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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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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땅투기 의혹을 받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뻔뻔함'은 국가대표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단번에 서민 정치인 이미지를 얻어 인기를 구가하던 윤 의원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알려지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들을 두 번 우롱했다고 본다.

그는 '팔순 부친이 매입한 논은 투기가 아니라 농사를 짓기 위해 매입한 것'이며 자신은 '논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을 '잡아떼기'로 본다. 그러나 잡아떼기 기술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JTBC와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부친은 '애초에 투자할 건물을 알아보다가 농지를 염두에 뒀다'고, 모친은 '투자 목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친의 땅을 몰랐다'는 윤희숙 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전의면 농민들은 언론에 "전문 선수 농사꾼 아니면 (그 땅에) 손도 못 댄다. 서울 살던 고령의 노인이 거기사 농사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등의 발언(뉴시스 보도)을 하기도 했다. 

사퇴 선언을 하면서도 여당 의원들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를 공격하며 자신의 무고가 밝혀지면 자기처럼 전원 사퇴하라고 역공을 퍼부었다. 현란한 물귀신 작전이다. 반칙인데 진짜 기술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윤희숙 의원의 되치기 기술은 먹히는 듯하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반성해야 할 그가 '사퇴 코스프레'로 책임지는 정치인으로 둔갑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인다. 임차인 코스프레로 재미를 보더니 이번엔 사퇴 코스프레로 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다른 기술은 '적반하장 기술'이다. 윤희숙 의원은 스스로 공수처 수사를 받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황당하다. KDI 정보를 활용했거나, 부녀가 상의했거나, 부친과 논 구경을 갔거나 등 부친 투기 의혹에 윤희숙 의원이 개입한 흔적은 부친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 수사로 밝힐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윤희숙 의원이기에 적반하장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윤희숙 의원의 잡아떼기, 되치기, 적반하장 기술은 진짜처럼 보이는 속임수다. 권익위가 조사한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말고도 불법 계약 의혹, 논 주위의 특혜성 아스콘 포장 의혹, 불가능한 차액 사회 환원 등 윤희숙 의원의 결백에 거짓이 들러나면 그가 구사한 기술들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두고 보면 알 일이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의 대처 방식은 윤희숙 의원과 꼭 닮았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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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일단 잡아떼기 기술을 능란하게 구사했다. '고발 사주는 말도 안 되고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잡아떼기는 윤석열 후보의 단연 돋보이는 기술이다. 윤석열 후보와 그의 부하인 손준성 검사도 일단 잡아떼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런데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을 위한 국기문란 수준의 고발 사주 의혹을 한 개인이 스스로 실했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윤석열의 되치기 기술은 좀 어색해 보인다. 고발 사주 의혹은 '정치공작, 정치 음해'라고 역공하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여당 정치인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잡아떼기 기술이 먹히지 않은 상황에서 되치기 기술이 통할 리 없다. 심지어 이준석 대표와 야당 대선후보들조차 의심과 우려를 표하고 있으니 윤석열 후보의 되치기 기술은 당의 지지를 받는 윤희숙 의원의 기술과는 사뭇 다르다. 윤석열 후보의 되치기 기술은 궁지에 몰린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간절한 임기응변이나 딱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의 적반하장 기술은 윤희숙 의원과 똑같다. 윤희숙 의원이 스스로 공수처 수사를 받겠다고 한 것처럼 윤석열 후보는 국정조사를 원한다고 했다. 고발 사주를 부하에게 지시했는지는 부하가 부인하면 수사로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수사권 없는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히기란 불가능하다. 거짓을 덮을 수 있다고 자신하기에 벌거벗기 기술을 자신 있게 구사하는 것이다. 윤희숙 의원 부친의 땅투기를 딸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듯, 고발사주를 윤석열 전 총장의 부하가 단독범행으로 독박을 쓸 테니 적반하장 기술을 쓰기로 작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후보와 윤희숙 의원 두 사람의 국민 기만 정치 기술은 용호상박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 잡아떼고, 되치고, 적반하장하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두 사람만 모르는 것이 백성들의 놀림감이 된 벌거벗은 임금님과 닮았다. 한 가지 진실을 감추기 위해 일곱 가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영국속담을 명심하기 바란다.

태그:#윤석열, #윤희숙, #정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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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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