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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무처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양보호자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 왼쪽이 전지현 사무처장.
 전 사무처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양보호자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 왼쪽이 전지현 사무처장.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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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 아들이 엄마가 꼭 삭발 해야 하냐고 울더라고요. 어제야 겨우 (아들을) 설득했어요. 엄마가 꼭 바꿔보겠다고."

올해로 쉰, 삭발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엄마가 왜 나서야 하냐고 묻던 아들은 이내 '꼭 승리하라'고 그의 손을 잡았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큰아들은 엄마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며, 삭발식에 함께했다. 단발머리였던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50)이 민머리가 되는데 1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위험수당 지급하라'는 플래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아래 노조) 관계자들은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전 사무처장의 삭발식 후 이들은 보건복지부에 ▲ 요양보호사의 상시적인 위험수당 월 10만원을 지급할 것 ▲ 70만 요양노동자 교섭 요구에 응할 것 ▲ 요양노동자 처우개선, 돌봄 공공성 강화 등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13년 째 최저임금"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은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은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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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무처장은 지난 2013년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심신이 허약한 노인과 장애노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주간보호센터가 그의 첫 직장이었다. 휴게시간 없이 하루에 9시간 일한 그가 받은 월급은 100여만원.  전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죽 월급이 적었으면 2년 후에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했다고 50여만원이 따로 입금됐겠냐"라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원에서 일할 때도 그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경력이 쌓인다고 월급이 오르지 않는 게 이 업계(요양보호사)"라는 전 사무처장은 "주·야로 사실상 하루에 9시간 넘게 일했지만 200만원도 못 받는다. 여기에 처우개선비까지 사라져 월급수준은 갈수록 떨어졌다"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권고하자 2013년부터 시간당 625원, 월 최대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노조는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다는 이유로 이 지급마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사무처장은 "월급은 줄었지만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7시 30분까지 혼자 18명의 노인을 돌봐야 했던 날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대·소변 기저귀를 갈고, 아침에 옷을 갈아입히고 아침식사까지 챙겨야 했던 그날을 전 사무처장은 "온몸의 진이 빠진 잊을 수 없는 날"이라며 "치매 노인의 욕설, 폭행도 요양보호사가 감당할 몫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3월 8일~13일 6일간 전국의 요양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평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근무 중 육체적, 정신적, 상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81.3%에 달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육체적 상해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중복응답을 허용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맞거나 물리거나 뱉은 침을 맞거나 할큄이나 꼬집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3.3%는 마구 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 사무처장은 "동료들의 대부분은 파스를 붙이며 병원을 다녔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앞선 조사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응답한 '일을 하면서 생긴 질병'(복수응답) 중에는 근골격계 질환은 81%, 정신적 우울감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 그외 결핵(3.9%), 옴(19.8%), 독감·폐렴(5.2%) 등 전염성 질환에 걸렸다는 답도 있었다. 

"요양보호사를 위한 보호와 지원, 어디에도 없어"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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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백신을 맞기 전까지 사비로 매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요양원에 동선을 보고하고 가족 외에는 만나지 않고 숨죽이고 조심히 살았습니다. 이런 우리를 나라는 '필수노동자'라고 이름 붙였지만, 요양보호사를 위한 보호와 지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 사무처장은 "요양보호자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가사서비스 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를 지원·보호하고자 필수업무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필수노동자들은 법 통과 전에도, 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며 심각한 저임금과 고용불안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요양노동자 위험수당 쟁취·대정부 교섭 투쟁 선포대회'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들의 주장도 같았다. 이들은 "70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13년째 최저임금 그대로일 정도로 요양보호사의 업무환경은 열악하다"면서 "우리(요양보호사)의 수가와 처우를 결정하는 건 요양원장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0명의 단체 교섭단을 만들어 직접 보건복지부와 처우개선에 나설 계획을 밝힌 노조는 24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날 위험수당 월 10만원 지급 등의 요구안을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전 사무처장은 "이번에도 복지부가 전국 70만 요양보호사의 요구를 못 들은 척 한다면, 7월 중 총파업을 결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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