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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IOC위원(대한체육회장)
 이기흥 IOC위원(대한체육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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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다양한 채널로 요구하고 있고, IOC도 분명히 일본 측에 권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어떻게 할 것인가이죠."

<오마이뉴스>가 지난 7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만났다. 유승민 선수위원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IOC위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최근 뜻하지 않게 벌어진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지도 표시 문제로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본이 삭제하지 않으면 참가를 보이코트하라'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문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을 잘 다독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그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정치와 스포츠는 다른 영역이지만 이번 사안은 우리의 영토문제라서 정부와 보조를 맞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IOC에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을 보고 추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회장은 IOC위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IOC위원인 건 맞지만 이해당사자로서 집행위원회에 참가할 수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현지로 날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독도 표시를 이유로 도쿄올림픽을 보이코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5년간의 노력을 물거품 만드는 일인데다, 우리 스스로가 IOC가 주관하는 수많은 대회의 유치신청을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파견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모든 선수들에게 이번달 내로 백신접종을 마치는 등 방역대책에 철저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메달 7개에 10위 유지'를 목표로 하고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선수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IOC위원을 겸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대회전에 IOC의 답변이 올 것이다"
  
이기흥 IOC위원(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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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가 표시돼 있는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일단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인 일본올림픽조직위원회(JO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독도 표시를 삭제해달라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두 뿐만 아니라 문서로도 전달했다. 국민들이 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 정치권에서는 대회를 보이코트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 문제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와 스포츠는 다른 영역이잖나. 그러나 우리는 국가의 영토문제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문화체육부와 외교부에서도 다양한 채널로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측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IOC도 권고는 분명히 할 거라고 본다."

- 지난번에 대한체육회가 문체부, 외교부와 함께 IOC에 서한을 보내지 않았나.
"맞다. IOC는 지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평화의 제전이 돼야 하니까. 근데 IOC도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왜냐면, 권고 이상의 것은 못 한다. 경기장이나 스타디움 등은 IOC의 직접 관할권이 미치지만 이를 벗어난 곳에는 관할권이 없다. 한편으론 조직위의 공식 홈페이지니까 올림픽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일본측에 얘기는 하는데, 여기에 대해 올림픽 규정에 확실히 정리가 안 돼 있다.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 IOC에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은 언제 오나.
"어떤 형태든 대회 전에 답변이 올 거로 본다."

- 만약 우리가 만족스러운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하나.
"그건 그때 가봐야지 미리 예측을 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내용이 올 지도 모르지 않나."

- 우리가 도쿄올림픽을 보이코트할 수도 있다고 보나.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다. IOC 회원국 206개국이 다 오는데 우리만 안간다고 하기도 그렇고, 더구나 우리는 오는 2032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나라다. 2024년 유스올림픽과 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도 신청해놨다."

- 우리나라도 IOC위원이 있는데 IOC에 왜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냐는 비판도 있다.
"그런 여론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IOC 중요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집행위원회에 우리는 이해당사자라 참석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라 IOC 현지를 찾아갈 수도 없고, 전화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점 이해해달라. 그나마 서면으로 문제제기를 해놨으니 집행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그래도 IOC위원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국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물론 이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적으로 정리돼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취소하면 선수들 5년 노력 물거품... 재연기는 불가능"
  
이기흥 IOC위원(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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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이 이제 40여일밖에 안 남았는데 일본 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최냐, 취소냐 논란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결정되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관계자들은 제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 취소 여론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내가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할 따름이다. IOC하고 도쿄올림픽조직위, 그리고 일본 정부가 심도있는 협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최종 결론은 IOC가 내야겠지만."

- 만약 일본측에서 먼저 취소하겠다고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던데.
"대회를 하면 항상 IOC와 협약을 하는데, 그런 내용도 있긴 할 거다. 그러나 협약 내용을 정확히 모르니까 어떻게 말할 수 없다."

- 취소될 경우, 우리도 뭔가 복잡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위약금 같은 문제는 없다. 그러나 첫째, 우리 선수들이 그간 열심히 훈련해왔는데 그걸 어떻게 처리할 건가 하는 문제, 둘째, 준비를 위해 이미 많은 비용이 투입됐는데 그게 아깝게 허공으로 날아가는 거다. 하다 못해 선수단 단복도 사고 했을 것 아닌가. 관계자 숙소라든지 식사같은 것도 다 예약해놨으니까 손실이 당연히 생길 거다."

- 그 외 금전적인 손해는 없나.
"방금 얘기한 그 정도다. 우리가 지금까지 5년동안 올림픽을 위해서 선수들에 쏟은 투자와 선수촌 운영 관련 지원 등이 모든게 물거품 되는 거니까 사실 어마어마한 거라고 볼 수도 있다."

- 9월로 재연기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불가능할 거다. 취소면 취소지 또 연기하는 것은 일정상으로 어려울 거다. 가을엔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유럽축구 등 대형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선수단 분위기 어수선하지만 금메달 7개-10위 유지가 목표"
  
이기흥 IOC위원(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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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와 관계자들의 감염대책 등 경기 외에 신경쓸 게 많겠다.
"우리 자체적으로 질병관리청하고 협의해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방역수칙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해나갈 거다. 파견 인원을 최소한으로 해서 절대 필요한 인력만 가고, 갈 때도 분산해서 간다. 체류기간도 최소한으로 줄여 시합이 끝나면 48시간 안에 귀국한다. 선수와 관계자 모두 6월중으로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 그게 최고의 방역이긴 하다."

- 예전에 비해 선수단 규모가 많이 줄었겠다.
"이번에 선수와 관계자는 320명에서 350명 선으로 본다. 전에는 지원하는 인력이 많아서 1000여 명가량 됐었는데. 1/3로 줄어든 셈이다."

- 절반도 더 줄였다.
"예전엔 1000명이 넘으면 넘었지 안되진 않았을 거다. 왜냐면 종목선수단이 파견되면 회장단, 감독, 코치, 물리치료사, 지역체육회 관계자까지 다 간다. 각 연맹마다 다 사정이 같다. 그런데 이번엔 선수단 외 그런 지원인력들이 아무도 못가는 거다. 언론도 별도로 600명 정도나 갔지만 이번엔 100명 이내로 줄여달라고 했다. 언론사별 취재가 아닌 풀 취재를 부탁했다."

-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어수선했는데 취소 가능성이 나오는가 하면 독도 때문에 보이코트 한다고도 하니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안 그래도 내일(8일) 선수촌에 가서 선수들에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그간 노력한 결과들이 헛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할 생각이다."

- 우리 선수단 목표는 어떻게 되나.
"지금 상황에서 솔직히 예측이 잘 안되지만, 이번 대회 우리 목표는 금메달 7개 정도를 따서 10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잘못하면 15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본다. 올림픽 성적은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기후나 음식, 선수들의 멘탈, 사회적 분위기 등 외적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근데 분위기상 성적이 예전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레슬링 유망 선수가 선발전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바람에 출전권을 못 따는 불상사도 있었다."

- 이번 겨울에는 곧바로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예정돼있다.
"그때쯤이면 전세계적으로도 백신 접종도 많이 진행돼 도쿄올림픽보다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도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선수단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여러 모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나 관계자들 모두 최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언제나처럼 국민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을 부탁한다."

태그:#이기흥, #도쿄올림픽,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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