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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희망 희망
ⓒ pixabay(상업적 무료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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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들 자신의 꿈을 얘기해볼까? 김철수, 너부터 얘기해보자."
"네, 제 꿈은 과학자입니다. 나중에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물었던 공통질문이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과는 아주 동떨어진 유년시절을 보내던 그 시절 매년 한 번쯤은 20, 30년 뒤 자신을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겪었던 내 유년시절에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항상 해오던 질문이었고, 최근에도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교에서 받아오는 질문지나 설문지 중에 간간이 아이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넌 꿈이 뭐야?', '넌 장래희망이 뭐야?'

내 유년 시절에 던져진 그 질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해서 대답했을까. 대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망설임 없이 그냥 입 밖으로 튀어나온 대답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닌 많은 아이들이 그랬고 그땐 정말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 아닌 그냥 누군가의 꿈이 될 법한 직업을 꿈으로 얘기하곤 했다. 그 시절 트렌드였던 같기도 했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그렇게 대답을 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 시절 선생님들의 공통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과학자'였다. 그렇게 생각했던 계기는 아마 그 시절 유명했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얘기하고 나면 아마 다른 귀찮은 일이나, 내 꿈에 대한 어른들의 추긍을 받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한동안은 게이머나 크리에이터가 한참 유행했지만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답하는 제출용 답안이었지 조금만 머리가 커지고 나면 꿈을 잃고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장은 우리 아이들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 큰아이는 우주 항공사, 딸아이는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꿈들이 있었지만 이젠 큰 아이는 대학을 가기 위해 꿈을 잊고 산 지 꽤 시간이 지난 듯싶다. 안타깝지만 그 또한 지켜보며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알기에 쉽게 조언을 할 수도 없다.

얼마 전부터 과중한 업무 때문에 늘 생활이 피곤했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매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마음에만 갖고 있었고,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작지만 소중한 꿈이 잊히지 않았다. 최근 아내에게 슬며시 다시 꺼내 든 카드가 있다. 과거에도 몇 번 얘기는 꺼내봤지만 아내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귀찮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실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아내에게 말하던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지했고,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은 계획뿐이지만 올 가을부터 그 작은 꿈을 또 하나 이뤄볼까 고민 중이다. 그 끝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작도 해보지 않고 더 나이가 들면 아마 계속 미련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계획뿐이지만 올 가을부터 그 작은 꿈을 또 하나 이뤄볼까 고민 중이다. 그 끝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작도 해보지 않고 더 나이가 들면 아마 계속 미련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난 나이가 들면서 진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들 중 하나가 지금처럼 글을 쓰는 일이고, 요리를 하는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씩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늘려갈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좋아하는 일들로 수익이 나는 일이 미미하지만 앞으로 지금 하는 본캐도 은퇴 시점이 올 것이고, 좋아하는 일로 수익을 조금 더 내는 수익 구조를 만들 생각이다. 얼마 남지 않은 본캐의 한계와 즐겁게 인생을 살기 위한 작은 바람으로.   

얼마 전 한 예능 프로에서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룬 사진작가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그는 오로라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오로라를 보러 갔다가 여러 가지 인상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자신의 꿈을 좇으려고 그때까지 이룬 모든 걸 포기했다고 했다.  

14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고정 수익도 없는 사진작가의 길로 비로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쫓았다. 그 사진작가는 모든 사람이 어차피 먼지 같다고 느꼈고, 기왕 먼지가 될 거 행복한 먼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니 모든 게 포기가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사진작가와 굳이 비교하면 시작하는 나이도 내가 많고, 과감하게 모든 걸 던져버릴 용기도 없지만 그래도 그 절실함은 닮아가는 것 같아 아주 조금은 용기를 더 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가의 꿈은 나와는 주어진 상황도 다르고, 꿈도 다르고, 이미 성공이란 결과로 근사하게 포장됐지만 그 꿈을 좇으면 느낄 행복감만큼은 그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머릿속 계획뿐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하루 보낸 시간에 보람을 느낀다. 생각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행동으로 옮겨질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생각으로 오늘도 난 퇴근길이 행복했다. 지친 몸은 아랑곳없이 내 생각만큼은 오늘 퇴근길에도 어김없이 행복의 나라에 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태그:#꿈, #장래희망, #행복,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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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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