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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6개 구·군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순세계잉여금 현황.
 부산 16개 구·군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순세계잉여금 현황.
ⓒ 진보당 부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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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의 불용예산인 순세계잉여금이 6000여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입·세출 결산과 정부보조금 잔액 반납 이후 남은 순세계잉여금은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해 곳간에서 잠자는 돈으로 불린다.

한 재정 전문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내수진작에 힘을 쏟고 있는데 지자체가 순세계잉여금을 남긴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지역에서는 관련 주민운동도 벌어질 분위기다.

코로나에도 남는 기초지자체 예산, 무엇 때문일까?

9일 진보당 부산시당이 공개한 부산 16개 구·군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 검토 내용을 보면 이들 지자체의 순세계잉여금 총합은 6096억 원으로 총예산 11조1158억 원의 6% 규모다. 이는 산술적으로 부산시민(336만9704명) 1인당 18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부산지역 기초지자체는 세입 총액에서 지출, 이월금, 반납할 국비·시비를 제외하고도 작게는 130여억 원, 크게는 600여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을 남겼다. 16개 구·군별로 보면 금정구(676억), 남구(614억), 기장군(513억), 동래구(506억)이 가장 많다. 이어 부산진구(494억), 서구(468억), 해운대구(461억), 연제구(420억), 영도구(403억), 동구(315억), 수영구(253억), 사하구(236억), 사상구(228억), 북구(200억), 강서구(163억), 중구(139억) 등이었다. 이는 모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으로 평균 수백억 원이 지자체의 곳간에 잠자고 있는 셈이다.  

순세계잉여금을 가용재원으로 보는 지자체는 낭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상 예비비로 책정하기 때문에 악성재정이 아닌 건전재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순세계잉여금이 과도한 예산 편성, 사업 착오나 체계적이지 못한 집행 등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논란거리다. 2017년 진주시의 순세계잉여금 3124억 원을 놓고 시민사회의 과다적립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해 서울 노원구에서는 주민투표까지 진행돼 '세금 페이백' 제도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중앙정부는 매년 실시하는 재정분석지표에서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낮을수록 재정운영의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순세계잉여금이 많이 남을수록 균형재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미다. 지난 2019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순세계잉여금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엿보여준다. 당시 홍 부총리는 "지자체의 불용예산(잉여금)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반복적 이·불용 발생 사업 등에 대한 원점 존폐 점검을 언급했다. 지자체가 다 쓰지 못한 재정이 내수악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공재정의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전문단체도 순세계잉여금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1조를 거둬들이면 1조를 쓰는 것이 맞고, 순세계잉여금이 생겼다는 것은 세금을 받고도 그만큼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특히 정부는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돈을 쓰고 있는데, 지방정부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행정을 펼치다 보면 불용액이나 추가 세수가 생길 수 있지만, 순세계잉여금은 행정 비효율의 문제로 남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산 16개 구·군의 순세계잉여금 분석결과를 내놓은 진보당은 주민요구안을 모아내는 운동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구·군청이 매해 남기는 돈을 노원구의 사례처럼 주민의 힘으로 정책과 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코로나로 가계경제는 물론 고용상황까지 어려운데 제때 쓰지 않고 6천억 원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에 6000억원 대의 순세계잉여금이 쌓여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 예산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주민운동이 벌어질 분위기다. 관련 입장을 발표한 진보당 부산시당.
 부산지역 16개 구군에 6000억원 대의 순세계잉여금이 쌓여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 예산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주민운동이 벌어질 분위기다. 관련 입장을 발표한 진보당 부산시당.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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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순세계잉여금, #부산 16개 구군, #노원구, #진보당,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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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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