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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쿠팡 물류센터노동조합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쿠팡 물류센터노동조합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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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좋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덕평이 아니라 인천에서 일했고, 심야조가 아니라 주간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든 저도 비슷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팡 물류센터는 어디든 다 열악하고 언제든 불이 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이 말했다. 정성용 분회장은"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대형 사고로 번진 게 아니다. 쿠팡의 방치 속에 일어난 사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의 책임 규명·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쿠팡 물류센터 안에는 수많은 전기장치가 돌아가며 전선이 뒤엉켜 있어 불이 나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소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쿠팡이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한 적은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은 "하루를 일해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번번이 외면했던 건 쿠팡"이라며 "정부·지자체가 전국의 물류센터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이번 화재에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오작동이 많다며 스프링클러를 꺼둬 제때 작동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평소 화재 경고 방송의 오작동이 많아 당일 안내방송도 오작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먼저 화재를 발견한 단기 사원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신고를 못 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며 "반인권적으로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행태가 어떤 위험을 나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김범석 창업자의 사임... 책임회피만 한다는 걸 보여줘"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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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지난 2018년에도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났다"며 당시 비슷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018년 화재 현장에 있던 노동자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경보음이 울리고 화재로 노동자들이 나가려 하자 관리자가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며 막았다고 한다. 이게 쿠팡의 대처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최근 사임은 쿠팡이 노동자들의 피해와 상관없이 책임회피만 한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미리 이사직에서 사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달 31일 부로 쿠팡 이사회 의장과 사내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쿠팡은 지난 1년 동안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중대재해법 적용 확률이 높지만, 김 전 의장처럼 공식 직위가 없으면 책임이 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노조는 쿠팡에 ▲연 최소 2회 이상 물류센터 전 직원 화재 대응 훈련 실시 ▲재난 안전 대비 인원 증원 ▲전체 물류센터 안전 점검 등의 대책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화재 조사에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전날(17일) 오전 5시 30분께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당초 발생 3시간 만에 한 차례 큰불이 잡혔다가 발생 약 7시간 만에 다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해 이틀째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근무 중이던 직원 248명은 모두 대피했으나,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에 들어갔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고립됐다.

태그:#쿠팡, #물류센터,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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