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3 07:34최종 업데이트 21.06.23 07:34
  • 본문듣기
캠핑 인구가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길어지고, 집에 갇힌 답답한 생활이 가중되자 가족 단위로 자연으로 방 탈출하는 것이 대세다. 
    

캠핑 모습 캠핑이 확대되면서 혼자 혹은 여럿이 선호하는 패턴으로 다양한 캠핑문화를 만들어간다. ⓒ 최수경


과거에는 한나절 쉬는데 엉덩이 붙일 돗자리 한 장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나무 그늘을 찾지 않아도 햇빛과 남의 시선까지 가리는 타프(tarp) 장비가 있다. 분위기 있는 카페가 되기도, 고급 호텔이 되기도 하는 요지경 같은 캠핑이 펼쳐진다.
 

최근 지은 아파트 중 일부는 입주민의 휴게쉼터로 캠핑데크를 설치하였다. 5월 장미가 만개한 담장을 따라 아파트에서 캠핑 문화를 즐긴다. ⓒ 최수경

 
집에서의 생활이 야외로 옮겨진 만큼 먹고 자고 쉬는데 필요한 설비가 각양각색이다. 야영의 종류도 트랜드 변화로 솔캠, 오지캠, 감성캠, 차박, 백패킹, 미니멀캠핑 등 다양하고, 캠핑과 관련해 신조어도 많다.
 

불멍,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캠핑마니아들은 캠핑과 관련한 장비나 지식, 기술 및 몰입도 등이 상당수준에 달한다. ⓒ 최수경

 
TV도 연예인들의 캠핑을 보여준다. 2년 전 JTBC <캠핑클럽>에서 가수 핑클 멤버들이 금강의 진안 용담댐 아래 섬바위에서 캠핑하는 것을 내보냈다. 방송을 시청하며 참 조용한 곳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저 곳이 또 몸살을 앓겠구나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 후 캠핑객들이 몰려들면서 섬바위는 쓰레기로 넘쳐났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에 섬바위는 과거의 평온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 되었다. 훼손되지 않은 곳을 방영할 때는 전략적이고 은유적으로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가령 출연한 연예인이 "아름다운 곳이니까 우리 깨끗하게 사용하고 가자"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적인 캠핑문화를 선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일요일(20일) 한 장수 연예 프로그램에서 비록 잠시지만 출연진이 바닷가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는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
   

공영방송의 친환경적인 캠핑 프로그램은 올바른 캠핑문화를 선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최수경

 
나 어릴 적, 아빠는 여름방학이면 3남매를 데리고 캠핑을 다니셨다. 자식들 시원하게 놀게 하려고 주로 물놀이가 가능한 강변 숲 그늘을 찾으셨다. 장비는 다섯 식구가 잘 수 있는 텐트와 코펠, 버너와 돗자리가 전부다. 그러나 장비 외에도 먹을거리와 옷가지, 얇은 이불까지 한 짐보따리를 들고 가다 보니 흡사 피난민과 같았다. 

지금 금강을 기반으로 일을 하다 보니 부모님 따라왔던 곳 가운데 하나가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소나무숲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승용차도 없던 시절, 대전에서 영동까지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고 왔다 생각하니 부모님의 열정이 가히 놀라울 지경이다. 
 

영동 양산리 송호국민관광단지 솔밭 아래 캠핑장 캠핑은 오토캠핑, 가족캠핑, 솔로캠핑, 글램핑 등 숙영의 종류와 시설, 계절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 최수경

 
최근 나는 충남광역환경교육연수원 조성 연구를 계기로 청소년이 야외생활에서 탄소제로 생활하기(living zero Carbon)를 체험하도록 제안한 바 있다. 지혜로운 의식주 생활보다 국영수 과목이 더 중요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가스 불 켜는 것도 엄두를 못 낸다.

원하는 청소년이라면 한 번이라도 편리한 실내 숙소나 최신 캠핑 설비 말고 야외 생활에서 한 끼니를 해 보는 경험은 어떨까. 직접 식사 준비를 하면서 입소 전부터 식자재의 선택과 취사 시 물과 에너지의 사용, 식사 후 폐기물의 양과 처리 등을 지도자의 안내와 체험 교육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물·에너지·폐기물·자연공간·지역교류·탄소 절감 등을 가늠하며, 자연 경험과 지속가능한 대안적 삶을 디자인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식자재의 선택과 취사시 물과 에너지의 사용, 식사 후 폐기물의 양과 처리를 교육과정과 연계한다. 야외생활체험을 통한 의식주에 대한 고민은 기술가정, 환경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최수경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실제 캠핑 활동은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에너지는 덜 쓰지만, 폐기물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식자재는 이동 중 오염되지 않도록 모두 비닐과 스티로폼에 포장된다. 자동차로 모조리 싣고 다니므로, 지역의 식자재보다 출발지의 식재료가 대부분이다.

캠핑 내내 신선식품을 먹어야 하니 냉동시스템에 의존하느라 전력 소비가 크다. 물 사용이 제한적이다 보니 물휴지를 많이 쓴다. 캠핑에서 나온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될 가능성이 커 탄소 배출이 클 수밖에 없다.
  

냉동식품 캠핑지 근거리 식품점에서 냉동식품을 구매하면, 이동과 저장 중 발생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사진은 옥천팜마트의 금강 잡고기 ⓒ 최수경

 
물론 캠핑용 접이식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 전기를 자급하거나, 아예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부시크래프트(bushcraft) 부류도 있다. 특히 무전력 캠핑 방법은 에너지가 생존에 있어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보여주는 생활방식이다. 불을 직접 만들고 나뭇가지와 보자기 한 장으로 바람과 햇빛을 막아 쉴 자리와 잠자리를 만드는 등 정형화된 장비나 설비 없는 살아남기 체험은 지진과 화산에 취약한 일본의 생존교육과 흡사하다. 
  

직접 불 피우기 기후위기 시대 야외 체험에서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배운다. ⓒ 토요타숲학교

   
나는 캠핑을 하면서 물휴지 대신 종이휴지와 행주를 사용한다. 텀블러는 기본이요, 음식물은 집에서부터 소분해 식품 용기에 넣어온다. 환경 캠핑을 하고자 하는 내게 용기 때문에 가방 부피가 커지는 것은 부담이 아니다. 식자재가 필요하면 캠핑지 인근의 지역 농산물 시장을 이용한다. 제철 음식, 지역 산물, 공정 무역 제품 등 식물성 식재료 중심으로 식단을 짠다. 지역에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캠핑장 인근 팜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지역 산물을 구매해 신선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냉동시스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 최수경

 

캠핑이 끝나고 귀가할 때에도 지역 산물을 구매해 간다. 캠핑지가 있는 지역에서 가장 신선하고 가장 지역적인 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옥천팜마트). ⓒ 최수경

 
설거지를 최소화 하느라 숭늉을 만들거나 식기 기름때는 종이로 닦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 등 쓰레기를 덜 만들고자 계획하며 실천하는 캠핑이 즐겁다. 사실 고기 잔치의 음식문화에 대한 고민이 상존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공용공간에서 물을 아껴 쓰고, 생분해성 비누와 세제 등을 사용한다. 

낮시간은 천천히 주변을 걸으며 자연을 느낀다. 밤에는 조명의 조도를 가능한 낮추고, 계절 별 밤의 소리에 집중한다.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소음과 빛공해를 주지않는 것은 기본이다. 자연에 있는 만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시간을 더 즐긴다. 새벽아침은 새소리와 친숙해질 기회인 것이다. 
  

어떤 애벌레일까 자연에 나가야 볼 수 있는 진풍경. 자연을 마주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만큼 자연은 선물을 준다. ⓒ 최수경

 

야외에서 자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밤시간 야외에서의 밤 시간은 인간 활동이 적은 때이므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 최수경

 

캠핑지의 새벽아침 동트기 전부터 울어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는 캠핑에서 받을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 최수경


캠핑은 심리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얻고, 일상 탈출의 기회를 통해 희열을 느끼고 부담을 허물어가는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은 불편함을 즐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늘과 같은 내일을 바란다면, 자연을 바라보는 자세를 좀 더 달리하면 어떨까. 뒷사람을 위한 배려를 넘어서, 미래세대를 위한 배려가 되도록 말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