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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지난 2017년 2월 18일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지연 어림없다-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2017년 2월 18일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지연 어림없다-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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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우리를 기억하십니까? 

2017년 2월 18일, 대통령님과 저는 같은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8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촛불을 밝혔던 그날, 우리는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도 구속됐다, 박근혜도 구속하라" 같은 구호 말입니다. 그날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있었던 날입니다.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며, 헌법에 보장된 법 앞의 평등이 드디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재벌 총수는 죄를 지어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 구속돼도 '3.5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나는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습니다. 

그날 촛불을 들었던 우리 모두가 함께, 뇌물을 준 사람(이재용)이 구속됐으니 당연히 뇌물을 받은 사람(박근혜)도 탄핵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촛불의 요구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단죄를 받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밝힌 시민들의 힘이 만든 결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이 탄핵한 '삼성공화국'의 망령이 다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재계의 건의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 말입니다. 분명 그날 촛불을 함께 들었을 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마저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매번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요구와 다짐이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이 시점에 뒤집어진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촛불의 염원으로 출범한 정부의 수장이 국정농단 범죄자를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니, 그 자체로 끔찍한 비극입니다.   

촛불이 만들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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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분노에 마침내 사법부가 응답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촛불 시민의 요구를 명확히 알고 계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정농단 사태에 가담해 뇌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한 재벌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라라고 부를 수 없다는 외침에 동의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려진 징역 2년 6개월형은 그가 행한 범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형기를 다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현실을 보며, 다시 '이게 나라냐'고 묻게 됩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촛불의 구호를 다시 꺼내들어야만 하는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 자금을 횡령해 국정농단의 주범에게 뇌물을 바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의 재정에까지 큰 피해를 입히며 삼성 계열사 불법 합병을 꾀해놓고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같은 이재용의 행태는 오로지 자신의 사적 이익, 불법 승계를 추구하기 위해 행해졌습니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라는 빌미로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시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재벌공화국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들에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재벌 사면이 이뤄졌으나, 재벌 사면과 경제활성화 간의 실증적 인과관계가 증명된 적은 없습니다. 

권력에 기대어 불법적으로 부와 기득권을 승계해온 재벌을 법 앞에 단죄하지 않고서,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 평등은 허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성 재벌 이건희의 아들로 태어난 이재용이 뒤이어 재벌 총수 자리에 올라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주무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행한 불법에 제동을 건 것이 바로 촛불의 외침이었습니다.

그 말은 아무 뜻 없었다고 말씀해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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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아들로 태어난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갖기 위한 불법과 조작을 저지르는 일에 삼성그룹과 정권의 조직적 조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유라가 단지 최서원의 딸이기에 이재용으로부터 몇십 억원 대의 마필을 받았듯, 이재용과 정유라, 박근혜가 살았던 세상은 그들이 단지 누군가의 아들딸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세상이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평범한 아들과 딸들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들과 우리가 적어도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탄핵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돈도 실력인 사회'까지 탄핵했습니다. 처벌받지 않는 권력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뇌물 준 사람'인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면, '받은 사람'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논의도 자연히 물꼬가 터지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그날의 촛불을 기억하신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임기 내에 결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언해주십시오.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이재용 사면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라고 발언하셨던 것은 아무 뜻 없었던 말이었던 거라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자(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 6월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하는 모습.
 필자(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 6월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하는 모습.
ⓒ 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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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민진씨는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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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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