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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원하기 전날, 서울·수도권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됐다(7월 12일부터 25일까지). 처음 겪는 4단계라 걱정이 있었지만 우리가 걷는 공원은 이전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혼자서 혹은 둘씩 걷는 행렬은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조심스럽고 걱정되었지만, 사람을 피해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로만 다녔다. 

낮의 풍경과 밤의 풍경은 많이 다르지만, 걷는 사람이나 공원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낮과 밤이 다르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광경도 보았다. 평소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공간에는 수십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게임은 두 분씩 즐기지만 그 옆에 서서 훈수까지 두는 모습이나 촘촘히 서 있는 모습은 많이 불안했다. 
 
부천 중앙공원 내 어르신 쉼터, 바둑 두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모습
▲ 7월 16일 부천 공원 부천 중앙공원 내 어르신 쉼터, 바둑 두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모습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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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엔 다른 곳이 북적였다. 족구장과 농구장이었다. 연령층도 오전에 비해 한층 젊게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아이들까지 있었고 구경하며 이야기를 하거나 격렬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40~50명 정도. 심지어 마스크를 내린 사람도 많이 보였다. 단속하는 이가 없을까 하여 두리번거렸지만 늦은 시간에 상가 밀집 지역도 아니고 단속의 손길이 있을 리 없었다. 

스스로 통제하고 조심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일까. 공공 기관이 동원되어야만 설득하거나 제지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이미 4단계 격상도 며칠이 지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수가 없는데. 게다가 이곳 부천의 확진자 숫자도 연일 이삼십 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저녁 시간이지만 4-50명 정도 종구와 농구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저녁 8시 40분, 부천 공원 저녁 시간이지만 4-50명 정도 종구와 농구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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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야간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1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곳곳에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과태료도 부과하고 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확진 관련해 구상권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적혀 있다. 그런데 음주만 아니면 괜찮은 것일까?

걱정은 걱정대로 쌓아두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의 경우는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의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 있어서 코로나 상황에 예전처럼 신경이 곤두서지는 않는다. 다른 이들에게도 각자 충격을 낮추는 나름의 사연들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대처 방법들을 터득한 것일까. 심각한 상황에 대한 감각이 모두들 무뎌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식당가가 몰려있는 곳은 양상이 좀 달랐다. 눈에 띄는 곳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조심하는 것 같았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라는 말이 4단계를 맞으며 생겨났다는데(아마도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어 생긴 말인 듯했다), 과연 커플끼리 앉아 있는 모습들은 많이 보였다. 

부부 두 쌍이 함께 나왔다가 오후 6시가 지나면서 두 테이블에 두 명씩 따로 앉아 원거리로 얘기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누가 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양이었지만. 업주 입장에서 나가 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이 바이러스 이전까지만 해도 확진자나 사망자의 숫자에 민감했는데, 지금은 사망자 숫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언론에서도 확진자 숫자는 강조해서 얘기하지만, 사망자에 주목하지는 않는 듯하다. 확진자가 많아도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숫자가 적은 것이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놓는데 한몫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4단계 적용, 처음에는 '수도권에 적용되는 4단계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 중 사실상 통행금지에 준하는 조치입니다'라고 말이 나와서 긴장했던 것 같다. 공원과 길에서, 또 음식점 밀집 지역에서 내가 본 광경은 '통행금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전 2.5단계 때만 해도 커다란 복합 상가 건물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던 것 같다. 다니는 사람의 숫자도 극히 적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4단계라는 말이 무색해 보일 지경이었다.

강력한 규제 없이도 코로나가 가라앉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은 없을 것 같다. 수도권 4단계 적용은 25일까지고 중복인 21일 확진자 숫자는 최고를 경신했다(7월 21일 0시 기준 1784명).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 3, 4번 공원이나 골목길을 걷는다.

사람을 피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완벽한 차단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나오는 형편이니 남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할 수도 없다. 다만, 조심하는 노력은 개인의 몫이다. 마스크로 가려진 세상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표현되려면, 기본적인 수칙은 철저히 지켜줘야 할 것 같다.

7월 25일 이후에 4단계 연장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는 아직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서는 불법도 편법도 없고 요령 없는 정직한 애씀이 모두에게 더욱더 필요한 시기다. 

태그:#코로나 4단계, #걷기,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 #코로나 4단계에 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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