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는 단연 로드(Lorde)의  < Melodrama >다. 막 스무 살을 넘긴 음악가의 비망록은 완벽했다. 눈부신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자네가 음악의 미래야"라는 찬사를 건넨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선견지명에 또 한 번 감탄했다. 햇수로 4년 만인 세 번째 앨범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로드는 지난 6월 11일,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첫 싱글 'Solar Power'를 공개했다. 60~70년대 미국 포크 영향력이 감지되는 노래는 긴장감이 없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 앞서 공개된 콜드플레이(Coldplay)의 'Higher Power'처럼.

'Solar Power'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Freedom '90',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의 'Loaded'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조지 마이클 신탁 관리 단체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조지도 이 노래를 들었다면 기쁘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8월 20일 발매를 확정한 새 앨범이 더 궁금해졌다.
 
 디스크 없는 앨범 'Solar Power'

디스크 없는 앨범 'Solar Power' ⓒ Lorde

 
후속 싱글 'Stoned at the Nail Salon'은 절제된 어쿠스틱 발라드다. 로드는 한없이 빛난 젊은 날의 혈기를 진정시키며 앞을 내다본다. 조금씩 노화하는 시간의 흐름도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더는 혹사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본다.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물리 매체, 머천다이즈, 투어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1년 전부터 주얼 케이스를 대체할 물리 매체를 꿈꿔온 로드는 뮤직 박스(Music Box)라는 친환경 패키지를 제작했다. 재활용 판지와 종이로만 만든 패키지엔 다운로드 카드, 부클릿, 포스터, 독점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코드 등을 수록했다.
 
 환경을 고려한 '뮤직 박스' 패키지

환경을 고려한 '뮤직 박스' 패키지 ⓒ Lorde

 
시디 발매를 포기한 건 놀라운 선택이다. 여전히 음반을 사랑하는 리스너라 적잖이 당황했다. 바이닐도 한정 수량만 발매한다. 로드는 '디스크 없는 패키지'가 음반 시장에 변화를 주게 되리라 믿는다. 환경을 고려한 음악가의 과감한 선택은 또 다른 예술가는 물론 개인에게도 영감을 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살면서 겪는 많은 일과 관계, 변화가 앨범 < Solar Power >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팝스타, 천재 음악가의 명성을 내려놓고 평범한 삶을 이어간 건 큰 변화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Royals', 'Green Light'의 뒤를 이을 강렬한 싱글이나 < Melodrama > 같은 번뜩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중, 평단의 복합적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응집력보단 자연스러운 흐름이 돋보인다. 여름 끝자락에 휴가를 떠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협업도 많아졌다.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 클레어오(Clairo), 로렌스 아라비아(Lawrence Arabia), 말론 윌리엄스(Marlon Williams) 등 많은 동료 음악가가 백 보컬로 여러 곡에 힘을 보탰다.

톱 트랙 'The Path'부터 무게를 덜어내고 차분히 이야기를 건넨다. 'Secrets From a Girl (Who's Seen It All)'은 데뷔 앨범에 수록한 'Ribs' 화음 일부를 활용하며 과거를 돌아본다.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멘토 로빈(Robyn)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로드는 힘을 빼고 관조한다. 60년대와 현시대에서 접점을 탐구한 'Mood Ring' 외 'The Man with the Axe', 'Dominoes', 'Big Star' 같은 어쿠스틱 중심의 잔잔한 노래들을 향한 반응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뉴질랜드의 삶이 담긴 'Oceanic Feeling'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엔딩 트랙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순간을 소리로 풀어냈다.

선공개한 'Solar Power'를 듣고 느낀 당혹감은 앨범으로 풀렸다. 다양한 요소, 의문이 담긴 앨범을 과도기로 속단할 생각은 없다. 행복한 팝 레코드다. 2022년부터 열리는 투어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음악 로드 LORDE 리뷰 팝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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