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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교 시절 학생기자였다. 그때 나의 모교에서는 연 4회 학보와 연 1회 교지를 발간했다. 그때 홍준수 선생님이 편집지도 교사였는데, 대단히 뛰어난 편집 베테랑이었다. 그분을 통해 교정부호부터, 편집요령을 배웠다. 지금 되돌아봐도 그때 제대로 배운 듯하다. 그래서 당시 우리 학교의 신문 및 교지가 전국 고교생학생신문 교지 콘테스트에서 해마다 '최우수작'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아무튼 그때 배운 솜씨로 대학 시절에도 잠시 편집자로, 교사가 된 이후에는 내가 편집지도 교사로 많은 올챙이 기자들을 지도했다. 그들 가운데는 몇 제자는 방송 및 신문기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교정은 잘해야 본전이다. 분명 3교까지 열심히 눈이 아프도록 봤는데도 인쇄물이 나온 뒤 오탈자가 나올 때는 망연자실하기 마련이다. 지난날 어떤 신문사 교열자가 대통령의 '대(大)'를 문선공이 착각하여 '견(犬)'으로 뽑은 글자를 바로잡지 않아 견책을 당했다는 얘기도 현장에서는 있을 법한 얘기다. 고교시절 홍 선생님은 학생기자들에게 귀에 익도록 일렀다. 숱한 잔소리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씀이다.

"활자는 춤을 춘다."
  
그동안 내가 펴낸 책들
 그동안 내가 펴낸 책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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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습득은 여전히 책이다

나는 그동안 숱한 책을 펴낸 뒤 본문을 읽다가 오탈자가 나오면 쥐구멍을 찾고 싶도록 부끄러워진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아무튼 저자가 교정 과정에서 소홀히 지나친 결과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통산 3교로 마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보다 앞선 이웃 일본은 통상 5~6교를 본다고 한다. 그들이 그런 까닭은 출판 후 오탈자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의 한 방안일 것이다.

몇 해 전, 한 출판사와 어린이용 도서를 펴내면서 편집자와 무려 8차례나 피드백이 오갔다. 편집자는 아주 짜증이 나도록 저자의 진을 뽑았다. 그런데 역시 그 책은 나온 뒤, 오탈자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출판 불황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는 올여름, 이번 가을에 나올 신간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교정으로 복더위를 잊고 지냈다. 엊그제 3교를 본 뒤 교정쇄를 출판사로 보내고 이제는 마지막 OK 교정을 앞두고 있다. 어제오늘 보낸 교정지를 다시 보자, 3교 때 정신 바짝 차리고 봤는데도 그새 세 곳의 오탈자를 발견했다. 마지막 OK 교정을 볼 때는 목욕재계, 참선한 다음, 기도하는 자세로 봐야겠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글을 읽을 때는 돋보기안경을 쓴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잔글씨에서 오탈자를 찾는 일은 '솔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내 책을 읽어줄 독자들의 짜증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나의 수고를 아끼지 않으련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행복한(?) 일도 앞으로 얼마나 더 하게 될지 자못 염려스럽다.

이즈음 출판계가 엄청 힘드나 보다. 영상문화가 판을 치고, SNS가, 유튜브가 이미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종이책 활자문화를 밀어낸 셈이다. 하지만 지식 습득의 원조는 책이다. 그 무엇보다도 지식 습득에는 책을 따를 게 없을 것이다. 

늘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사람으로, 출판산업이 다시 문화의 총아가 되는 날이 돌아오기를 꿈꾼다. 

태그:#치악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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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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