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2 12:42최종 업데이트 21.07.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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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경축하는 대형 문예 공연 '위대한 여정'이 개최된 베이징 국가체육관 상공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 전역이 오는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이번 주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2021.6.28 ⓒ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이 올해로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분명 창당 당시와 지금의 중국 공산당은 비교가 불가능한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1921년 7월 23일 13명의 핵심 인물이 조용히 모여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당시 총 당원 수가 50명이었다. 장소도 베이징이나 난징이 아닌 정부의 공권력이 잘 미치지 않는 상하이 주재 프랑스 조계(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였다.

현재 중국 공산당 당원 수는 9200만 명에 달해 단일 정당 당원 수로는 세계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국민 전체 인구수가 중국 공산당원 수보다 많은 나라도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14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최대의 인적 규모뿐 아니라 지구상 어떤 정당보다 권세는 강하고 어떤 정당보다 집권의 역사도 길다.


지난 1일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도 보여주듯 중국 공산당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인다. 실제 역사에 보기 드문 진기록을 지금도 여전히 써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100살 생일을 맞이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내부의 자축 분위기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차갑고 냉소적 반응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의전 차원의 축전을 제외하면, 축하를 받을 일인데 축하가 별로 없다. 성대한 생일잔치에 식구들은 많은데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 격이다. 몇 주 전 G7 정상회의에서는 주요국 정상들이 하나 같이 중국의 열악한 인권 정책과 위험한 팽창주의에 우려를 표했고 실제 '중국 견제'가 전체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다.

축하 못 받는 생일

국내에서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최근 5년 사이 크게 감소했다는 여론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한국에서만 있는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조사 대상 14개국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예외 없이 모두 하락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2019년까지만 놓고 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추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는 한국, 호주, 일본 등 주변 이웃국가들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경제국도 있지만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등 먼 유럽 국가들도, 심지어 이탈리아와 같이 비교적 중국과 경제협력의 폭이 넓은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말하자면 특정 이익 관계의 충돌이나 역사적 묵은 정서와 관계없이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지구촌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의식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래도 적어도 의식의 내면으로는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다. 다만 자신들 안에 숨은 근본적 원인을 찾기보다 부당한 외부의 간섭 때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듯 보인다. 질병의 원인을 내부 저항력이 약해진 이유보다 외부 환경이 열악해진 이유에서 찾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1일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창당 100주년 기념식사에 그러한 내면적 인식이 드러났다. 회색 인민복 차림의 시 주석은 "누구든 중국을 괴롭히고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으면 14억 중국인의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삿날 내놓는 메시지가 불특정 남을 향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니.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2021.7.1 ⓒ 연합뉴스

 
세계의 많은 주요 언론에서도 관련 표현에 관심을 보이고 해설을 내놓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러한 발언의 저변에는 불안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성과에 자부하고 대견해 하지만 내면에서는 자신들도 느끼지 못하는 공포가 여전히 남아 표면 위의 언어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인구 세계 최대 규모에 경제력, 군사력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이 두 가지도 그들의 주장과 목표대로라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올해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2049년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데 그 사이에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이미 지금까지 이뤄놓은 사실만으로 엄청난 역사다. 그런데 그런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100주년 기념행사에 내놓는 섬뜩한 표현이라니.

비호감 된 중국, 100년 전의 그들

잠시 시각을 100년 전 중국 공산당 창당 당시로 돌아가 보자. 1921년 당시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대륙 최후의 제국 '청'과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중화민국'이 교체되는 격변의 시기였다. 'OO민국'이라는 표현을 최초로 만들어낼 정도로 공화정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외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사방에서 달려드는 열강들에 의해 동서남북의 국경이 유린당하는 굴욕의 시기였다. 세상의 중심이라며 중화(中華)라 스스로 칭하던 중국은 불과 50여 년 사이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열강들과의 전쟁에 마지못해 응하며 연전연패를 거듭한다. 마지못한 전쟁도 모자라 마지못한 조약들까지 하나 둘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만주 세력의 통치에 불만을 갖던 한족들은 청의 국력이 크게 쇠해지자 틈을 놓치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다. 실제 인명, 재산 피해와 국력 저하는 전쟁에서 패한 것보다 내전의 여파로 기인한 것이 더 컸다.

외세가 참견하거나 점령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그렇듯 반란 앞에서는 기득권과 외세가 한 편이 된다. 반란이 진압되면 외세는 기득권에 어김없이 새 청구서를 내민다.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기득권은 이를 수용한다. 그리고 나면 민중에 대한 더 가혹한 착취가 이어진다. 이런 역사의 악폐가 당시 중국에서도 반복됐다.

내부적으로는 무능한 청이 몰락하고 중화민국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구체제의 마지막 세력(위안스카이)과 신진 세력(쑨원)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아시아 최초의 공화정 중화민국이 건국됐지만 제대로 갖춰진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공권력이 전국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청 제국의 황실은 여전히 자금성을 지키고 있었다.

청을 무너뜨리기 위한 마지막 한 수로 쑨원은 권력 이양까지 약속하며 위안스카이에게 중화민국 건설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지만 야심가 위안스카이는 민주정에 관심이 없었다. 청 황실을 퇴위시킨 이후 자신이 직접 황제에 등극하겠다는, 역사의식도 정무감각도 없는 무리수를 둔다. 당연히 그 시도는 실패하고 구체제의 마지막 불씨까지 꺼졌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당시 중국에서 국가개조를 위한 국력 결집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쑨원의 사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은 민심을 얻는데 실패하며 대륙을 공산당 세력에 넘겨주고 타이완 섬으로 옮기는 '국부천대'를 감행한다. 그리고 1949년 중국 공산당은 사실상 대부분의 과거 중국 영향권 하의 광활한 지역을 손에 넣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다.

세 가지가 없는 '공화국'

공산당 주도로 건국한 중국은 분명 '공화국'의 이름을 걸고 있다. 공화정의 정치철학적 긴 논의는 생략하더라도 공공성을 보장하는 최소 세 가지 요건은 '민주적 정통성'과 '민주적 통제', 그리고 '민주적 판단'이다.

민주적 정통성이란 이해관계에 관여된 그 누구도 결정권에서 배제되지 않는 원칙을 말하고, 민주적 통제란 그 의사결정이 당사자들의 감시 하에 있어야 하는 원칙, 그리고 민주적 판단이란 이 모든 작동 가운데 원활하지 않은 뭔가가 있을 때 그 판단이 이해관계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는 원칙을 말한다.

물론 지구상의 어떤 조직이나 정부도 위의 조건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곳은 없다. 다만 완벽하지 않은 것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갈림길은 완벽한 실현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 차단을 통치의 원리로 설정해두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경축 행사가 펼쳐진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행사장 중앙에는 중국 국기인 대형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등 국가 수뇌부·원로와 4만여 명의 군중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2021.7.1 ⓒ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해당사자의 수동적 인권 추구 권리를 원천 차단하는 행위는 물론, 통치자의 적극적 인권 말살까지 서슴지 않는 통치를 행사해왔다. 그 통치의 원리는 내정문제라고 하면 모든 것이 통과되는 통치를 말한다. 국사의 이해당사자 즉 국민보다 그들을 통치하는 조직 즉 정부가 상위에 있는 통치 원리다. 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발상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민주정 경험이라고는 중국 전체 역사에서 청의 멸망과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사이의 38년이 전부인 중국의 대다수 이해당사자들 즉 국민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는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의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국부가 쌓이고 국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 그 열매도 많은 수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 열매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고루 얻고 있을까? 그 분배의 결정권에 원천적 차단이 되고 있는 계층은 없을까? 의사결정의 통제, 판단은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중국 영토 안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그 같은 권리가 돌아가고 있을까? 중국인들의 국가 사랑은 혹시 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하고 있는 사랑은 아닐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청-중화민국 교체기의 굴욕의 상처가 너무 클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치유라는 것도 민주적 정통성, 민주적 통제, 민주적 판단, 이 삼권을 진정으로 회복했을 때 가능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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