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한층 뜨겁고 치열해진 여자축구의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3일 방송된 <골때녀> 2회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FC불나방과 FC월드클라쓰, FC 구척장신과 FC 국대패밀리의 양보없는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불나방은 신생팀 월드클라쓰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주춤했으나 에이스 박선영의 만회골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린 채 전반을 마쳤다.

불나방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서동주의 역전골이 터졌다. 박선영이 킥오프와 동시에 슈팅을 날린 것이 사오리의 몸을 맞고 흘러나와 다시 서동주의 슈팅으로 골문을 향했다. 노리고 찼다기보다는 살짝 발을 갖다 댄 수준이었지만 공은 골키퍼 엘로디의 다리 사이로 빠지면서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사실상 엘로디의 실책으로 인한 자책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정규편성과 동시에 불나방에 새롭게 합류한 서동주는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월드클라쓰가 사오리를 앞세워 만회골을 위한 공세에 나섰다. 엘로디가 길게 던져준 공을 사오리가 수비수 신효범을 제치며 일대일 찬스를 맞이해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안혜경이 안면 선방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마리아의 중거리 슈팅은 살짝 골문을 벗어났다. 문전 앞에서 격렬한 혼전을 벌이던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역전 이후 후반은 월드클라쓰가 끊임없이 주도권을 움켜쥐며 몰아붙였고, 불나방이 수비에 치중하다가 간간이 역습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마리아가 중원에서 사오리를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줬으나 간발의 차이로 안혜경이 먼저 공을 잡아냈다. 신효범이 후방에서 든든하게 최종수비를 지탱했고 박선영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다가 기회가 오면 드리블로 순식간에 공격에 가담하여 월드클라쓰의 문전을 위협했다.

월드클라쓰는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골결정력이 아쉬웠다. 신효범이 핸드볼 파울을 저지르며 월드클라쓰가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아비가일의 중거리 슈팅은 우측 모서리를 살짝 비껴갔다. 안혜경의 골킥을 구잘이 가로채어 아비가일에게 연결하여 슈팅을 시도했으나 안혜경의 발을 맞고 살짝 골문을 벗어났다.

경기 종반 만회골을 넣기 위한 월드클라쓰의 총공세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박선영이 공을 끊고 역습에 나섰다. 측면으로 침투한 박선영은 중앙에서 노마크로 자리를 잡고 있던 송은영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바로 몇 분 전 똑같은 상황에서 헛발질로 결정적 찬스를 날리며 아쉬움을 남겼던 송은영은 이번에는 박선영의 패스를 지체없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3-1로 점수차를 벌리는 쐐기골이자 송은영의 공식전 첫 골이었다.

송은영은 경기가 승리로 끝난 후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까지 글썽였다. 송은영은 각 포지션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팀동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구멍이 저밖에 없다"고 자책했다. 송은영은 불나방 연습 시간에도 긴장감으로 잦은 실수를 거듭하며 이천수 감독을 난감하게 한 바 있다. 하지만 송은영은 이날의 활약으로 당당히 팀 승리의 한축을 담당하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설특집 파일럿 편성 당시 꼴지팀 구척장신의 감독을 맡아 2패를 당했던 최진철은 이번에 직접 선발한 멤버들로 구성한 월드클라쓰를 이끌고 설욕을 꿈꿨으나 또 다시 3연패의 굴욕을 당하게 됐다. 사오리와 엘로디는 패배의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최진철은 경기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따뜻하게 선수들 한 명씩 위로했다.

이어진 장면은 월드클라쓰 팀의 대회 준비 과정이었다. 멤버들이 최진철 감독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등 훈훈하게 팀워크를 다져왔던 모습들이 공개되며 미소를 짓게 했다. 

구척장신과 국대패밀리의 맞대결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 SBS

 
이어서 구척장신과 국대패밀리의 대결이 펼쳐졌다. 두 팀은 지난 설특집 파일럿 당시 3·4위전에서 만나기도 했다.

양팀 모두 지난 설특집에 비하여 선수구성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국대패밀리에는 펜싱전설 남현희와 빙상스타 박승희가 가세했고, 구척장신에는 20대 젊은 피인 차수민과 김진경이 보강되었으며 사령탑이 최진철에서 최용수로 바뀌었다.

구척장신에선 한혜진-이현이가 전방에, 김진경-차수민이 후방에 서고 아이린이 골문을 지키는 2-2 전형으로, 국대패밀리는 한채아를 중앙에 세우고 심하은과 명서현이 측면을, 후방에 박승희를 배치하고, 골문을 남현희가 지키는 3-1 전형을 선택했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한 장면. ⓒ SBS

 
특히 지난 대회 꼴찌팀 구척장신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차수민은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워 국대패밀리의 공격을 몸싸움으로 잇달아 차단하는가 하면, 프리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인사이드 킥으로 상대 문전을 위협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동시에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대회에서 팀내 공식 '구멍' 취급을 받던 이현이도 볼에 대한 집중력과 투지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국대패밀리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명서현의 슈팅이 빗나가며 구척장신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드리블로 공을 몰고 나온 한혜진이 먼저 상대 문전 근처에 자리잡은 이현이와 2대 1 패스플레이를 주고받으며 감각적인 왼발 슈팅을 시도한 것이 골망을 갈랐다. 지난 대회를 포함하여 구척장신이 공식전 3경기만에 기록한 첫 골이었다. 

후반 초반, 구척장신 골키퍼 아이린이 페널티 에이리어 밖에서 공을 잡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키커로 나선 심하은이 구석으로 노리고 땅볼 슈팅을 날렸으나 문전을 벗어났다. 아이린의 골킥을 남현희가 트래핑하여 연결해 준 패스가 한채아의 연속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첫번째는 아이린의 선방에 막혔고 두 번째는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국대패밀리가 높은 볼점유율로 공격을 주도했고 여러 차례의 세트피스 기회를 얻어냈지만 아쉬운 슛정확도로 인하여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필드로 올라온 남현희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준수한 발재간을 선보이며 '남메시'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감탄을 자아냈다.

구척장신은 공격 기회는 많지않았음에도 최용수의 전술대로 김진경과 차수민을 중심으로 두터운 수비벽을 형성하며 국대패밀리의 공격을 차단했다. 하지만 방송말미 김진경이 찬 킥에 팀동료인 이현이가 얼굴에 맞아 쓰러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며 이날의 에피소드는 막을 내렸다.

'여자축구 미니리그' 우승에 도전

<골때녀>는 여성 연예인-스포츠스타-셀럽들로 구성된 팀들에, 2002 한일월드컵 축구전설들이 감독을 맡아, 국내 예능 최초 '여자축구 미니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올해 2월 설 연휴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된 이후 큰 인기에 힘입어 6월부터 정규편성에 성공했다.

<골때녀>는 새 단장과 동시에 참가팀이 기존의 4팀에서 6팀으로 늘었다. 지난대회 우승팀이자 <불타는 청춘> 여성 출연자들로 이루어진 FC 불나방을 비롯하여,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그 가족들로 구성된 FC 국대패밀리, 희극인팀인 FC 개벤져스, 모델로 구성된 FC 구척장신이 다시 합류했다. 여기에 주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FC 월드클라쓰와 운동신경이 뛰어난 여배우들로 구성된 FC 액셔니스타가 새롭게 가세했다.

이들을 이끌 감독 역시 황선홍(개벤져스), 이천수(불나방), 김병지(국대패밀리), 최용수(구척장신), 최진철(구척장신→월드클라쓰), 이영표(액셔니스타) 등 프로축구를 능가하는 화려한 올스타급 진용이 꾸려졌다.

대회 규모가 커진만큼 참가팀들의 경기 수준도 파일럿에 비하여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참가팀들은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별도의 강도 높은 팀훈련을 진행하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낸다.

<골때녀>는 여자축구, 그것도 연예인-셀럽들이라고 해서 몸을 사리거나 장난스럽게 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거부한다.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참가한 것처럼 보이던 이영표는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다. 그런데 진지하게 하니까 더 재미있는 거다"라고 평가하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골때녀> 인기 비결을 함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출연자들이 진심을 다해 임하니 프로에서 국가대표까지 산전수전 다겪은 전문 축구인들,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진짜 경기와 선수들을 대하듯 진지하게 몰입하게 된다. 남다른 진정성으로 어필하고 있는 <골때녀>, 색다른 '여성 스포츠 예능'으로서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골때리는그녀들 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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