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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 큰 놈이 싸움 이긴다는 말이 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논리가 있든 없든 일단 목소리를 높이면 판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을 홍보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취지가 훌륭하고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사업 아이템이더라도, 수요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는 '우리 동네 공약만들기' 운영진의 고민도 이와 같았으리라. 지역에서의 정치활동은 단순히 노력과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지역 문제를 알릴 '마이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역정치의 중요성 강의도 듣고 구의원 특강도 듣고 워크숍도 하면서 동네 공약 만드는 방법을 연습해봤으니, 이젠 마이크 잡는 요령도 배울 때가 됐다. 어떻게 해야 언론이라는 확성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언론이 기꺼이 마이크를 내어주는 뉴스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지역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공동체 미디어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말이다.
 
6월26일 시작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 첫회에서 서복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모습.
 6월26일 시작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 첫회에서 서복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모습.
ⓒ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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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론인 두 분을 모셨다. 지난 11일, <공약만들기> 여섯 번째 시간은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와 '관악FM' 안병천 대표가 차례로 강연을 베풀었다. 

단톡방에 공유되는 기사? 어떤 뉴스가 읽히는 뉴스일까

어떤 뉴스가 읽히지도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동안, 어떤 뉴스는 언론마다 대서특필돼 손쉽게 세간의 관심을 끈다. 주로 돈 많고 힘세고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물론 이런 뉴스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확실히 '읽히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어떤 뉴스링크들이 주로 공유되는지 보면 알 것이다. 유명인사의 실언에 혀를 끌끌 차고 톱스타의 스캔들 속보를 대화방에 전파하며 "대박"을 중얼거리는 게 우리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렇다면, 비장한 각오로 우리 동네의 공익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고 피켓을 들러 나서는 이들의 소식이 언론에 실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성애 기자는 '현장과 시의성, 다른 시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령 어떤 사건에 관해 내부자가 쓴 기사는 그렇지 않은 기사보다 잘 읽힐 가능성이 크다. 속사정을 훤히 아는 사람의 글이니 통찰력이 담겨 있고, 현장의 언어로 말하며,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풍경을 전해 준다. 거기에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타이밍에 기사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기자를 너무 어려워하지 마세요'

매일 수많은 보도자료에 묻혀 사는 기자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령도 건넸다. 보도자료는 기사의 밑그림이다. 따라서 이 보도자료가 무엇을 위해 쓰여졌는지 그림이 분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도자료의 요지가 메일 제목에 담겨 있으면 좋다. 우리가 기사 제목을 보고 혹해서 누르듯, 그 기사를 써내는 기자도 사람이기에 메일 제목을 보고 클릭하고 싶은 보도자료가 기사화되기 쉬운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기자회견 등 행사에 주로 취재 오는 기자와 언론사를 기억해 두고 관계를 맺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취재는 왔는데 기사로 나오지는 않았다면 어쩌나, 질문이 들어왔다. 유 기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해당 기자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정공법이었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취재현장까지 오는 수고를 들이고도 써내지 못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유 기자의 강의를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내가 전하고픈 소식이 기사로 이어지려면 기자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들과 관계를 맺어라. 기자가 일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자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도 결국 바쁜 사람이자 노동자이기에.

우리동네 사랑방, 공동체 라디오 아시나요

두 번째 강의를 맡은 안병천 대표는 올해 17주년을 맞은 관악FM의 대표다. 지역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지역 미디어의 소명에 초점을 두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지역밀착형 방송 제작에 힘쓰고 있는 관악 공동체 라디오 관악 FM(홈페이지)
 지역밀착형 방송 제작에 힘쓰고 있는 관악 공동체 라디오 관악 FM(홈페이지)
ⓒ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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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라디오는 소규모 지역(시·군·구)을 대상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비영리 FM라디오 방송이다. 2004년 공동체 라디오 시범사업으로 7개사가 선정돼 문을 연 뒤 17년만인 올해 20개가 추가로 허가를 받았다. 

안 대표는 코로나 위기에서 지역미디어의 힘이 다시금 주목받았다고 역설한다. 대구 지역에 마스크 대란이 일었던 2020년 봄, 대구 공동체 라디오인 성서FM은 어디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지를 방송했다. 그 어떤 방송도 도맡을 수 없는 지역밀착형 재난방송은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호평을 받아 행정안전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역을 바라보는 미디어의 힘이었다.  

안 대표는 수많은 마을신문이 만들어졌다가도 사라지는 이유가 예산 문제와 더불어 높은 진입장벽에 있다고 보았다. '기사를 써보라'고 하면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기사 요건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까지는 훈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라디오를 하면서 그 방송내용을 글로 옮겨보자고 하면, 기사 작성때보다는 주민들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용이하다고 한다. 

코로나여서 더 흥했다... 주민 곁 파고드는 지역언론

공동체 미디어는 어떤 활동을 할까. 지역 정보를 일 단위로 소통하고, 하루 6시간 이상의 컨텐츠를 자체 제작해 내보낸다. 미디어센터, 미디어사랑방을 열어 사진 교육 및 다양한 전시활동을 병행한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주민들을 엮어내고, 그 친밀감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취재거리를 뽑아낸다. 유성애 기자가 강조했던 '현장성'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미디어임은 분명해 보였다.

한계도 있었다. 상근자들이 이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적절한 보수와 역량강화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동체 라디오에 전문성이 쌓이기 어렵다. 근속연수를 높이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권력과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이들과 완전히 척을 질 수 없는 묘한 협력관계, 그러니 아슬아슬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역정치인들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자 취재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지역에 뿌리내린 지역 미디어의 힘은 주민과의 네트워크, 지방정부와의 거버넌스에서 나온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이었다. 지역언론은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더 좋은 주민의 귀와 입이 되기 위해 주민 곁을 파고들고 있었다. 
 
6월~10월까지 정치사회서점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진행된다. 모집 포스터.
 6월~10월까지 정치사회서점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진행된다. 모집 포스터.
ⓒ 정치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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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와 있는 미디어, 잘 숨쉬고 활용해야

미디어는 사회의 공기와 같다. 공기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듣고 공기를 떠다니는 냄새 분자로 향기를 맡듯, 소식은 미디어를 타고 온다. 그 미디어는 사람일 수도, 신문일 수도, 무심코 지나친 지하철 광고판일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광고이자 홍보인데, 가만히 앉아 이 공약의 진가를 누군간 알아봐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것만큼 시대착오적인 전략은 없다. 

다행히도, 좋은 공기를 순환시키려 애쓰는 기자들이 있다. 지역언론인이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공기를 최대한 많이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강연자의 이야기는 다른 듯 닮아 있었다. 기자와 동료 시민과, 지방정부 공무원 및 구의원들과 늘상 관계를 맺어라. 네가 언론을 잘 이용한다면 언론도 그만큼 나를 잘 이용할 것이다. '관계 안에 거하는 것', 그것이 언론을 활용하는 기본이자 언론인의 필수 덕목이라는 얘기였다.

널리 읽히는 공약, 사람 냄새 나는 정책은 어떻게 만들까. 강의 몇 개 들으면 황금공약을 쑥쑥 낳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공약만들기' 강의가 모두 끝난 뒤에도, 어쩌면 변변한 동네정책 하나 제대로 빚어내는 데 일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내가 지역에서 만드는 작은 변화의 조짐에도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실어날라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적잖은 위안을 준다는 사실이었다. 

태그:#공약만들기, #지역언론, #오마이뉴스, #관악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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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인 겸 청년마을활동가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럴 수 있지"와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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