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를 끝으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아시아 2차예선의 H조 일정은 모두 일찍 끝났다. 원래는 한 경기의 일정이 더 남아 있었으나, 같은 H조에 있던 북한이 기권했기 때문에 다른 조에 비해 일정이 일찍 끝났다.

원래 아시아 2차예선과 최종예선은 각 조별 풀 리그로 홈&원정 경기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서로의 국가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이 되자 예선 진행이 중단되었고, 2차예선 일정 중간에 남은 경기를 진행할 국가를 모집했다.

그나마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안정적인 국가들이 경기 개최권을 신청했고, H조에서는 대한민국이 개최권을 신청했다. 이에 H조의 남은 경기는 모두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국내 K리그 일정이 진행되고 있어서 방역 관리를 위해 서울이 아닌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코로나19와 북한의 기권, H조에 생긴 변수

사실 H조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같은 조에 배정되면서 소속 국가들의 경기 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같은 조에 편성되지 못하는 외교적인 이유가 있지만, 대한민국과 북한은 조 편성을 강제로 분리하진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먼 나라 원정 일정이 많이 편성되어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었다. 레바논과 스리랑카는 현지 안전 상태가 불안한 나라였고, 북한은 원정 거리는 짧지만 실력 외적으로 부담스러운 점이 컸다.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의 예선 때 대한민국과 북한은 같은 조에 편성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 남북 관계가 영 좋지 않은 상황이라 평양에서 열릴 경기를 상하이에서 대신 치른 적이 있었다. 이번 H조 평양 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지긴 했으나 생중계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가, 각 조마다 방역 상태가 그나마 나은 국가에서 집중 경기를 치러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바뀌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대회 기권을 선언하면서 남한 방문을 앞두고 다소 석연찮은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은 중도 기권으로 인하여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대회와 2023 AFC 아시안컵 중국 대회는 물론이고 추가 징계로 향후 2027년까지 월드컵과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FIFA 월드컵과 AFC 아시안컵 대회 사이 기간이 짧아 월드컵 1,2차 예선은 아시안컵 예선을 겸하여 치르고,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12팀들은 아시안컵 본선에 우선 직행하게 된다.

북한의 기권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은 투르크메니스탄이었다. 북한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경기 기록이 무효가 되면서 승점 3점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과 1무 1패에 그쳤던 레바논은 1패 기록이 지워지면서 이득을 보았다. 북한과 득점 없이 비겼던 대한민국도 승점 1점이 지워졌다.

무력하게 탈락하지 않은 스리랑카

북한의 기권으로 인해 H조는 5경기만 남았고, 이 5경기가 모두 고양에서 치러졌다. 그런데 이 일정에서 대한민국이 3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H조에서는 최종예선 와일드카드를 노려야 하는 2위 자리를 놓고 큰 혼돈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H조 최약체였던 스리랑카가 마냥 무력하게 탈락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실 스리랑카는 마카오와의 아시아 1차예선에서 원정 첫 경기를 패했지만, 마카오가 스리랑카 원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득점 없이 몰수승으로 2차예선에 진출한 팀이었다.

그리고 스리랑카는 레바논을 상대로 이번 월드컵 예선 최초의 득점을 기록하며 발목을 잡았다. 레바논은 FIFA 랭킹 최하위권에 있는 스리랑카를 상대로 겨우 이기면서 골득실 여유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북한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었다가 잃어버린 투르크메니스탄은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대패하면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레바논을 상대한 마지막 경기에서 막판 대역전승을 이뤄내며 레바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떠났다.

레바논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기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최대한 골득실 여유를 확보해야 했다. 13일 경기에서 선제 득점을 하며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지만, 결국 자책골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패널티킥으로 인하여 역전패를 당했다.

최종예선 확정된 팀들, 시리아와 호주 그리고 일본

북한의 기권은 2차예선의 마지막 경기 일정이 남은 다른 7개의 조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아시아 최종예선 티켓 8장은 각 조 1위에게 주어지고 나머지 4장을 2위 팀들 중 와일드카드로 선발하는데, 이 와일드카드 결정에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개최국 카타르는 아시안컵 본선 티켓 때문에 2차예선에 참가했고, E조 1위로 2023 AFC 아시안컵 중국 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게 된다. 8강전에서 대한민국을 꺾고 2019 AFC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던 카타르는 E조 1위를 여유있게 확정하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월드컵 최종예선 티켓 7장은 각 조의 1위들에게 주어지고, 개최국 카타르가 최종예선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각 조 2위들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는 5장으로 늘어나게 됐다. A조 1위 시리아, B조 1위 호주, F조 1위 일본 그리고 H조 1위 대한민국까지 4팀은 남은 일정 결과에 관계 없이 자력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나머지 조 1위들은 마지막 일정이 조 2위 팀과의 대결이 대부분이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다만 카타르가 최종예선을 건너뛰기 때문에 2위 와일드카드 티켓이 5장으로 늘어났다는 점이 다행이다. 북한이 기권했기 때문에 와일드카드를 결정하는 기준은 각 조 최하위와의 전적을 제외한 조정 승점을 반영한다.

A와 G조에서는 2위 중국과 아랍에미리트가 1위 시리아 또는 베트남과 최소 비기기만 하면 와일드카드로 최종예선에 자력 진출한다. B조 1위 호주는 2위 요르단이 와일드카드를 노리고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수 없다. AFC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은 C조 1위 이라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야 자력 진출이 가능하다.

D조에서는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2위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자력으로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E조 2위 오만은 마지막 상대인 5위 방글라데시가 조 최하위를 유지할 경우 자력 진출이 가능하다. F조의 키르기스스탄은 H조의 레바논처럼 상황이 안 좋은데, 마지막 경기 상대가 하필 조 1위 일본이라 최선을 다한 뒤 다른 조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최종예선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대표팀의 숙제는?

일단 각 조의 2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생결단을 벌이는 상황인데, 하필이면 오만을 제외한 나머지 2위 팀들의 마지막 일정이 조 1위 팀들과의 대결이다. 일단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시리아와 호주 그리고 일본에 대한 분석을 먼저 시작하면서 다른 팀들의 결과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예선 조 편성에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6월 15일에 2차예선 일정을 마무리하고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최종예선 조 편성을 실시하는데, 5월 27일에 발표된 최근 FIFA 랭킹에서는 대한민국이 일본(28위), 이란(31위)에 이은 3번째 순위(39위)에 있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에서는 12팀이 2개 조에 나뉘어 홈&원정 풀 리그 일정으로 치르며, 각 조의 2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한다. A조와 B조의 3위들은 중립국에서 단판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 2장이 주어지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여기서는 아시아, 북중미카리브해, 남미, 오세아니아 각 대륙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총 4팀이 각자 상대를 나눠 홈 & 원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FIFA 랭킹 기준으로 AFC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일본은 포트 1이 확정됐다. 이란이 2차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경우 대한민국이 포트 1에 배정되어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최종예선에 진출할 경우 대한민국이 포트 2로 밀려난다. 대신 포트 2에 호주가 있기 때문에 최종예선에서 호주(41위)를 만나지 않게 된다.

이번 2차예선을 통해서 드러난 대표팀의 약점도 최종예선을 준비하면서 개선해야 한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 본선이 2022년 11월(겨울)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예선 일정이 늦춰졌지만 시간의 여유는 있다.

2차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수비진에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없었다. 스리랑카와의 경기에 출전했을 때 2차예선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마지막 경기에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서 2차예선 모든 경기 클린시트라는 목표 한 가지를 놓쳤다.

김문환(로스앤젤레스 FC),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수원 FC), 홍철(울산 현대)로 구성된 4백은 레바논의 순간적인 역습을 막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2차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실점하게 되면서 이번 2차예선에서 1실점을 기록한 팀은 대한민국과 일본(타지키스탄 상대) 그리고 카타르(오만 상대)까지 3팀이 됐다.

레바논을 통해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을 상대할 팀들의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대한민국은 바로 AFC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팀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이번 2차예선을 통해 밀집 수비와 침대 축구로 일관하는 팀들을 만나며 현재의 빌드업으로 상대 팀의 수비를 뚫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최종예선에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더 강한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번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밀집 수비를 뚫으려 공세로 나오는 대한민국 팀을 상대로 역습을 시도하다가 선제 득점에 성공하면 거의 전원이 수비로 전환하는 이른바 10백 전술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울리 슈틸리케(전 톈진 터다 감독) 역시 아시안컵으로 임기를 시작하여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에 대한 대책을 말끔히 찾지 못하고 고전하다가 결국 최종예선 중간에 경질됐다. 공교롭게 벤투 감독 이전 대한민국 국 국가대표 감독을 가장 오래 역임했던 인물이 슈틸리케였다.

거스 히딩크(현 네덜란드 령 퀴라소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본선 4위를 기록한 이후 대한민국은 월드컵 예선 중간에 감독을 3번이나 교체했다. 조 본프레레(전 바오딩 룽다 감독), 조광래(현 대구 FC 대표이사) 그리고 슈틸리케까지 3명이다. 아시안컵 예선이 분리되어 있을 때까지 포함하면 움베르투 코엘류(현 포르투갈 축구협회 부회장)도 있다.

벤투 감독의 경우 아시안컵과 월드컵 2차예선 사이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그 동안 큰 대회가 없어 중간 점검을 실시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2차예선에서 여러 가지 난관 속에서 단 1실점으로 통과한 결과 자체는 좋았다. 과연 최종예선에서도 이러한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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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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