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배우 이광수가 <런닝맨>과 11년간의 아름다운 동행을 훈훈하게 마감했다. 13일 SBS <런닝맨>은 이날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는 이광수를 위한 특집으로 꾸며졌다.

평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에서 시작된 방송은 오프닝부터 철저하게 이광수에게 집중하며 그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임을 실감하게했다. '떠나가는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따라나가서 작별하며 보내는 일-배웅'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한 방송은 '2021년 6월 13일, 이광수의 마지막, 10년하고도 338일간 함께 달려온 그'라며 <런닝맨>에서 이광수의 발자취를 정리했다.

이어 '광수가 없어도 런닝맨의 시간, 배신, 장난, 웃음은 부지런히도 흐르고 흘러, 한 편씩의 즐거움으로 켜켜이 쌓여가겠지만... 광수가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빛났는지 추억하는 일 또한 영원히 즐겁기를'이라는 메시지를 통하여 이광수를 떠나보내야하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작진은 사전촬영에서 이광수와 상의하여 <런닝맨> 멤버들과 추억쌓기 레이스를 기획했다. 마지막 촬영을 기념하여 이광수가 멤버들과 해보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 가고싶은 곳을 모두 찾아보기로 했다.

이광수는 <런닝맨> 첫 방송을 시작했던 SBS의 옥상정원, 한강, 이광수의 집에서 함께 요리해 먹었던 닭칼국수, 삼겹살 식당, LP바 등 멤버들과 함께했던 많은 추억들을 떠올렸다. 그는 어느새 자신보다도 멤버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과 장소를 고르고 있었다. 이광수는 마지막 촬영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냥 평상시 같았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3991, 이광수가 <런닝맨>과 함께 한 시간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이광수의 소원대로 <런닝맨>의 첫 역사가 시작되었던 옥상정원에서 다시 멤버들이 모였다. 제작진은 11년간 <런닝맨>에서 숱한 죄(?)를 저지른 이광수를 교화시켜 사회에 내보낸다는 의미로 이광수의 영화 출연작 제목을 패러디한 '굿바이 나의 특별한 형제' 레이스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11년간 <런닝맨>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상을 법적으로 판결한다면 어느 정도의 형량이 나올지 전문 법조인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석 결과 소품 파손 등 재물 손괴가 58건, 폭행이 353건, 공연음란죄 37건, 사기가 1812건 등 총 3353건의 나쁜 짓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사로 근무했던 정재민 법무심의관의 의견에 따라 이광수의 형량으로 총 1050년을 선고하여 충격을 줬다. 이광수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죄수복에는 3991이라는 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는 그가 <런닝맨>에서 함께보낸 시간(날짜)을 의미했다.

<런닝맨> 멤버들이 죄수 이광수의 출소를 위하여 사회 적응 훈련과 교화 미션을 진행하고 실패할 경우 전원 벌칙을 받는 것이 이날의 미션이었다. 미션 장소가 될 교화 코스 3곳은 이광수가 사전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은 곳'들로 선정됐다.

이광수를 제외한 <런닝맨> 멤버들은 이날 본 촬영이 시작되기 전 일찍 모여서 그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이광수를 위하여 준비한 선물들을 미션 중간마다 게임을 통하여 복불복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7인의 멤버들에게 내려진 히든 미션은 이광수가 최대한 많은 선물을 가져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또한 멤버들은 하루 종일 이광수를 촬영하는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이광수와 함께 최대한 많이 찍혀야 벌칙을 면할 수 있다는 미션도 추가로 부여 받았다. 이에 이광수 몰래 그의 옆에 붙여 있으려는 멤버들의 눈치 싸움도 전개됐다.

이날의 방송은 미션의 성공 유무보다는 이광수와 멤버들의 마지막 추억쌓기에 집중됐다. 미션 진행 과정은 대부분 간결하게 묘사되거나 생략되어 지나갔고, 이광수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케미에 초점이 맞춰졌다.

멤버들은 아쉬움을 감추려는 듯 방송 내내 돌아가면서 이광수를 타박했다. 유재석이 미션을 위하여 이동하던 중 그에게 "다시 생각해봐라. 그냥 죄송합니다 하면 된다"며 이제라도 하차를 번복하라고 농담을 던지자 멤버들 모두 "광수는 그래도 되는 캐릭터다. 시청자들도 그냥 웃고 넘어갈 것"이라며 공감했다.

지석진은 이날 방송에서 이광수를 유독 챙기다가 그로부터 "평소엔 전화도 안 받으면서 카메라가 돌 때만 나한테 달려온다"라고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김종국은 이광수가 <런닝맨>에서 3991일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 둘 때가 됐다"며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이광수와 멤버들은 한강을 찾아서 추억의 메뉴인 삼겹살과 닭칼국수를 먹고 유람선을 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추억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한 장소는 LP바였다. 멤버들은 이광수와 관련된 퀴즈를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런닝맨>에 게스트로도 여러 번 출연했던 이광수의 부친 이종호씨의 이름이 언급되자 내내 유쾌한 모습을 유지하던 이광수의 눈가에 갑자기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모든 감형 미션이 성공으로 끝나고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각자 간직한 이광수와의 사연과 작별인사를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광수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고 전소민-양세찬 등은 눈시울을 붉혔다. 쑥쓰러워서 간단한 인사만 전하고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송지효는 촬영이 끝난 후 다시 장문의 손편지를 남기고 직접 내레이션까지 하면서 이광수를 향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이광수의 마지막 편지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이광수도 마지막 편지를 공개했다. "멤버분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시고, 또 하나의 가족을 느끼게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11년 동안 잘은 못했지만 매주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 매주 누구하나 빼놓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하는 런닝맨, 앞으로 더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광수의 반전 히든 미션도 공개됐다. 사실 제작진이 마련한 것처럼 보였던 7개의 선물은 그가 각 멤버들을 생각하며 직접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이었다. 멤버들은 이광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미션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계란 깨기 복불복 미션에서 이광수가 성공해야 멤버들에게 선물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7번 모두 삶은 계란을 고르기 어려운 만큼, 이광수가 멤버들과 모두 똑같은 횟수로 사진을 찍어서 공동 1등을 만들어주는 히든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모두에게 선물이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제작진은 이광수에게 그의 이름이 새겨진 순금 기념패와 스태프 모두가 참여한 롤링페이퍼, 추억을 담은 사진첩 등을 선물하며 방송을 뜻깊게 마무리했다. 끝으로 이광수는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거론하며 "평생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잘 살아가겠다. 사랑합니다"라며 <런닝맨>과 함께한 11년간의 대장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광수는 2010년 <런닝맨>의 원년멤버로 합류하여 이 프로그램이 한국을 넘어서 한류를 대표하는 글로벌 인기예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에게도 <런닝맨>은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당시만 해도 모델 출신 배우로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통하여 조금씩 인지도를 늘리고 있었을 뿐, 대중적으로는 유망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런닝맨> 이후로 일약 예능 대세이자 아시아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국제적인 스타로 올라섰다.

이광수는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만년 약체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캐릭터까지 넘나들며 <런닝맨>을 빛낸 수많은 캐릭터쇼 서사의 중심에서 맹활약했다. '기린' '광바타', '꽝손' '얌생이' '아시아 프린스' 등 수많은 별명과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런닝맨>에서의 독보적인 활약 덕분에 SBS 연예대상에서 뉴스타상, 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신인상, 우정상, 베스트커플상, 글로벌스타상, SNS 스타상 등 배우임에도 예능 시상식에서 더 많은 트로피를 휩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극 배우들에게 예능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하게 각인되는 것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광수는 <불의 여신 정이> <탐정 리턴즈> <라이브> <괜찮아 사랑이야> <마음의 소리> <나의 특별한 형제>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본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예능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 코믹한 캐릭터도 많았지만, 악역이나 지적장애인 등의 역할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하지만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이광수와 <런닝맨>에도 작별의 순간은 찾아왔다. 이광수는 지난해 신호위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당해 발목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발을 짚은 채 촬영에 임해왔지만 더 이상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광수와 소속사, 런닝맨 멤버들과 제작진 등이 모두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아름다운 결별에 합의했다.

방송가에서는 많은 프로그램들과 출연자들이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소리소문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런닝맨>과 이광수는 아름다운 이별의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이광수는 마지막까지 방송과 멤버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왜 그가 11년 동안이나 이 쇼에서 대체불가한 존재로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 보답으로 한 출연자를 떠나보내면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예우를 다 하며 '예능 레전드'로 남은 이광수를 기념했다.

하지만 이광수가 떠난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런닝맨>에 남겨진 과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멤버들의 고령화와 매너리즘, 포맷의 아이디어 고갈 등으로 인한 침체는 과거 <무한도전> < 1박2일 >같은 인기 예능도 피할 수 없었던 수순이다. 에이스를 떠나보낸 <런닝맨>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광수 런닝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