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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는 참여자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등이 직접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과 진정에 참여하였다.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는 참여자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등이 직접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과 진정에 참여하였다.
ⓒ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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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하여 5인 미만 사업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치료가 필요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피해자 스스로 유급휴가를 신청했으나 센터 측에서 이를 불허했고, 오히려 피해자를 징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피해자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라남도 도민인권보호관으로부터 회사에서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을 2020년 5월 27일, 2021년 3월 30일 두 번이나 인정을 받았지만, 징계를 받을 위기에 몰려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에 공개된 서울과 전라북도 사회복지시설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내용을 전하면서, "현재 노조에 가입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 대부분이 직장 갑질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가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성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상당 부분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나 사회복지 시설은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어 영세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고 싶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중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법과 제도 등을 정비하여 노동자들을 보호하라. 모든 노동자의 희생에는 관계부처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피해자를 비롯해, 전남노동권익센터,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등의 단체들이 규탄‧연대발언을 함께하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 등을 함께 외쳤다.

기자회견 후 피해자의 유급휴가에 대한 긴급구제를 비롯해, 현 상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진정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촉구하는 진정 등 총 3가지의 진정을 넣었다.

특히 진정서 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인권침해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기관위탁 및 평가사항에 반영하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사회적 민감성을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명확히 신설하고 처분 수위는 성범죄에 준하게 하는 제도개선 등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참여자들. 공공운수노조제공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참여자들. 공공운수노조제공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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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진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오랜 시간 끝에 진도에서 서울로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올라왔다. 그녀의 괴롭고 외로웠던 마음 속 고통의 깊이는 진도에서 서울의 거리보다 훨씬 깊을 것이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징계를 목적으로 한 반복적인 징계위 소집, 정당한 사유 없는 업무배제, 협박과 폭언, 무시 등 피해자의 피해가 담겨있는 결정문을 본다면, 과연 이러한 직장에서 어떻게 그동안 일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곳은 분명 직장이 아니라 지옥이었을 것이다.

피해자는 힘들게 자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으나, 인정받은 것 그 뿐이었다. 허술한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주변 상황은 피해자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 조력자들은 피해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서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노동조합과 노동권익센터 뿐이었다. 피해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있어서 책임이 있는 자들은 과연 우리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되묻고 싶다.

수많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송곳처럼 한 명의 노동자가 저항하기 시작했고, 진도에서 있었던 직장 내 괴롭힘이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노동자 개인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그 용기와 함께 싸울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고 싶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중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법과 제도 등을 정비하여 노동자들을 보호하라. 모든 노동자들의 희생에는 관계부처의 안일한 대처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현장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회복지 노동자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마음의 병이 들어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의 행복은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의 노력은 이번 기자회견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자가 당한 괴롭힘만큼 더욱 끈질기게 지역사회와 관계부처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당장 내일은 피해자의 인사위원회가 있는 날이다.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현재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헤쳐나가야 한다.

이번 외침이 단순히 진도의 지역사회 문제로만 그치지 않길 원한다. 한명의 노동자가 살고, 이 사건을 보고 있는 수 많은 제 2, 제 3의 피해자들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송곳처럼 저항하길 바란다.

송곳도 더 많이 모일수로 더 아프게 찔리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으로 함께 모여 그 누구도 뽑아버릴 수 없는 송곳이 되자.

우리들은 피해자와 지금 어딘가에 있을 수 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직장 내 괴롭힘에서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즉각 시행하라.

하나. 전라남도지사와 진도군수는 이번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

20201년 6월 17일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태그:#직장내괴롭힘, #진도군, #전라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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