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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순간은 부모 입장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 늘 누워만 있다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드디어 두 발로 아장아장 걷게 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함을 넘어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한다. '내 자식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이전까지 고생했던 기억은 보람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역시 육아 전선에 휴전이란 없는 듯하다. 조금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게 육아라는 전쟁터다. 걸어 다니는 단계까지 오게 되면 이전에 했던 육아 방식의 상당수가 사라지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미션이 생겨나게 된다. 먼저 육아를 경험했던 선배들이 누누이 말하는 '얌전히 누워있을 때가 차라리 편하다. 걷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힘들어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육아를 하기 전까지는 아기의 체력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조그맣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녀석이 진짜 장난 아니다. 본인도 자신이 걸어다니고 점점 몸을 쓸 수 있는 한계가 늘어나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운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한참을 따라다니다 보면 아기는 웃고 있지만 부모는 지쳐가기 일쑤다.

물론 마냥 즐기는 아기와 달리 부모는 안전 등 여러 가지를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외 체력은 놀랍기만 하다. 거기에 회복력은 어찌나 좋은지 부모는 진이 쭈욱 빠지는 상황에서도 이 녀석들은 조금의 휴식만으로도 금세 다시 벌떡 일어나 깔깔거리고 뛰어다니기 일쑤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었다. '20대 초중반 때는 매일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놀아도 금방금방 체력이 회복된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술을 먹으라는 체력이 아닌 육아 체력을 신이 주신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글이기는 하지만 다소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되고 나니 이상하게 공감이 된다. 그때 그 체력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진짜 다른 곳에는 일절 안 쓰고 육아에만 올인하겠다고 약속하고 싶다.
 
공과는 인연이 없던 아내도, 아들과 놀아주다보니 축구왕(?)이 되어가고 있다.
 공과는 인연이 없던 아내도, 아들과 놀아주다보니 축구왕(?)이 되어가고 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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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는 것 좋아하는 아들, "멍멍이 할거야"

예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아내와 나는 집순이‧집돌이다. 처녀 총각 시절부터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게 익숙한 만큼 한 열흘씩 밖에 안 나가도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사람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성향이 그렇다.

하지만 아들은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무조건 나가려 한다. 식사하는 시간, 잠시 장난감이나 책 만지작거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가! 나가…"를 입에 달고 산다.

'바람을 쐰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그냥 나들이를 뜻하는 것 정도로 인식했는데 아들과 있다 보니 이제야 진정한 뜻을 알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아기와 함께 있을 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2인 1조로 움직인다. 아기 어린이집 등하교부터 쇼핑 등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같이한다. 주로 내가 운전을 하거나 짐을 들고 아내는 아기를 케어한다.

차를 타면 이 녀석이 자주 하는 행동이 있다. "멍멍이, 멍멍이"라는 말과 함께 창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아내가 아들의 허리를 꽉 감싸면 이 녀석은 창밖으로 살짝 머리를 내밀고 밀려 들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때 아들 녀석의 표정이 정말 가관이다. 마치 세상을 다 가졌다는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지라 이것을 지켜본 어른들은 모두 함빡 웃음을 짓는다.

"저 표정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아"라며 아내도 아들의 그런 표정을 좋아한다. 장인어른께서 "허헛… 저 녀석,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왜 저렇게 좋아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아들 녀석을 쳐다보니 진짜 강아지 같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아들이 창문으로 바람을 쐬려고 하면 우리 부부는 "또 멍멍이 하려고 그러네" 말하고는 했는데 시간이 지나 이 녀석도 알아듣고 차를 타면 "멍멍이, 멍멍이 할 거야" 그런다.

뛰어다니는 게 그저 신나는 아들, 엄마 아빠는 땀 뻘뻘

아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스마트폰으로 특정 영상 보기다. 처음에 이를 닦이려 할 때, 워낙 거부감을 보여서 양치질하는 아기 영상을 교육용으로 보여준 것이 시작이 되었는데, 그 뒤로도 해당 시리즈를 너무 좋아한다. 틈만 나면 "아가, 아가" 하면서 영상을 보여달라고 조르기 일쑤다.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서 스마트폰의 중독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라 아기가 원한다고 아무 때나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상을 틀고 스마트폰만 손에 쥐어주면 따로 놀아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집중, 또 집중하지만 부모가 편하자고 그러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양치질 등 무엇인가를 하는 시간에만 함께 보여주는 등 철저히 규칙을 정해서 활용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보여주기는 하지만 "딱 이것까지만 보고 그만 보는 거야. 울면 안 돼. 약속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다행히 대화와 약속이 계속해서 오가니 요즘 들어서는 본인이 영상이 끝났다 싶으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가기도 한다.

더불어 지속적인 교육의 영향인지 집중해서 영상을 보다가도 어른들이 오시면 벌떡 일어나서 엉거주춤한 포즈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다. 물론 어른이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금 후다닥 돌아가 스마트폰을 보기 일쑤지만 그 정도까지만 해도 어딘가. 여기에는 시간이 걸려도 약속과 대화를 통해 아이와 소통하자는 엄마의 교육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듯 싶다.

그런 아들이 영상을 보다가도 두말 않고 스마트폰을 덮고 후다닥 뛰쳐나올 때가 있다. 밖에 나가서 놀 때다. "나가자" 한마디면 반가운 얼굴로 바로 스마트폰 영상 시청을 포기해버린다. 행동에서도 바로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나가서 뛰고 노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주로 아파트 근처 체육시설이나 놀이터 등을 이용하는데 이때야말로 우리 부부의 체력적 한계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아들은 그저 야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신이 나는 듯하다. 인근 주민들이 놀 수 있게 만들어놓은 운동장을 웃는 얼굴로 마구 뛰어다닌다. 거기에 공을 하나 던져주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된다. 축구 선수 메시가 빙의된 듯 폭풍 드리블을 반복하며 운동장을 헤집고 다닌다.

덕분에 바빠지는 것은 우리 부부다. 운동장 트랙과 같은 재질의 바닥인지라 흙바닥보다는 충격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아기인지라 수시로 넘어지는 통에 계속 따라다니면서 살펴야 한다. 아직은 힘 조절을 못해 힘껏 뛰려고만 하는지라 더 그렇다.

공도 바꿔야 할 듯하다. 아들이 쓰는 아기 축구공은 조금만 툭 차도 너무 멀리 나간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직접 공으로 아들과 놀아주는 시간보다 멀리 가버린 공을 주우러 갈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내는 공놀이를 거의 안 하고 살았다. 하지만 아들과 계속해서 공을 접하다 보니 최근 들어 몰라보게 공을 잘 다루는 것 같다. 특히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폼이 정말 좋다. 저 완벽한(?) '퍼스트터치'(축구에서 처음 공에 접촉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를 보라. 유연한 몸놀림을 봤을 때 아들과 놀아주는 주 대상은 당연히 아내가 되어야 할 듯싶다.

어느새 아내는 축구왕이 되어가고 있고 나는 부지런한 볼보이로 활약중이다. 아들! 열심히 뛰어다녀. 힘들어도 엄마 아빠가 열심히 받쳐줄게.

태그:#아내는 축구왕, #아빠는 볼보이, #초보아빠 적응기, #아들의 에너지, #아들과 놀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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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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