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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인석보(권11)' I 종이에 목판인쇄, 각면 32.2×22.6cm 조선시대 1459년
 "월인석보(권11)" I 종이에 목판인쇄, 각면 32.2×22.6cm 조선시대 14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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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회장 명품 기증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 용산 본관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 명품전'이 오는 9월 26일까지 열린다. 이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명품 9797건(2만1600점) 중 이번에 45건(77점)만을 우선 공개했다.

이번 명품전은 전 시기와 전 분야가 포괄되었다. 청동시대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 가야시대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보살상', 고려시대 '천수관음보살도', 조선시대 '백자청화 산수무늬병'도 소개된다. 다 국보급이고 보물급이다.
 
한글로 번역한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여기에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월인석보'도 선보인다. '석보상절(釋譜詳節)'은 세종대왕 때, 한글 창제의 결실을 보여주는 책으로 석가의 일대기와 설법을 담고 있다. 15세기의 한글과 한자의 서체, 편집디자인 수준도 알 수 있다.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I 감지에 금니 '변상도' 18.4×38cm 고려 14세기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I 감지에 금니 "변상도" 18.4×38cm 고려 14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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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의 길을 보여준 '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국보 제235호 고려 14세기)'도 보인다. 병풍 모양에 검은 감지에 금가루로 적은 것이다. '화엄경'은 화엄종의 본 경전으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 담겨 있다. '법화경'과는 대조되는 불교 경전이다.
 
그 밖에도 김홍도(1757~1806)의 '추성부도(秋聲賦圖)'는 물론이고, 이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졌던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도 기증이 되었다.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서울경제>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증한 소장품 중에 인왕제색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문화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재가 될 때 빛난다.
 
 정선(1676~1759) I '인왕제색도' 종이에 먹 79.2×138cm 1751년
 정선(1676~1759) I "인왕제색도" 종이에 먹 79.2×138cm 17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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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편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에서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내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에서 열린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변관식, 이응노, 이인성, 권진규, 천경자, 이성자, 권옥연, 김종영, 나혜석, 남관 등이 소개된다. 작품의 질이 상당히 높다. 여기서는 그중 몇 작품만 소개한다. 기사 맨아래 첨부한 30컷 슬라이드로도 감상할 수 있다.
 
전체 기증품 1488점(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사진과 영상 8점) 중 엄선해 이번에 58점을 공개했다. 1969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은 여러 소장품을 관리해왔는데, 이번 기증으로 '일만 점 시대'가 열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개최될 수 있도록 국내외 최고급 작품을 대량 기증해주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기증 작품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미술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백남순(1904~1994) I '낙원' 캔버스에 유채(접을 수 있는 8폭 병품) 173×372cm 1936년경
 백남순(1904~1994) I "낙원" 캔버스에 유채(접을 수 있는 8폭 병품) 173×372cm 1936년경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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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전 제1섹션 '수용과 변화'에서는 백남순의 '낙원'이 처음 공개된다.
 
1904년생인 백남순은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 서양화를 전공한 앞선 여성이다. 1928년 파리에 유학, 나혜석이 김우영과 결혼한 후 유럽에 왔을 때 만나기도 했다. 그녀는 1930년 미국유학 후, 파리에 온 임용련과 결혼했고, 1931년에 귀국, 오산학교에서 이중섭을 가르쳤다. 6.25 중 남편의 불행한 죽음 후 1964년 미국으로 이민, 1994년 뉴욕에서 생을 마쳤다.
 
위 작품은 백남순이 오산 시절, 완도에 살고 있던 친구 민영순의 결혼을 축하하며 준 선물이다. 마치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 도상을 혼합한 것 같아 이색적이다.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 작품 중 유일한 현존 작이다.
 
 김환기(1913~1974) I '여인들과 항아리' 캔버스에 유채 281.5×567cm 1950년대 ⓒ 환기미술관
 김환기(1913~1974) I "여인들과 항아리" 캔버스에 유채 281.5×567cm 1950년대 ⓒ 환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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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섹션 '개성의 발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역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다. 50년대 작품인데 가로 길이만 567cm다. 한국전쟁 후 이런 대작이 나오다니 뜻밖이다. 그 크기에 압도된다. 1950년대에 조선방직을 인수한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하여 제작한 것이다.

김환기가 50년대 당시 즐기던 그림 속 요소가 다 동원되었다. 대부분이 한국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여인과 항아리, 청자와 백자, 학과 새장과 사슴 등. 50년대 '신사실파' 영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노점상과 수레를 끄는 꽃장수' 등의 리얼한 일상도 함께 그렸다. 풍성한 장식성과 전체 구성력이 빼어나다.

한국적 소재 '아낙'과 '무당'
 
 박수근(1914~1965) I '농악' 161.5cm×96.7cm 1960년대 부분화. '농악' 7점 있는데 그중 가장 대작이다
 박수근(1914~1965) I "농악" 161.5cm×96.7cm 1960년대 부분화. "농악" 7점 있는데 그중 가장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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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생광(1904~1985) I '무녀' 종이에 채색 136×140cm 1980
 박생광(1904~1985) I "무녀" 종이에 채색 136×140cm 1980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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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첫 번째 작품은 시간이 좀 지나야 보인다. 또 보고 있으면 조용한 듯하나 갑자기 꽹과리 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쟁쟁 울려오는 것 같다. 박수근 작품은 당대 '유학파'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석불에서 볼 수 있는 화강암 같은 질감과 독창적 화풍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화면은 회화만 아니라 조각, 설치, 판화의 요소가 뒤섞었다. 그의 천재성이 엿보인다.

제3섹션 '정착과 모색'에서는 박생광, 남관, 천경자, 권옥연, 문신 등이 소개된다.
 
위 박생광은 초기 한국화단에서 일본풍이 강하다며 배척당했다. 하지만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70~80년대 한국적 채색화에 탐색해왔다. 단청과 색동옷에서 영감받은 진채의 색감은 수려하고 격정적이다. 역동적 화면구성도 강렬하다. "역사와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가 그의 모토다. 그래서인가, 위 그림의 주인공은 가장 한국적 인물인 '무녀'다.

사후 기증, 생존 시 예술가 지원

이 회장의 이번 기증전을 보면서, 그가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을까 궁금해진다. 홍라희 여사는 물론이겠지만 정보화 시대, '대중지성의 공유'로 인류를 구하려고 한 백남준의 영향도 있었으려나. 실제로 백남준은 '호암상(예술부분)' 2번째 수상자였고, 삼성과 이미 관련이 깊었다.
 
삼성 웹사이트에 "백남준과 삼성TV의 인연 30년 넘어 부활하다"라는 글이 있다. 백남준은 85년 작업부터는 소니가 아니라 삼성을 썼다. 두 사람은 87년 신라호텔에서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 주선으로 만났다고 한다. 앞을 내다보는 관점이 유사했는지 대화가 잘 통했단다. 88년 '다다익선' 작업 때도 삼성은 백남준에게 1003대 TV를 기증하기도 했다.
 
백남준은 이미 1963년부터 족보에도 없는 '비디오아트'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진출했다. TV로 시작한 그는 30년 후 인터넷에도 관심을 가졌고, 이를 예술화했다. 이 회장도 세계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 반도체를 3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무노조경영, 분식회계, 경영권 불법승계, 산재사망대책 미흡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이 회장 유족들의 미술품(문화재) 사회 환원 결정이 문화계에 미친 영향은 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회장 유족이 이제 국제적 '뮤지엄 존'으로 최적지인 광화문에 '리움 메인 미술관'을 개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현 삼성미술관은 이 회장 자택 옆이라 미술 애호가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경복궁 수준의 세계문화유산 같은 미술관을 남긴다면, 그 나름의 빛을 발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이 필요하다. 일반인 전화 문의: 02) 3701-9500
https://www.kguide.kr/mmca001/
전시에선 유해진 배우의 해설 오디오 가이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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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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