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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에 놀러온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
 학교도서관에 놀러온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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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다분히 편애하는 관점으로 썼음을 밝힙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 누군가 어리석은 언행을 했을 때, '초딩 같다' 또는 '요즘 초딩들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들었던 경험 없으세요?

저 역시, 누군가가 '초딩 같다'고 하면,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의미를 알고 나니 더 그렇습니다. '초딩'의 첫 번째 의미는 '초등학생을 은어로 일컫는 말'입니다. 두 번째는 '인터넷 상에서 몰지각하고 무례한 언행을 일삼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 또 초등학생이 개념이 없을 때 그리고 불량 학생들의 수준이 초등학생과 같다라는 의미로 경멸하는 말'입니다. 가장 정확한 의미는 무개념 초등학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생각도 정말 그런가요?

먼저 저라는 사람의 성향을 잠깐 언급하면, 영유아를 포함한 아이들 연령대에 대해 '예뻐서 죽고 못 살 정도로' 아주 큰 호감은 가지고 있지 않는 성향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공교롭게도(?) '요즘 애들'을 오랫동안 만난, 다분히 개인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요즘 애들, 특히 초딩'에 대하여 내린 두 가지 잠정(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니깐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사를 참 잘하는, 기본 역량이 되는 인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 입구에서는 저의 자리가 보이지 않는데도, 아이들은 "안녕하세요", 책을 찾아주면 "고맙습니다", 수업 종이 치고 부랴부랴 가는 중에도 "샘, 안녕히 계세요!", 또 아이들도 샘들도 모두 행복한 금요일이면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인사는 누구나 다 할 줄 알고 해야 하는 기본인데, 크게 추켜세울 일이 아니라고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오래 산 우리의 경우 인사를 주고받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던 경험이 하루에 얼마나 있을까요. 도서관에 첫 출근한 날, 그리고 쉬는 시간에 와서는 "샘,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 환대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 인류의 지혜 보고라고 하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심화 역량이 되는 인류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이나 과제를 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도 있겠지만, 그 책들만 오롯이 읽기 위해 수업 종이 치면 아쉬워하고, 하굣길에 꼬박꼬박 도서관에 들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거나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루에 누워 자세를 뒤바꾸다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책에 빠져 있는 아이들, 한 권의 책을 서로 불편한 줄도 모르고 친구와 어깨를 붙여가며 읽는 아이들 등등.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이 한 해 평균 10권도 채 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도서관에 근무한다는 저조차도 책을 좀처럼 읽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독서 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이랬던 아이들이 왜 어른이 되면 책을 읽지 않고, 또 못 읽는 걸까요?). 아이들이 부디 지금 느끼고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저처럼 세상의 때가 묻은 어른이 되었을 때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보다 나이는 적고 인생의 경험은 짧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절하게 알려 주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우리의 이전 세대가 우리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우리가 아이들보다 모든 면에서 낫고 옳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류는 진화하고, 아이들은 우리보다 진화된 인류입니다.

태그:#학교도서관, #초딩, #진화된인류, #기성세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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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앉아있지 않습니다. 말귀가 있는 사람에게는 재미난 온돌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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