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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할 때와 영어를 할 때, 고향 방언을 쓸 때와 표준어를 쓸 때, 회사에서 딱딱한 말투로 회의할 때와 연인과 알콩달콩 대화할 때,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코드 전환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을 아주 흔하다. 다른 언어를 말할 때마다 다른 자아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의 원인으로는 우선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이가 있다. 모국어(또는 고향 말)를 쓸 때는 감정이 많이 작용하고, 외국어를 쓸 때는 이성적 사고가 많이 작용하는 차이 때문에 페르소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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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돌려서 완곡하게 말하는 고맥락 문화의 언어와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저맥락 문화의 언어에 내재된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직설적인 프랑스어를 말할 때는 '난 이거 싫어요. 맛이 고약해요' 같은 표현을 하는 자아가 활성화되고, 완곡한 일본어를 말할 때는 '글쎄요, 좀...'이라고 돌려 말하는 자아가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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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어를 어떤 환경에서 익히고 쓰는가
 
  다른 언어를 말할 때마다 다른 자아가 느껴지는 원인으로 각 언어를 배워온 개인적 환경의 차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언어를 말할 때마다 다른 자아가 느껴지는 원인으로 각 언어를 배워온 개인적 환경의 차이도 생각해볼 수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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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하여, 다른 언어를 말할 때마다 다른 자아가 느껴지는 원인으로 각 언어를 배워온 개인적 환경의 차이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체코에서 밴드를 하면서 음악하는 친구들과 사귀었던 프랑스인이 있다. 이 사람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체코어로 잘 하지만 다른 분야는 그만큼 잘 말하지 못한다. 체코어로 말할 때는 음악 밴드를 하는 자아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자. 만날 호통치던 큰아버지 앞에만 가면 주눅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하자. 이제 큰아버지는 연로하시고 나는 독립적인 성인이 되어서 이제 나와 큰아버지의 힘 관계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큰아버지 앞에만 가면 말이 우물쭈물 나온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가? 

어느 도서관에만 가면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거나, 어떤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평소보다 더 심오한 이야기가 술술 잘 나오거나,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가면 그 시절 추억이 줄줄이 떠오르거나 하는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언어를 배운 개인적인 환경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두뇌 회로가 달라져서 다른 성격이 나타날 수 있다. 딱딱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회의하고 협상할 때 쓰는 언어를 사용할 때는 차갑고 도도한 직장인의 인격이 나타난다. 가족과 친밀한 대화를 할 때는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허물없는 모습이 나타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할 때 쓰는 언어로는 사교적인 성격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점화(priming)이라고 한다. 어떤 자극이 무의식적으로 후속 자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 때문에 독일에 가서 독일어를 배운 손흥민 선수의 경우, 독일어로 사용하는 문법과 단어는 축구와 관련된 게 많을 것이다.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는 지인들도 대체로 축구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즉 독일어를 사용하면 바로 축구 관련 두뇌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독일어와 축구가 원래 직접 관련은 없지만, 개인적인 인생 여정의 특성 때문에 독일어 사용 자아는 축구 선수로서의 자아와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독일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로 일하는 사람은 의사로서의 인격이 독일어와 연결되어 있고, 독일인과 오래 사귀었던 사람은 연애와 일상생활에 관련된 자아가 독일어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독일어를 쓸 때 예술이나 법학 등 다른 분야의 대화는 서투를 수 있다.

언어 전환에서는 페르소나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이, 각 언어에 내재된 특성 차이, 각 개인이 해당 언어를 배울 때의 환경 차이로 인해 다른 페르소나가 나타나고, 심지어 한 언어를 쓸 때도 가정에서 쓰는 말투와 직장에서 쓰는 말투가 달라진다. 이런 차이를 현격하게 느끼고 괴롭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중언어 환경에서는 두뇌에서 언어 처리 과정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실제로 힘든 것은 맞다. 언어 여러 개로 계속 저글링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르소나의 조율과 전환은 신경 네트워크를 넓게 동원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즉 힘들기 때문에 우리 두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중언어, 다중언어구사자에게 인지적 유연성, 실행통제력의 강화, 과제전환에서의 순발력 상승 등의 효과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매일 근력운동을 하면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근육량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처럼, 사용 언어를 자주 전환하면 (바꿀 때마다 힘들지만) 두뇌의 실행력, 주의력, 통제력 등이 증가한다. 또한 집중력이 올라가고, 갈등 상황에서 결정할 때 에너지를 덜 쓰고 실수를 덜 한다. 그리고 관점을 전환하는 연습을 쉴 새 없이 하는 셈이라,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즉 외국어 공부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다. 평생 조금씩이라도 외국어 공부를 하면, 실제로 내 뇌를 젊고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경험과 감각으로 세상을 익혀가야 할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공부'로 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부모가 다른 모국어를 쓰거나 주변이 이중언어환경이라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접하게 된다면 상관없지만, 미취학 어린이에게 외국어를 '학습'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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