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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친다
▲ 화전 봄에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친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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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만의 장소를 말하라고 하면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2평 남짓한 다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어쩌면 30년이란 긴 세월 내 삶이 녹아있는 장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매일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명상도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면서 나만의 세계로 침잠을 한다. 

나는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날마다 하루를 연다. 다실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고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봄이면 화전을 부쳐 남편과 마시는 차 한잔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다. 손님이 오거나 가족이 모일 때에도 다실에서 차를 마신다. 다실은 우리 집 문화공간이나 다름없다. 

계절마다 만들어 먹는 떡을 먹으면서도 차와 함께 한다. 과일이 많이 나올 때는 과일로 양갱을 만들거나 다식을 만들어 차와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호사다. 차는 많은 것을 포함한 종합예술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도 집안에서 머무르는 공간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이 좋다. 차는 해야 할 일도 많다. 차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수도 그렇게 시작했다. 10년이란 긴 세월을 수놓기에 집중하고 바느질을 해서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꼈다. 

딸들이 떠난 빈자리는 차 생활을 하면서 채워나갔다. 참 많은 사연과 나만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내가 유일하게 살면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온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내 곁은 떠나고 외로움을 견디도록, 내 인생에 안식을 준 포근하고 따뜻한 장소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많은 날 나는 매일 나만의 공간인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물건을 들을 모아 놓고 즐겨왔다. 다실의 다기들과 차 도구는 저마다 추억과 사연들이 담겨있다. 오랜 생활 차 생활을 하면서 행사에 많이 참여해서 찻자리를 하게 된다. 그럴 때, 똑같은 다구를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걸 사야 했다. 좋아해서 사고, 선물도 받게 되고 집에 가지고 있는 다구들이 꽤 많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무슨 욕심이었을까,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때는 다구들도 유행처럼 새로운 걸 사는 재미가 많았다. 여행을 가서도, 차 행사를 하는 곳에 가서도 오로지 차와 관련된 것에만 마음이 집중되었다. 살면서 온통 차와 관련된 일에 묻혀 살아온 세월이다. 전국을 누비고 일본까지 원정을 다니며 행사를 하고 차에 몰두하고 차의 세게에서 살아온 게 내게 축복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오늘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그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이다. 매번 다실에서 명상은 나를 깨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매일 바쁘게 살아간다. 누가 나 대신 그 일을 해 주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실존을 말해 주는 것이다. 날마다 내가 하는 일이 쌓여 내 생을 이루기 때문이다. 

2년이 다 되는 긴 시간 코로나가 오면서 자유롭지 못한 시간들을 살면서도 한 번도 외롭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잘 견뎌냈다. 내 삶과 정신이 축적된 내 공간은 나를 살게 하는 곳이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 것도 내 삶의 향기를 더해준다. 이만하면 더 바랄 것 없는 나만의 장소에서 향기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나는 나에게 자문해 보며 이번 생은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 살아온 삶을 후회한 들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많은 걸 바란다면 하나의 욕심이 아닐까? 나는 나로 만족하려 한다. 내게 주어진 생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의 브런지와 블로그에 실립닌다.


태그:#나만의 장소, #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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