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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살면서 이말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혹은 각종 방송 매체에서 지겹도록 나왔고 지금도 흔하게 하는 말이다. 무엇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때 '짬뽕이 좋아? 짜장이 좋아?'와 함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속뜻이 깊은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아빠가 되어보고 나니 이 말은 조금 틀렸지 싶다. 특히 5살 이하 어린 아가들에게는… 난 스스로 생각해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엄마 노동량까지는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아기와 아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기저귀는 어떤 아빠보다도 많이 갈았고 지금도 매일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아기와 놀아 준다. 조연 역할을 주로 맡지만 재울 때도 함께 한다. 육아를 돕는다기보다는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여러모로 부족한 아빠지만 그래도 제일 잘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내가 느낀 게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세상 쓸데없는 말이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이고 하늘이다. 당할 수가 없다. 엄마와 아기 양쪽 모두, 서로에게 존재 자체가 남다르다. 나름 열심히 공동육아 전선에서 뛰는 입장에서 확실히 느꼈다. 엄마의 존재감은 이른바 넘사벽이라고.

육아 초기에는 약간의 경쟁의식(?)도 있었지만 금세 포기했다. 아빠가 주양육자로 육아를 담당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가에게 엄마는 절대적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을 게 아니라 '엄마 좋아? 아빠도 좋지?'가 맞을 듯싶다.
 
잘떄도 안고 잘 정도로 공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 벌써 집에 있는 공만 5개다.
 잘떄도 안고 잘 정도로 공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 벌써 집에 있는 공만 5개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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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할 때 엄마만 찾는 아들에게 서운했다

솔직히 육아 초창기 때는 엄마에게만 집착하는 아들 녀석에게 서운한 감정도 느껴졌다. 무심한 아빠도 아니고 갓난아기 때부터 엄마와 함께 2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분유도 타 주고, 기저귀도 갈면서 온갖 뒤치다꺼리를 같이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만큼 아들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종종 상했다.

일단 서운한 것도 서운한 것이지만 이래저래 아내에게 미안할 때도 많았다. 엄마는 힘들다. 육아 동료로서 늘 옆에서 지켜보던 입장인지라 이것저것 어설프게라도 엄마의 바쁜 손을 줄여주고 싶은 것이 남편된 마음이다. 엄마도 잠깐씩 여유가 필요하다. 아무리 아들이 예뻐도 하루 종일 육아 전쟁을 치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1~2시간 만이라도 엄마가 숨 좀 돌릴 수 있게 단독으로 육아를 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어설프게나마 엄마를 따라 하다 보니 기본적인 것들은 조금씩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조금만 엄마와 떨어져도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잠을 재울 때도, 중간에 잠깐씩 깨어서도 늘 엄마를 확인한다. 결국 육아를 도와준다 해도 엄마가 가까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일쑤다. 확실하게 도와주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그럴 방법이 없다.

놀 때는 그런대로 함께 잘 놀다가도, 외출 나갈 때 안아주는 것이나 잠에 관한 부분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엄마만 찾아대니 엄마는 엄마대로 고생이고, 나는 나대로 서운했다. '도대체 이 녀석에게 나는 뭔가?' 어찌 보면 참 어른스럽지 않은 마음가짐이지만, 나도 모르게 서운함이 깊어졌다. 애착이 큰 만큼 덩달아 마음도 여려졌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주변에 대다수 아빠들은 아예 육아에 무관심하거나, 형식적으로 조금 도와주고 도망가기 일쑤인데 나는 정말 진심으로 참여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육아를 피하고자 없는 약속을 만들어내거나 술자리 등을 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 관계는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아기를 놓고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24개월 인생, 드디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24개월 인생, 드디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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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함이 당연함으로, 좀 더 노력이 필요했다

마음이 상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빠가 되어 가지고 생후 2년도 되지 않은 아들한테 삐지겠는가, 아님 '네가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속상해'라고 속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겠는가. 그냥 속으로 끙끙 앓으며 아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상당수 아빠들이 자녀와 애착관계 형성이 잘 안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좋은 아빠와 아들처럼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친구처럼 얘기도 나누는 그런 부자 관계로 만들어가고 싶다. 서로 잘해야지 마음은 있어도 한 공간에 있으면 침묵만 흐르는 그런 사이는 절대 싫다.

어느 날 생각해보았다.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진짜 엄마가 하는 것 반의 반이라도 하고 있을까?' 진지한 고민 끝에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는 사랑하는 자식에게 집착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10개월 임신 기간 동안 아기를 위해 감기에 걸려도 꾹 참고 약을 먹지 않는가 하면 출산 후에도 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오직 아기 생각뿐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처럼 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처음에는 갑자기 만들어진 육아 환경에 적응이 안되어 괜스레 짜증도 냈고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등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아내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아기에게 표정 하나까지 신경 쓰는 등 적응기 없이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나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도 겪고 육아를 하면서 아들과 정도 더욱 들어가는 등 시간의 도움을 받은 케이스다.

더 신경을 쓰고 애정을 기울이려고 노력했던 탓일까. 다행히 최근에는 예전보다 더욱 많이 좋아졌다. 어디 나갈 때 '아빠 안고'라고 말하면 쪼르르 달려나와 안기는가 하면 아침에 깨어나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누워있으면 아장아장 걸어와서 내 배를 베개 삼아 다시금 잠이 든다. 토닥토닥 재워줄 때도 예전에는 엄마 손만 찾았다면 지금은 아빠 손도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엄마와 뽀뽀를 하다가도 내가 근처에 있으면 다가와서 '아빠도 뽀뽀' 그러고 엄마에게만 부탁하던 여러 가지 요구를 나에게도 함께한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넘어져서 아프거나 자다 일어났을 때 '엄마' 하고 울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엄마, 아빠'로 바뀌어가고 있다. 엄마란 말과 함께 아빠라는 단어에도 많이 익숙해져 가는 아들이다.

어찌 보면 서운했던 것은 나의 급한 마음이었지 싶다. 나도 아빠로서 적응기가 필요했던 만큼 그 부족했던 공백을 채울 시간이 아들에게도 필요했다. 애착관계라는 것은 내가 판단할 게 아닌 아기의 반응과 행동에서 찾아야 했다. 적어도 서운함과 기쁨이 반복되다 보니 아빠로서의 멘탈(?)은 나름대로 튼튼해진 상태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아들과의 사이 속에서 부모로서의 마음도 배워간다. 아들, 2순위여도 좋으니, 지금 현재 순위 평생 가져가야한다.

태그:#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육아일기, #초보아빠 적응기, #초보아빠 생활노트, #24개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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