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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병원 격리 됐던 박근혜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병원 격리 됐던 박근혜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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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각에선 이번 이재용 가석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와 연결 짓는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연말연초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9일 정부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구속돼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최종 결정하자, 익명의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가깝게는 지난 4.7 재보선 전, 문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그간 여권 물밑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이 부회장 가석방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86억에 달하는 뇌물을 준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역시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돼있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성이 크다.

여권의 '박근혜 사면론'에는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구속 상태에서 임기를 끝마친다는 정치적 부담을 일정부분 덜 수 있고,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에 구애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함께 깔려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당 일부에선 "최근 최재형·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하나같이 박근혜 사면을 외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배경에 사면론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민주당 핵심 관계자)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이재용 가석방은 정말 박근혜 사면까지 이어지게 될까?

"촛불정부로서 부담, 이낙연 실패 사례도… 선거에도 도움 안돼" 비관론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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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이낙연의 실패 사례를 봐라. 대통령 사면은 이미 너무 옛날 정치가 됐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는 점도 박근혜 사면의 큰 걸림돌이 될 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현재까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박근혜 사면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게 여권의 주된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송영길 지도부 체제 이후 부동산 세제 완화, 조국사태 사과 등으로 민주당이 중도층에 어필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 공학적으로 봐도 사면 카드는 더 이상 중도확장 전략이 못 된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초에 이낙연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했을 때 우리 당 지지자들 반응이 어땠나"라며 "어쨌든 대다수 당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은 촛불 정부다. 국정농단의 결과로 처벌받은 대통령을 촛불 정부가 사면한다는 건 앞뒤가 잘 안 맞는다"고도 했다. 그는 "사면은 다음 정부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이 인사는 "지금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서도 지지자들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라며 "예전에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 같은 정서가 있었지만, 요즘 법 감정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죄를 지었으면 정확히 죄값을 받으라는 게 최근 추세"라고 해석했다. 그는 "선거 전략적으로도 과연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사면한다고 보수 지지자들이 우리당을 찍을 리 만무하고 오히려 역풍만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해당 인사는 또 "박근혜(69) 전 대통령보다 더 고령인 이명박(80) 전 대통령도 함께 구속돼있는 현 상황도 사면을 추진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둘이 한꺼번에 들어가있는데 더 젊은 박 전 대통령만 쏙 빼서 사면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며 "우리 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52억원의 다스 회삿돈 횡령, 삼성으로부터 8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있다.

"차기 대통령 당선인과의 합의 가능성 남아있어"… YS·DJ 모델 거론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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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에선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대선 전 사면'이 아닌, 대선 직후 대통령 당선자와 문재인 대통령간 합의에 의해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1997년 12월 대선 직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격 결정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청와대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사면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능성이 하나 남아 있다면 대선 이후일 것"이라고 점쳤다. 해당 의원은 "리스크가 적고 국민들의 수용성이 높아지는 대선 직후, 대통령 당선자가 요청하고 현직 대통령이 수락하는 형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 임기 막판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의원은 "사면 문제는 여야 정치 공방으로 격화되면 격화될수록 정부 입장에선 선택지가 좁아지는 측면이 있다"라며 "향후 대선 정국에서 사면을 둘러싼 전선이 어떻게 형성되고, 국민들이 거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사면에 대한 찬반이 극단으로 치닫고 사면이 마치 정치적 거래의 대상, 흥정거리가 된다면 진보 진영의 찬성을 끌어내기 어려워진다"라며 "대선 후보들의 스탠스도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사면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 의사결정에 장애를 줄 수 있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사면은 특혜이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입장"(7월 22일)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1월 1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기자회견 때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라면서도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이재용 가석방] 유독 그에게 연이어 적용된 기준, '경제' http://omn.kr/1urzy
문 대통령 "지금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말할 때 아니다" http://omn.kr/1rqlg

태그:#사면, #박근혜, #이재용, #문재인,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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