일 당일의 확진자 수를 가져 왔습니다.통계를 가지고 팩트체크를 하겠다면서 기본적인 숫자부터 틀리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신규 확진자 수를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나라별로 인구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34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이슬란드와 3억이 넘는 인구의 미국 확진자 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규 확진자를 비교하려면 인구 100만 명당 몇 명인지를 계산해서 비교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13일 당일의 자료를 바탕으로 신규확진자가 29.1명으로 9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3일은 스웨덴과 코스타리카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가 등록되지 않아 0명으로 기록된 날입니다. 그런 오류를 덜기 위해서 13일을 기준으로 7일 평균값을 뽑아 보면 한국은 34.9명이 되고 순위는 7위가 됩니다.

<조선일보>는 집계에 오류가 있는 도표를 선택했고 거기에 나온 신규 확진자 9위를 두고 "낮은 편이긴 하지만, '최저 수준'이라 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두 개의 도표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떤 도표이건 간에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숫자가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되는지 그냥 "낮은 편"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 - 9월 13일 ⓒ 이봉렬

 

백만명 당 신규 확진자 수 - 9월 13일 기준 7일 평균 ⓒ 이봉렬

 
치명률 비교

이번에는 치명률을 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치명률 계산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 아워월드인데이터의 계산 방법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은 0.31%로 OECD 국가 중 9위"라며 문 대통령이 "'상위 23%'(37개국 중 9위)를 '최고(최저) 수준'이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삼성의료원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윤순봉 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이 계산한 한국의 치명률 순위를 가져옵니다. <조선일보>는 윤 전 고문이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치명률은 7~18위 수준으로 계산된다면서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치명률도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난 9월 13일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7명이었습니다. 이를 당일 확진자 수 1495명으로 나누면 치명률은 0.47%가 나옵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9월 12일 사망자를 기준으로 하면 치명률은 0.07%가 나옵니다. 0.07%면 13일 기준 세계에서 4번째로 낮은 게 됩니다.

이렇게 특정한 하루를 선택하면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7일 평균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럼 13일 기준 7일 평균 치명률은 얼마일까요? 0.30%로 OECD 국가 중 10위입니다. 10위라면 "최저 수준"은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습니다. 10위라는 숫자 대신 아래 도표에서 한국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역시 "OECD 최저 수준의 치명률"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9월 13일 기준 일주일 평균 치명률 ⓒ 이봉렬

 
사실 코로나 방역 관련해서 중요한 지표는 인구 대비 전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비교일 것입니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의 인구 백만명 당 확진자 수는 5378명으로 3위, 우리 나라보다 상황이 나은 나라는 뉴질랜드와 호주뿐입니다.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 수 역시 46명으로 순위는 같습니다. 최근의 신규 확진자 수, 치명률은 OECD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낮습니다. 대통령이 OECD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크게 흠잡을 일은 아닙니다.
  

백만명 당 전체 확진자 수 ⓒ 이봉렬

   

백만명 당 전체 사망자 수 ⓒ 이봉렬

 
K방역에 대한 외국의 평가

싱가포르는 코로나 방역 상황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를 4단계로 분류해서 입국 절차를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청정국가로 분류되는 1단계는 싱가포르 입국시 별도의 격리가 필요 없습니다.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이 네 나라만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우수한 2단계는 입국시 격리를 일주일만 하면 되고, 대부분의 나라가 포함되어 있는 3단계는 격리 2주, 코로나 위험 국가로 여겨지는 4단계는 정해진 곳에서만 격리를 해야 하는 등 차이가 많습니다.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는 창이공항의 모습.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2단계 국가로 격상되면서 여행의 문이 조금 더 열렸습니다. ⓒ 이봉렬

 
지난 9월 5일,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만 콕 집어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캐나다, 독일 등 다섯 개 나라만 2단계였는데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겁니다. 한국의 코로나 방역 상황이 싱가포르의 기준에서 봤을 땐 전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좋다는 걸 의미합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 보건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상에 가까운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방역에는 늘 높은 평가만 듣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한국의 방역이 실패한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를 비틀어서라도 안 좋은 걸 부각시키고, 도저히 비틀 수 없는 데이터는 아예 숨기고 보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건 좋다고 하고, 나쁜 건 나쁘다고 하는 게 언론이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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