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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달주 대표는 31일 컨테이너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 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권달주 대표는 31일 컨테이너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 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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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서 불 쬐는 느낌 아세요? 컨테이너에 올라가자마자 땀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포기 못 하죠. 월요일에 어떤 로드맵이 발표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35도의 더위가 지속된 31일 오후,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59)가 크레인을 타고 5m여의 컨테이너에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옥상에서 휠체어를 세운 그는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하며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설은 감옥이다."
 
 권달주 대표가 31일 오후 컨테이너 옥상 투쟁에 올라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한다"라고 주장했다.
 권달주 대표가 31일 오후 컨테이너 옥상 투쟁에 올라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피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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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가 옥상 투쟁에 나선 이유는 '탈시설'이라는 표현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는 8월 2일 김부겸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리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탈시설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는데, 임기가 8개월여 남은 지금에서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라고 지적했다.

탈시설은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이 10여 년간 요구해온 숙원이기도 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의 42번째에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 항목을 포함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2017년 8월 25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폐지'를 촉구하는 전장연의 농성장을 방문해 탈시설정책 이행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 2월부터 탈시설 민관협의체가 정책 협의를 시작했지만, 1년을 조금 넘긴 2019년 4월 정부는 이를 중단했다. 그에 따라 탈시설로드맵 발표도 계속 미뤄졌다.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난 3월이 되어서야 정부는 탈시설로드맵 발표 계획을 알렸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신규 설치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바로 이게 문제다. 장애인 자립지원을 총괄하는 센터명에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빼고 거주시설개편 계획이라고 지칭하는 등 정부가 탈시설 용어를 기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가 기존 시설협회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어느 날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탈시설'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무원들은 탈시설을 명시하면 기존 시설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런데 시설은 감옥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1997년 탈시설한 당사자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기술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권 대표는 1996년 직접 충청북도 청주의 한 시설에 입소했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장애인들이 갇혀서 배를 곯고 맞는 것이었다.

"철창 안에 변기를 설치해 용변을 보게 하고, 배고프다고 하면 시설장이 지팡이로 때렸어요. 그 모습을 나는 직접 봤잖아요. 여긴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 생각했죠. 결국 1년이 지나서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도 시설은 경기도 이천과 충북괴산에 분점까지 내며 장애인 장사를 계속하더라고요. 이게 시설의 현실입니다."

권 대표가 탈시설한 지 24년여가 흘렀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나는 폭행과 학대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전남 화순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인을 발로 걷어차고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2019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학대로 최종 인정된 945건 중 21%인 198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해 발생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얼마나 더 외쳐야 하나"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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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반대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7일 100여 명이 상복을 입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였다. 장애인집단거주시설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었다. 이들은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라면서 "시설이용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의 결정권·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설 신규입소 허용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과 중증발달장애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인 도전적 행동이 있는 중증발달장애인은 시설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장애는 부모의 돌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시설 중심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시설이 아닌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 "24시간 돌봄을 지원하고 지역사회가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중증장애인도 시설 밖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를 비롯한 전장연은 8월 2일 정부가 발표할 탈시설로드맵에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9일부터 컨테이너 옥상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탈시설로드맵과 장애인거주시설개편방향 분리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전제로 한 탈시설로드맵 수립 ▲거주시설 전환 및 개인별 탈시설 지원에 관한 계획 수립 ▲신규시설 설치 및 시설 신규입소 금지 ▲개인별서비스 지역사회지원 책임 명시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는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의 고립감을 더 심화시키고 있어요. 감염을 막는다면서 면회도 금지하면서 공식적으로 격리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내부 고발자들이 시설의 폭행, 비리를 폭로라도 했는데 코로나로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학대당하는 장애인들의 숫자는 분명 늘어났을 겁니다."

권 대표는 "오죽하면 탈시설 요구에 대한 절박함을 알리려 컨테이너 위에까지 올라왔겠냐"라면서 "9월부터 국회를 돌며 각 정당대표를 면담하고, 대선주자들에게 탈시설 등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질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탈시설이 빠진 탈시설로드맵이 발표되면 컨테이너 시위보다 더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는 8월 2일까지 매일 정오에 컨테이너와 지상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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