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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양의 날을 맞이하여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 해양생물로 분장한 활동가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계 해양의 날을 맞이하여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 해양생물로 분장한 활동가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선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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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은 국제연합(UN)이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지정한 세계 해양의 날이다. 이를 맞아 청와대 앞, 광화문 등에서 각지에서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인간의 욕심을 감당할 바다는 없다"는 표어를 걸고, ▲어업쓰레기 방지 대책 마련 ▲전자 조업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이주어선원 송출입과정 공공기관 담당 ▲노테이크존 포함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촉구했다.

특히 고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진행한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는 "세계적으로 폐어구에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인해 폐사하는 바다생물의 비율은 정상 그물 어획량의 30%에 달한다"며, "무의미한 죽음이 바다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폐어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해양생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어업쓰레기

시민단체들이 해양의 날을 맞아 해양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어업에서 발생하는 '어업쓰레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유가 있다.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19~202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8만 4106t이며, 이중 해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5만 444t,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3만 3662t이다.

또한 해상에서 발생한 쓰레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어망과 어구로 3만 8105t에 이르고,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가 6462t으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항만 유입 쓰레기가 5366t으로 다음을 이었다.

특히 폐어구와 폐부표는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연간 6만 7000t)의 54%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이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는 파도 등에 작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생물의 체내에 유입되거나, 그 자체로 유령어업을 반복하는 등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입힌다. 해수부의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연근해 유령어업의 피해액은 한 해 3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어구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 바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폐어구로 인해 폐사하는 해양생물의 비율은 정상 그물 어획량의 30%에 달하며, 미국 국립자원방어위원회(NRDC)에 따르면 매년 해양 포유류 65만 마리가 어구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해안가에 모여있는 어업쓰레기. 주로 양식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해안쓰레기의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해안가에 모여있는 어업쓰레기. 주로 양식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해안쓰레기의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 선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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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시 지역 해양쓰레기 처리량이 2018년 9597t, 2019년 8114t, 2020년 9215t에 이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처리 비용도 2018년 33억 600만 원, 2019년 39억 1100만 원, 2020년 37억 14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서귀포 지역 해양쓰레기 처리량은 2018년 3827t, 2019년 7844t, 2020년 7755t으로 집계되었으며, 처리 바용은 2018년 23억 원, 2019년 25억 원, 2020년 33억 원이 투입되었다. 

전라남도는 2005년 1만 5735t을 시작으로 2017년 1만 9657t, 2018년 3만 2618t 등 매년 수거량을 늘리고 있으나 완전한 처리에는 역부족이라는 실정을 밝힌 바 있다.
 
바다에서 수거된 폐어구의 모습.
 바다에서 수거된 폐어구의 모습.
ⓒ 선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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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해양쓰레기 제로화 선언

점차 심각해지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0일, 해수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60%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제로화'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양수산부는 향후 10년간 해양폐기물 등의 체계적 관리 정책 방향과 추진과제 등이 담긴 '제1차(2021~2030)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아래 기본계획)을 수립 및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해양폐기물의 발생 예방부터 수거·처리까지 전주기적 관리를 강화하고 관계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해수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해양폐기물과 해양오염퇴적물 분야 5대 추진전략 및 29개 추진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해양폐기물의 본질적인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어구·부표 보증금제도 도입,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 하천을 통한 폐기물의 해양유입 차단, 국제기구 및 양자협의체를 통한 외국발생원 해양폐기물 관리 체계 마련 등 발생원별 특성을 고려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수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서 지역 정화운반선 도입, 집하장 확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현재 연간 6만 7000톤 규모로 발생하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30년까지 2만 7000톤으로 약 60% 가량 저감하고 2050년에는 발생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현재 연간 6만 7000톤 규모로 발생하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30년까지 2만 7000톤으로 약 60% 가량 저감하고 2050년에는 발생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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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홍수·태풍 등 재해 발생 시 대량 유입되는 폐기물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국립공원 내 해양폐기물 합동 수거 활동 및 관계기관 협의체 운영, 해안가 집중 관리를 위한 바다환경지킴이사업 등을 통해 수거 관리 체계를 개선한다.

인공위성, 드론 등을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모니터링 체계로 개편하고 해양폐기물 발생 및 이동 경로 등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해안가 미세플라스틱 및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해양쓰레기 수거 장비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수거 체계 효율화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해양폐기물 전처리 시설 설치, 폐기물 수거기관 관리 강화 등을 통해 해양폐기물 처리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해양폐기물의 전주기적 관리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해양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해양폐기물관리센터의 활성화 및 기능을 확대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연안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분포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엎어진 물담기에만 급급해선 안 돼

어업쓰레기를 비롯한 해양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해양쓰레기 해결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기본 계획의 내용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어구·부표 보증금제도 도입의 경우, 어구와 부표를 적법하게 처리함으로써 얻는 보증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크지 않다면 여전히 어민들은 바다에 폐어구를 유기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며,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 역시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스티로폼이 아닌 또 다른 플라스틱 부표에 불과해 전체적인 플라스틱쓰레기 총량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천을 통한 폐기물의 해양유입 차단이나 집하장 확충 등의 항목도 쓰레기를 어디에 모아두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근원적인 쓰레기 저감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정책만으로는 '건강한 미래'를 누리기 희망하기보다는 쓰레기의 발생 자체를 줄여 해양쓰레기 발생을 원천 차단할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음껏 쓰고 마음껏 버리면서 바다가 주는 풍족함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지다. 덜 쓰고, 덜 생산하고, 덜 버려야 바다는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조금씩 포기하며 바다와의 올바른 관계맺기가 필요한 때이다.

태그:#해양쓰레기, #폐어구, #바다쓰레기, #어구실명제, #해양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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