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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서울고등법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모습.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서울고등법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모습.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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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회삿돈 87억여 원을 정치인에게 뇌물로 건넨 재벌 총수가 고작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1월, 4년에 걸친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을 마무리하며 법원이 내린 최종 결론이었다. 이 나라 사법 정의의 수준이 그러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바닥을 보지 못했다. 사법부가 벌겋게 드러낸 바닥을 기어코 더 파 내려가겠다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있다. 그 '2년 6개월' 조차 지나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혹은 '가석방'을 말한다. 심지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를 등에 업고 집권한 지금의 여당 안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 서럽고 참담할 따름이다.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가석방 제도는 모든 수형자가 누릴 수 있는 제도로, 특혜를 줘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줘도 안 된다"고 했다(관련 기사: 이재명 "이재용 재산 많다고 가석방 제외해선 안돼"). 그러면서도 그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필요성에 대한 개인 견해를 묻자 "구체적인 사안을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판단하겠느냐"며 답을 피했다(7월22일자 <미디어오늘> 기사 참조).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할 수 없는가? 그 판단은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판단에 그냥 맡기면 될 일인가? (관련 기사: 이재용 가석방? 사라진 회의록부터 공개해야).

이 부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2일 "특혜를 줘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줘도 안 된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2일 "특혜를 줘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줘도 안 된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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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오는 9일 가석방심사위를 열고 이 부회장 등의 가석방 여부를 논의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수형자만 가석방할 수 있도록 했다. 실무적으로는 통상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법무부는 돌연 60% 이상 복역자로 그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역 기간이 60%에 이른 이 부회장을 고려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일단 잊기로 하자. 가석방에 필요한 더 중요한 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가석방 요건은 "개전의 정이 현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석방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을 뿐 아니라 재범 위험이 없는 수형자만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이런 요건에 부합하는가?

서범진 변호사의 이전 기고 글(기사 보기)에 잘 지적되었듯, 이 부회장은 지금껏 자신의 범죄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적 없다. 이를테면 2020년 5월, 그가 발표한 입장문을 보자. 대법원이 이미 총 86.8억 원의 뇌물 및 횡령을 인정한 후였고, 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기 직전이었다. 재수감될 위기에 처한 그는 입장문에 이렇게 썼다. 

"승계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다.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이 있을 뿐, 과거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고백과 반성은 없었다. 사실상 최서원 측에 건넨 회삿돈 수십억 원이 "사회공헌"일 뿐이었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적법한 형사절차에 따라 확정된 범죄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는 자가, '뉘우친다'고 말하는 것은 말장난에 가깝다.

더욱이 이 부회장 측은 회계분식·배임 등 혐의로 2020년 9월 추가 기소되자,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했다. 한겨레 신문의 표현대로 "국정농단 사건이 총론이라면, 이 사건 재판은 각론" 격이다. 무리한 경영승계 과정 곳곳에 누적된 각종 범죄사실과 의혹들에 대한 이 부회장의 기본 태도는 여전히 '모르쇠'고 '부인'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재범 위험이 없는가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재범위험'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는 말 그대로 '조직' 범죄였다.

총수 개인의 기업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 임직원들이 한 몸같이 움직여 국가적으로는 수천억의 손실을 가져온 대형 범죄를 완성했다(관련 사건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에 유리하도록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고, 그로 인해 국민연금은 수천억 원 손실을 입은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판결문에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및 차장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다.

이러한 조직범죄에 대한 최소한의 재발방지책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첫째는 문제가 된 자가 조직 지배력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가 아닌 누구라도 조직 전체를 그와 같이 움직일 수 없도록 이른바 '계열사 독립 경영'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고 이건희 회장의 4조 5천억 원대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고인은 "경영 퇴진"과 "계열사 독립 경영"을 약속했다. 결국 말뿐인 약속이었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범죄가 사실로 드러났을 때, 이 부회장이 보인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경영 승계를 위한 뇌물 범죄 사실을 법원이 밝혔음에도, 그는 그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20년 5월 기자회견에서 도리어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과 사명"을 강조했다. 당시 그가 약속한 것은 고작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였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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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열사 독립 경영? 작년 1월에 있었던 '준법감시위원회' 해프닝을 떠올려보자.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준법 감시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삼성 계열사 전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곧 7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준법감시위원회가 발표되었고, 계열사 사장들이 엄숙한 얼굴로 모여 '준법실천 서약식'까지 했다. 총수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전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버젓이 보여준 것이다.

요컨대 조직 수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동원된 범죄 사실이 드러나자, 그 수장은 자신의 지배력을 내려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공고해진 지배력을 과시했다. 이쯤 되면 누구도 이 부회장이 가석방에 필요한 법률적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서일까. 그의 가석방 혹은 사면 필요성을 말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도 대체로 "그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라거나 "삼성이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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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체불명의 "경제 활성화"만을 주문처럼 외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형사 절차의 원칙이 뭉개져선 안 된다.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개전의 정이 없는 수형자를 사면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더욱이 그의 사면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실질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사면 혹은 가석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심지어 "가석방 유력"이라는 기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화가 나는 것은 이 와중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거대 여당의 정치인들이다. 혹자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말을 아낄지 모른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재벌 개혁만을 원했던 모양이다. 또 누군가는 다른 일에 매진하느라 바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재용 사면 반대" 한마디 할 시간조차 없다면, 차라리 그가 사면되건 말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게 맞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결국 그가 사면 혹은 가석방되고 만다면, 침묵했던 모든 여권 인사들도 공모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마땅히 그런 비판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 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임자운씨는 법률사무소 지담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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