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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회장 장덕환)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앞에서 김양호 판사 및 일본규탄대회를 열었다.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회장 장덕환)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앞에서 김양호 판사 및 일본규탄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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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예순아홉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탄광촌에서 일하셨어요. 할아버지보다 늦게 나오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이번) 판결문 보고 울기도 했습니다. 자기 부모 일이라면 어땠을까요."

'판결문을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직후, 고규식씨의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가 고씨와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본안심리 없이 소송 종료)한 데 대한 울분이었다.

고씨를 포함한 피해 유족들은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주관으로 14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장 접수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김 판사의 탄핵을 촉구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현장이었다. 부산과 익산 등 아침 일찍 지역에서 올라온 고령의 참가자들이 대부분 참석한 터라, 사회자는 회견에 앞서 "어르신들은 그늘에 앉아 계시라, 쓰러지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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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의 초점은 2018년 대법원의 피해자 청구권 인정 판결을 뒤집은 재판부의 결정에 맞춰 있었다. 고씨는 이날 낭독한 규탄문에서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도 판사였다"며 "징용당사자와 유족,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김 판사를 탄핵한다. 그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아깝다"고 분노했다. 항소장엔 생존 피해자 2인과 유족을 포함한 75인이 이름을 올렸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모두 해소된 것으로 봤는데, "대한민국이 한일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언급한 대목은 학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일제 식민사관과 다름없는 논리를 판결문에 나열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사건이 올라가 패소할 경우 "대한민국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배상을 배제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따라 나왔다. 해당 판결 이후 김 판사를 탄핵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지난 8일 등장, 하루 만에 20만 명이 서명하며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우기도 했다. 14일 현재는 31만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왜 침묵하나"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원고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반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 정치 논리에 국민의 존엄은 개무시되는 이곳이 일본법원이지 대한민국 법원이냐'며 분노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원고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반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 정치 논리에 국민의 존엄은 개무시되는 이곳이 일본법원이지 대한민국 법원이냐"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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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과 같은 국제법 질서에 어긋나는 인권유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과 적절한 보상을 기초로, 양국관계가 정립돼야 한다"면서 "1심이 이와 어긋난 판단을 한 바람에 상급심 법원으로 소를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비판은 정치권의 침묵을 향해서도 제기됐다. 이들은 결의문과 별개로 "온 국민이 이구동성으로 분노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왜 말 한마디 안 하고 잠잠한지, 무슨 속셈인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입장을 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지금까지 별다른 논평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판사 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온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그런데도 왜 침묵하고 있나"라면서 "다음 세대들에게 부끄러운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재임 기간 징용 문제를 고민하고 작은 물꼬라도 터야 하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유족 측 원고 대표인 강제징용 피해자 아들이 호소문이 낭독되기도 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유족 원고 대표의 호소문

만 스무 살 청년 하나가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곳이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 탄광 군함도였습니다. 하루 18시간씩 허리도 못 펴시고 탄광에서 석탄을 캐시며 피눈물 흘리신 만 4년의 혹독한 세월을 보내고 오신 분이 고 이기택 제 아버지이십니다.

해방 후 평생을 다리를 절며 폐렴으로 고생만 하시다 50세 초반에 작고하셨습니다. 임금은 고사하고 치료비 한 푼 받지 못하신 아버지의 마지막 한을 풀어드리려고 수십년을 준비하고 기다렸는데 6월 7일 대한민국의 판사에 의해 저질러진 폭거에 유족들은 또 한 번 절망합니다.

정부에 묻습니다.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반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 정치 논리에 국민의 존엄은 무시되는 이곳이 일본법원이지 대한민국 법원입니까. 아픈 세월을 위로받고 보상을 받아야 마땅한 아버지의 생고생이 왜곡되고 부정되는 이 슬픈 현실에 절망하지만,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바로 잡히는 그날이 속히 오도록 모두가 도와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고 이기택의 자 이철권 올림.


[관련 기사]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대법 판결과 정반대... 말문 막히고 황당" http://omn.kr/1trc4
법원노조 "강제징용 재판부, 망언 쏟아내 ....국민 우롱한 친일 판결" http://omn.kr/1tt86
아버지가 이 꼴을 보셨다면... '강제징용' 김양호 판사는 들으라 http://omn.kr/1ttt0

태그:#강제징용, #판사, #탄핵, #식민사관, #한강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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